주간동아 3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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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엔 ‘방콕’ 안 돼!

영화·전시회 관람으로 잔잔한 추억 만들기 … 도심 싫다면 근교 여행 어때요?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2-12-11 09: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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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 엔  ‘방콕’ 안 돼!

    24일 오후, 무작정 기차여행을 떠나거나 놀이동산에 가보는 것도 크리스마스를 즐겁게 보내는 한 방법.

    ‘언제 오나 싶었던 크리스마스가 벌써’ 눈앞에 다가와 있다고 느낀다면 당신은 결국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다는 얘기. 그렇다면 주저하지 말고 일단 나서보자. 계획이 갑자기 어떻게 바뀔지 모르니 따뜻한 외투는 필수, 지갑도 되도록 두둑하게.

    1년에 단 하루뿐인 크리스마스 이브를 아무 계획 없이 맞이하고 있다면 이런 건 어떨까.

    무작정 서울을 벗어난다

    북적이는 도심이 싫다면 무작정 서울을 떠나라. 24일 오후 청량리역에서 경춘선을 타고 춘천으로 가보는 건 어떨까. 서울에서 두 시간 거리, 좌석이 없어도 버틸 만한 시간이다. 서울 명동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춘천 명동 뒷골목에서 닭갈비를 맛보는 것도 아기자기한 추억을 만들기에 충분하다.

    30년 넘게 대를 이어 닭갈비집을 운영하고 있어 명동 골목에서도 ‘원조’로 이름난 ‘우미 닭갈비집’(033-254-2428)을 비롯해 ‘원조’ ‘본가’ ‘진짜원조’임을 내세우는 닭갈비집들이 줄지어 있다. 호객하는 아주머니들 중 인심 좋아 보이는 곳을 골라 들어가면 질퍽한 양념이 고루 배인 큼직한 닭고기에 굵게 썰어 넣은 감자·고구마·떡이 어우러져 보기만 해도 입 안 가득 침이 고이게 하는 닭갈비를 맛볼 수 있다. 배가 불러오면 명동 거리를 거닐다 공지천으로 발길을 돌려보자. 공지천 주변에 예쁜 카페들이 몰려 있어 후식으로 차 한잔 마실 곳을 찾는 데는 무리가 없을 듯.



    당일여행이라면 청량리행 막차가 밤 10시에 있다는 점을 참고한다. 1박을 한다면 다음 날 아침 소양댐으로 가 청평사행 배를 타는 것도 꽤 운치 있는 여행이 될 것이다.

    영화 한 편과 전망 좋은 카페

    크리스마스 엔  ‘방콕’ 안 돼!

    ‘반지의 제왕’ ‘품행제로’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등 다양한 영화와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열심히 일한 당신, 동행할 사람은 있으나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했다면 일주일 전에만 예매하면 되는 영화관으로 가라. 크리스마스에 맞춰 개봉한 영화들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서울 강남의 ‘씨네시티’를 가보자. ‘반지의 제왕’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 등의 영화가 7개 상영관에 걸릴 예정이다. 영화를 보기 전 같은 건물 15층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안젤로(Angelo)’에 들러 자리를 예약해두면 당신은 ‘너무도 자상한 그대’가 될 듯.

    돔 형태의 높은 천장과 은은한 조명은 유럽의 고성이나 오래된 성당에 와 있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커다란 원형 창 가득히 들어오는 야경도 일품. 크리스마스 이브에 창가 자리에서 유유히 야경을 즐기려면 크리스마스 세트 메뉴와 함께 와인을 주문해야 하고 자리값이 추가되지만, 눈앞에 펼쳐지는 야경은 그래도 아깝지 않을 만큼 빼어나다.

    씨네시티(02-541-8882):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7호선 강남구청역에서 도보로 20분, 도산공원 부근.

    안젤로(02-549-0079)

    크리스마스 엔  ‘방콕’ 안 돼!

    ‘클럽 프렌즈’의 파티 등 낯선 사람들과 신나게 보낼 수 있는 크리스마스 파티도 다양하다.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조명이 반짝이고, 캐럴이 울려 퍼지면 새삼 ‘파티’를 하고 싶은 유혹이 생기게 마련. 평소에는 해보지 못한 치장을 하고 새로운 사람들과 어울려 연말연시를 보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될 듯.

    호텔 그랜드 하얏트 서울 지하 2층의 제이제이 마호니스에서는 20일부터 31일까지 2002년 송년파티 ‘Color of Night’를 연다. 하우스 뮤직 디제이가 선곡한 화려한 음악과 6인조 캐나다 밴드 ‘팝머신(Pop Machine)’의 정열적인 공연이 2002년 마지막 밤을 아름답게 수놓는다. 칵테일을 포함한 입장료가 3만5000원으로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문의 02-799-8601). 호텔이 아니더라도 홍익대 근처의 클럽은 젊은 끼를 발산하기 위해 모여든 사람들로 밤새도록 북적일 것이다. 대부분 1만원이면 입장할 수 있으니 여러 클럽을 다녀보는 것도 좋을 듯.

    지난 5년 동안 300여회 파티를 마련하며 국내에 파티 문화를 뿌리내린 ‘클럽 프렌즈’도 12월에만 다섯 차례의 송년 파티를 연다. 인터넷 홈페이지(www.clubfriends.co.kr)에서 ‘웹회원’으로 가입하고, 파티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면서부터 가슴이 설레일 듯. 정회원이 아닌 경우 8만원에서 10만원 정도의 회비를 내면 파티에 참석할 수 있다. 21일 서울 파이낸스센터에서 ‘눈숲의 요정’이라는 테마로, 24일에는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크리스마스의 기적’이라는 주제로 파티를 열고, 31일에는 호텔 오크우드 코엑스에서 ‘신년 카운트다운 파티’를 연다. 낯선 사람들과 마음을 열고 어울리는 사이에 새해가 밝아올 것이다.

    예매가 필요 없는 곳을 찾아서

    크리스마스 엔  ‘방콕’ 안 돼!

    미술전을 관람한 뒤 멋진 저녁식사로 마무리하는 환상적인 크리스마스.

    연말 수많은 공연장에 게으른 당신의 자리가 없다면 예매가 필요 없는 미술관을 가보자.

    북한산 남쪽 기슭에 자리한 가나아트센터는 자연과 예술이 어우러져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나 싶을 만큼 아름다운 공간이다. 3개의 전시장 이외에 아트숍과 카페테리아 조각공원 야외공연장 등이 있어 한적하고 격조 있는 크리스마스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이다. 27일부터 ‘명사 애장품전’이 열릴 예정이라 크리스마스 기간에는 메인 전시장을 둘러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작은 전시장에서 가구와 페브릭 전시가 계속 열려 예술로 승화된 생활 소품들을 부담없이 둘러볼 수 있다. 미술작품을 응용한 소품을 판매하는 아트숍에서 작은 선물을 골라 즉석에서 쓴 카드 한 장과 선물하면 상대방의 입가에 맴도는 미소로 즉각 ‘감동’을 확인할 수 있다.

    폐관시간(오후 7시)을 한 시간여 앞둔 해 질 무렵 미술관에 도착해 한바퀴 둘러보고 건물 1층에 위치한 이탈리아 퓨전요리 전문점인 ‘빌레스토랑’으로 들어가자. 일주일 전쯤 전화 예약을 해야 하지만 예약을 못했더라도 문을 두드려보라. 부지런히 예약한 사람들 중 당일 취소하는 사람들이 꽤 있다는 게 레스토랑측의 귀띔이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을 피해 저녁 8시나 9시 이후에 들러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 다양한 테마의 미술 작품들이 걸려 있어 갤러리의 여운이 레스토랑 안까지 번지고, 와인을 곁들인 크리스마스 특선 메뉴로 식사를 하면 입 안에 감도는 와인 향만큼이나 오래 기억에 남을 크리스마스가 될 것이다.

    가나아트센터: 지하철 3호선 경복궁역 3번 출구에서 135, 135-1번 버스 이용(문의 02-3217-0234). 빌 레스토랑(02-3217-1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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