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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본 경제 이야기 | 거대 중국, 영화도 변화 바람

개혁·개방… 자본주의 적응… ‘시대 변화’ 스크린 속으로

  • 이명재/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mjlee@donga.com

개혁·개방… 자본주의 적응… ‘시대 변화’ 스크린 속으로

개혁·개방… 자본주의 적응… ‘시대 변화’  스크린 속으로

‘책상 서랍 속의 동화’

후진타오(胡錦濤) 시대의 개막을 알린 올해 중국공산당 제16차 전국대표대회는 또 하나의 일대 사건을 남겼다. 노동자 농민의 당인 공산당이 ‘인민의 적’인 자본가(장시페이 윈둥그룹 총재 등 3인)를 정치국 중앙후보위원에 선임한 것이다. 그것은 사회주의 중국에 몰아닥치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베이징의 인민대회의당 안에서 벌어진 일들은 사회주의 중국의 변화를 거시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거대 중국 대륙의 깊숙한 곳에 현미경을 들이대고 들여다볼 때 잡히는 장면들은 어떤 것들일까.

상하이의 명문 대학을 졸업한 25세의 아름다운 아가씨 코코는 미니스커트를 입고 카페에서 일할 만큼 자유분방하다. 그는 잘생기고 섬세한 한 남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상대는 성 불구자다. 육체적 욕망에 고통스러워하던 그는 우연히 한 독일 남성을 만나 육체적 사랑을 나눈다. 젊은 여성의 사랑과 욕망에 대해 그린 ‘상하이 베이비’라는 이 소설은 1999년 중국에서 발표되자마자 격렬한 찬반논쟁을 몰고 왔었다.

저자 저우웨이후이의 이름을 일약 세계 언론에 알린 이 소설에서 작가의 분신이랄 수 있는 여주인공 코코는 경제 개방의 물결을 타고 중국에 새롭게 등장한 이른바 ‘신인류’를 대변한다. 여기서 소설의 무대가 된 상하이는 파리나 뉴욕 같은 분위기의, ‘중국 속의 서구’로 묘사된다.

왜 상하이인가. 그건 바로 상하이가 중국 개방과 개혁의 상징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 도시는 중국에서 외국 기업이 가장 많이 진출해 있는 곳이다. 코코 같은 신인류는 이런 개방적이고 풍요로운 도시에서 서구 문물을 자유롭게 흡수하며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코코와 상하이’. 둘은 오늘날 급변하고 있는 사회주의 중국의 사회상을 상징한다. 장쩌민과 주룽지 전 총리를 비롯해 중국의 핵심 권력층에도 상하이 출신 인사, 이른바 ‘상하이방’이 대거 진출해 있다. 그만큼 상하이는 중국의 새 조류, 신흥세력을 대변하는 지역이다. 그래서인지 상하이 베이비의 시각은 다분히 파격적이다. 중국인보다는 오히려 서구인의 시각에 가까워 보인다.

반면 많은 중국 영화들에서는 중국인의 시각, 옛것의 눈으로 오늘의 중국을 바라본다. 도시민의 정서보다는 농촌, 그래서 개방화의 그늘과 잃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과 불안, 어두운 이면이 클로즈업된다.

장이모 감독의 ‘책상 서랍 속의 동화’는 ‘붉은 수수밭’ ‘국두’ ‘홍등’ 등 과거를 다뤘던 그의 초기작들과 대비되는 ‘현재’를 얘기하는 영화다.

영화는 순박한 시골 여자아이의 눈에 비친 근대화를 유머러스하게 묘사한다. 중국 시골의 한 초등학교 선생이 한 달 동안 자리를 비우게 되자 그 마을의 촌장이 대리선생을 데려온다. 한 달 동안 교사로 채용된 13세 소녀 웨이민치가 돈 벌러 집 나간 학생을 찾아 도시로 가 겪는 해프닝들 속에는 개방의 소용돌이 속에 걷잡을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귀주 이야기’는 웨이의 ‘10년 후’를 다룬 듯한 줄거리다. 동네 이장과 다투다 부상한 남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도시로 간 촌부(村婦)의 이야기다. 촌부의 눈에 비치는 도시와 시골, 그 속의 시장과 거리, 버스정류장의 모습은 중국의 과거와 현재다. 가령 주윤발과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그리고 마오쩌뚱의 브로마이드가 나란히 벽에 걸려 있는 장면은 거센 변화의 물결에 휩쓸려 있는 중국의 혼돈에 대한 풍자다.

중국 6세대 감독 지아장커의 영화 ‘소무’에서는 감독의 시각이 더욱 비판적이다. 도시의 보잘것없는 소매치기 청년의 일상을 다룬 이 영화에서 감독은 자본에 물들어가는 중국의 현실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카메라는 소무의 일상을 그림자처럼 집요하게 따라가지만 정작 감독이 얘기하려는 것은 그의 하루가 아니라 중국 인민들의 삶이다. 자본주의에 재빠르게 적응하며 돈 벌 기회만을 엿보는 ‘사회주의 인민’들의 모습은 오늘날 중국 사회의 ‘만화경(萬華鏡)’이다.



주간동아 362호 (p98~99)

이명재/ 동아일보 경제부 기자 mj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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