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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수능은 수능일 뿐이다

  • 정유성 / 서강대 교수·교육학

수능은 수능일 뿐이다

수능은 수능일 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는 거듭 수능시험으로 시작되는 입시지옥을 겪는다. 하필이면 자라는 세대가 더 큰 세상으로 나가는 길을 지옥이라 부르게 된 걸까. 수능이란 대학에서 학문을 배울 만한 능력이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이지만, 수험생들뿐 아니라 학부모, 아니 우리 모두를 정녕 시험에 들게 하는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어떻게든 평가는 해야겠지만, 왜 꼭 하루 한날 모든 것을 걸고 머릿속에 든 지식만 재는 시험 결과에 따라 일등부터 꼴찌까지 줄을 세워야 하는지 가슴이 답답할 뿐이다. 시험을 치르는 수험생들의 아픔과 어려움은 말할 것도 없다. 벌써 난이도가 어떻고 예상점수가 어떻고 하는 호들갑에 아까운 한 목숨을 잃었다. 어디 이들뿐인가. 새벽마다 백일기도를 마다 않고 시험장 밖에서 엿가락이라도 붙여놓고 간절히 기도하는 부모들, 이들과 더불어 가슴 졸이는 우리 모두 무슨 죄가 그리도 많은가. 예전 같으면 그렇게 해서라도 세상없는 귀한 자식의 성공과 출세를 기대해본다지만, 요즘처럼 대학교육이 쉰 떡 취급 받고 대졸 실업자가 즐비한 터에 도대체 무슨 영광을 보겠다고 이러는 건지 세상을 향해 묻고 싶다.

시험성적에 얽매이지 말자! 삶은 계속되니까

그토록 기를 써서 제 자식은 끼고돌면서 정작 우리 자식들의 앞날을 채비하는 교육의 자리는 왜 이 모양 이 꼴로 방치하는가. 교육이라면 목숨도 버리고 온갖 비리도 서슴지 않을 만큼 신주단지처럼 모셔온 우리에게 교육은 한마디로 어찌해볼 수 없는 애물단지가 돼버린 지 오래다. 그러니 학생을 가르치고, 공부하는 나는 이때가 되면, 이토록 비교육적이고 반인간적인 교육풍토가 부끄러워 어디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고, 대체 이 안타까운 노릇을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스스로 시험에 들기도 한다.

아무튼 수능은 끝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우리 교육이지만 누구도 수능 보는 날만큼은 숨죽이고, 날아가는 비행기조차 소리를 죽인다. 하지만 언제까지 어쩔 수 없다는 변명으로 숨죽이고 소리 죽여 이 그릇된 제도를 받아들일 것인가. 그 잘잘못도 제대로 따지고 사람들이 시험에 들지 않는 입학전형 제도도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당장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과 학부모들, 아니 시험에 들었던 우리 모두의 마음을 달래고 가라앉히는 일이 급하다.



끝나버린 수능은 뒤돌아보지 말자. 시험은 시험일 뿐이다. 눈 가리고 아웅 한다고 하겠지만, 정말 그렇다. 이제 수험생들도 학부모들도 시험은 잊고 앞날을 내다보자. 시험 따위는 다시 한번 치러도 될 일이고, 또 시험 결과와 앞날의 삶이 꼭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이럴 때 위로 삼아 꺼내는 나의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나는 중학교 입시에 실패하고 고통스럽기 짝이 없는 재수를 하다가 중학교 입시제도가 폐지되는 어이없는 경험을 했다. 그때 어린 나이에도 어떻게 하면 교육을 이렇게 사람 잡는 일이 아닌, 사람다운 일로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삶의 과제를 얻고 지금은 교육학자가 되었다. 고등학교 때는 학교 가기가 너무 싫어서 고3이 되던 해 겨울 가출을 감행했다. 몇 달이고 학교를 떠나 공부를 아예 등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 삶의 과제를 감당하려고 늦깎이로 공부하여 교수도 되고 이런 글도 쓴다.

예전에도 그랬지만 지금, 아니 앞으로는 더더욱 공부나 성적은 삶에서 그 무게가 그다지 크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세상이 달라졌고, 사람도 바뀌고 있으니 말이다. 지금 자라나는 세대에겐 우리 어른들이 상상할 수도 없는 전혀 새로운 앞날이 펼쳐질 것이다. 그러니 아이들을 시험성적으로 옥죄지 말자. 수험생들 스스로도 그 결과와 상관없이 삶은 계속될 것이라고 다짐하자. 그리고 첫 마음, 첫 뜻으로 돌아가 평상심으로 새로 시작하자.



주간동아 360호 (p100~100)

정유성 / 서강대 교수·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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