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4

2002.10.10

금융 날개 단 한화, 고공비행 하나

대한생명 인수 재계 6위로 급부상… 특혜시비·私금고화 우려 논란 해소 1차 과제

  • 구미화 기자 mhkoo@donga.com

    입력2002-10-04 15:0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금융 날개 단 한화, 고공비행 하나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화약 제조업으로 출발해 10월9일 창립 50주년을 맞는 한화는 대한생명을 인수하면서 종합금융그룹으로 탈바꿈한다는 방침이다. 9월23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이하 공자위)로부터 대생 인수를 승인받은 한화의 자산규모는 37조원대로 늘어 재계 순위 6위로 급부상했다. 공기업인 한국전력을 제외하면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이 되는 셈이다.

    미국을 방문중인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원대한 경영 계획을 공개했다.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을 사외이사로 영입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어 화제를 모은 그의 구상은 대생의 독립경영을 추진하고, 최고경영진은 외국인과 국내 금융전문가 2인체제로 운영한다는 게 핵심이다. 한화 구조조정본부 정이만 상무는 “기존의 한화 방식으로 대생을 운영해서는 신동아나 과거의 한화의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기 때문에 대생은 한화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대생을 인수함으로써 몸집을 불렸을 뿐만 아니라 그동안 구조조정은 잘했으나 새로운 성장산업을 찾지 못했다는 약점을 보완할 기회를 맞았다. 정이만 상무는 “한화가 주력해온 화학분야가 이미 성숙 단계에 이르렀고, 중국이 막강한 경쟁상대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미래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한화가 대생에 집착하다시피 매달려온 것도 대생을 인수함으로써 금융뿐 아니라 다른 기업이 얻을 수 없는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대생과 함께 63빌딩을 관리하는 63시티까지 계열사로 편입해 한화콘도와 함께 관광코스를 개발하고, 63빌딩 내 쇼핑센터들을 갤러리아백화점과, 식당가를 프라자호텔과 연계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계획이다.

    최고경영진 내외국인 2인 체제로

    한화는 3년3개월간의 긴 산고 끝에 마침내 금융자본과 결합함으로써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지만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다. 국정감사에서 불거져 나온 ‘대생 인수를 위한 정권 실세 로비 의혹설’을 비롯해 대생 인수 자격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화의 고위 관계자는 “한나라당 정형근 의원이 기업의 명예를 떨어뜨리는 소설을 쓰고 있다”며 “박지원 대통령비서실장,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한화갑 대표 등 실세들의 힘을 빌렸다면 대생을 인수하는 데 3년이란 긴 시간이 필요했겠느냐”며 로비 의혹설을 강하게 부인했다.



    현재로선 한나라당이 제기한 의혹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기는 힘들다. 한나라당 쪽에서 명백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한화의 대생 인수를 두고 ‘특혜’ 의혹이 거론될 수밖에 없는 배경이 있다는 점이다. 한화가 대생의 새 주인으로 적합한가 하는 점을 둘러싸고 논란이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막판까지 한화의 대생 인수를 반대한 공자위 A위원은 “대한생명에 공적자금이 무려 3조5500억원이나 투입된 상황에서 그동안 신뢰할 만한 경영 능력을 보여주지 못한 한화가 새 주인이 됐다는 점은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 경제개혁팀 박근용 간사도 “한화는 보험업의 핵심 요소인 `충분한 출자 능력, 건전한 재무상태 및 사회적 신용’ 중 어느 하나 제대로 갖춘 게 없다”고 비판한다.

    한화의 작년 말 현재 부채비율은 238%. 보험업에 진출하기 위해 요구되는 기준 200%를 훨씬 초과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 한화 전체의 적자 규모가 7000억원을 넘어 경영 능력이 의심스럽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화 정이만 상무는 “지난해 적자 규모는 오랜 구조조정으로 인한 손실에 따른 것으로 3000억원 정도 경상이익이 예상되는 올해부터는 구조조정의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화의 기대대로 된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 공자위 A위원은 “한화가 대생을 인수하는 데 법적으로 문제 될 건 없지만 도덕적 결함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참여연대도 한화그룹과 김승연 회장이 98년 퇴출된 한화종금 대주주였다는 점을 문제 삼고 있다. 금융기관 부실 경영에 책임이 있는 그룹과 대주주가 어떻게 다시 금융기관을 인수할 수 있느냐는 것.

    물론 한화나 금융 당국은 “금융감독원의 ‘부실금융기관 대주주의 경제적 책임부담 기준’이라는 지침에 따라 한화그룹이 1300억원의 증권금융채권를 매입했기 때문에 그 책임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는 대주주에게 면죄부를 준 것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부실 금융기관의 부실화 원인에 대한 철저한 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부실 금융기관 대주주가 다시 금융업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는 것.

    금융 날개 단 한화, 고공비행 하나

    최순영 대한생명 회장.

    “대주주에게 면죄부를 줬다”

    한화 관계자들은 이런 지적에 대해 “미운 점만 꼬집으면 미스코리아도 추녀가 돼버린다”고 항변한다. 아울러 “대생 인수에 따른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대생은 완전독립경영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한화측의 이런 다짐에도 불구하고 한화가 대생을 ‘사금고’화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여전하다. 공자위 A위원은 “대생 자금이 한화 계열사로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방화벽 설치나 5년 동안 대생의 한화 보유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 얼마만큼의 법적 구속력을 가지는지 명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재한 공자위 사무국장은 “본계약 때 한화가 대한생명 주식을 팔지 못하도록 정관이나 주권에 명시하는 등 법적 안전장치를 마련할 것”이라며 “한화가 계약조건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을 시에는 예금보험공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가 현재의 다짐대로 대생을 우량 보험회사로 만들어갈지는 좀더 지켜볼 일이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