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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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명! 제갈공명을 찾아라

대선후보 캠프 막후 ‘브레인 영입’ 한창 … 노출 꺼리지만 정책개발 득표활동 측면지원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일러스트=임혜경

    입력2002-10-04 13: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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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명!  제갈공명을 찾아라
    연말 대선전이 본격화하면서 각 당 후보 진영의 ‘브레인 모시기’가 한창이다. 또 각 당이 선대위를 구성하는 등 조직 정비에 박차를 가하면서 각 후보와 이미 개인적 채널을 맺고 있는 막후 브레인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공조직의 손길이 미치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찾아다니며 각 후보의 득표활동을 측면지원하고 있다. 대부분 외부 노출을 꺼리지만 후보와의 관계를 굳이 부정하지 않는 인사들도 적지 않다. 후보들의 막후 실세 그룹들을 살펴본다.

    이회창 지난 4년 동안 측근들의 폐해를 몸소 체험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공조직 우선 원칙을 강조한다. 한나라당 자체가 이후보의 캠프이자 본부인 셈이다. 이후보는 특정인에게 전폭적인 신임을 보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이후보의 한 특보는 “이후보는 같은 사안에 대해 서너 명에게 자문하거나 확인을 요구, 이들이 올린 보고서를 모두 검토한 후 판단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이 같은 용병술로 참모들의 쓸데없는 경쟁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이특보의 판단이다. 때문에 이후보의 ‘핵심 브레인’ 그룹을 규정하기란 쉽지 않다.

    이후보를 떠받치는 양대 축은 K-S(경기고-서울대) 학맥과 법조계 인맥. 엘리트 위주의 측근그룹이란 비판에도 이후보 주변은 K-S 인맥이 갈수록 보강되는 추세다. 그 가운데 경기고 49회 동기동창 모임인 ‘청하회(靑河會)’가 주목을 받는다. 이세중 전 대한변협 회장, 최광수 전 외무장관, 김덕중 전 교육부총리, 김태지 전 일본대사 등이 청하회 멤버.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지난 7월 “차기 정권에선 특정고교 학맥이 농단할 소지가 있다”고 말할 정도로 이회창 대통령 만들기에 나선 경기고 인맥들의 활동은 두드러진다.

    법조계 인맥은 서울대 법대가 연결고리다. 이정락 후원회장, 서정우 법률특보, 오성환 박우동 전 대법관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한승주 전 외무장관, 현홍주 전 주미대사가 고문 역을 맡고 있다. 최근 눈길을 끄는 부국팀 산하 희망포럼은 각계 전문가 수백명으로 구성된 정책자문팀. 김시중 전 과기처장관, 정종욱 아주대 교수, 백영철 건국대 교수, 유세희 한양대 부총장, 유경현 전 민주평통 사무총장 등이 주요 멤버. 당내에서는 김영일 사무총장과 안기부 2차장 출신인 이병기 특보,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남상우 KDI 국제대학원 교수, 윤건영 연세대 교수(경제), 서상기 호서대 교수(과학기술), 송영대 전 통일원차관(통일), 석종현 단국대 교수(행정), 안종범 성균관대 교수(복지), 신의순 연세대 교수(환경) 등은 최근 이후보 정책특보로 임명된 인물들. 음지에서 양지로 나온 대표적인 브레인들이다.



    노무현 “경선 전 맨땅에서 시작했다. 어떻게 보면 노후보 혼자 지금까지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막후 브레인에 대한 설명을 요구하자 민주당 노무현 후보의 한 측근이 한 답변이다. “사실상 없다”는 것이다. 노후보는 전통적 의미의 ‘계보’ 의원이 없다. 대학을 나오지 않아 학연을 통한 인맥 구성도 쉽지 않다. 부산지역의 비주류였던 노후보는 지연을 통한 인맥 구성에도 한계를 보인다. 이런 사정 때문에 측근들은 “노후보가 거친 들판을 홀로 헤쳐 나왔다”고 평가한다. 그렇지만 노후보는 인적 한계에 대해 크게 아쉬워하지 않는다. 한 측근은 “노후보는 개인의 인맥은 그리 비중이 크지 않다고 생각하며, 또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고 전한다. 노후보는 당의 공식 라인을 중심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내비친 바 있다.

    노후보의 인맥은 80년대 노동운동을 할 때 그와 인연을 맺은 그룹과 국민경선을 통과한 뒤 대선기획단 등의 공식기구를 꾸릴 때 합류한 인사들로 대별된다. 노후보와 동고동락해온 이기명 언론문화 고문, 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 부회장을 지낸 염동연 정무특보, 문재인 변호사 등이 노후보의 구측근 그룹으로 분류된다. 김원기 의원, 김정길 전 의원 등은 제도정치권에 몸담으면서 인연을 맺은 인사들. 여기에 신기남 문희상 이강래 의원 등을 포함시켜, 최근 노후보 행보에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룹으로 분류한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와 유사한 노변모(노무현을 사랑하는 변호사 모임)에 노후보와 뜻을 같이하는 ‘동지’들이 많다. 광주지역 재야운동권의 원로인 이돈명 변호사와 옷로비 사건 특검을 지낸 최병모 변호사, 환경부장관을 지낸 황산성 변호사 등이 있다.

    노고문의 정책브레인 중 가장 관심을 끄는 조직은 비공개 정책자문단으로 알려졌다. 30여명으로 구성된 이 조직은 최근 내부 변화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한때 정치, 경제, 국제, 노동, 통일 등 대부분의 정책분야를 커버했다고 한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경제학)이 핵심 멤버. 유종근 전 전북지사의 친동생인 유교수는 국민대 김병준, 한림대 성경륭, 고려대 윤성식, 서울시립대 신봉호 교수 등과 함께 각 분야별 정책에 관한 지원작업을 해왔다. 노후보의 부산상고 1년 선배인 이학수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은 88년 5공청문회 때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노후보의 바람막이 역할을 해왔다.

    정몽준

    “내용은 좋은데, 가장 완벽한 보안은 문서를 아예 안 만드는 것이다.”

    2000년 총선 후 정치적 행보에 관한 프로젝트를 담은 보고서를 묵묵히 읽은 뒤 정몽준 의원이 측근에게 보인 반응이다. 평소 정의원은 대권을 잡기 위한 정치공학적 기획에는 상당한 거부감을 보였다는 게 측근들의 증언이다. 따라서 정책보좌 기능엔 역점을 둘 필요가 없었고 자연 브레인이 설 자리도 없었다. 그러나 신당을 만들어 대통령선거에 출마하기로 한 이상 상황이 달라졌다. 대선후보로서의 정치적 행보, 신당 창당, 의원 영입, 정책 및 공약 개발 등을 정밀하게 준비해줄 브레인 확보가 정의원의 당면과제로 떠올랐다.

    정의원 캠프에서 매일 오전 8시에 열리는 회의 참석자들이 대략 정의원의 정치문제 핵심 브레인으로 통한다. 강신옥 변호사, 박범진 이철 전 의원 등이 그들이다. 경제학 박사 출신 이달희 보좌관은 참모진에 대한 통합조정 기능을 맡고 있다. 이외 구본호 KDI 원장, 김민영 외대 교수(경제학), 박진원 국제변호사도 정책개발 분야에서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후원회장인 이홍구 전 국무총리 등이 남북문제-외교분야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적극적으로 활동하지는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의원은 주요 지인 명단 및 연락처를 담은 수첩을 제작해 즐겨 활용하고 있다. 수첩에 들어 있는 학계, 재계, 법조계 인사들 중 상당수는 캠프 외곽에서 정의원의 자문역을 맡고 있다. 그러나 정의원 캠프는 이들의 이름을 밝히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기자가 “노무현 후보의 외곽자문그룹이 대략 300명 선쯤 된다”고 하자, 정의원의 한 측근은 “그러면 우린 600명 정도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의 정의원 브레인 그룹은 중량감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한나라, 민주당 등 기존 정치권이 외면한 과거의 인물들이나 검증 안 된 정치신인도 참모진에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정의원을 움직이는 보이지 않는 브레인이 따로 있다는 설은 꾸준히 나돌았다. 그러나 한 측근은 그런 조직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92년 대선 당시 정몽준 의원은 통일국민당 부산본부장으로 활약했는데 이때 정의원을 도운 핵심참모가 바로 미국 MIT대학 박사이자 현대중공업 부사장 출신 안충선씨였다. 현대중공업엔 정의원의 핵심측근으로 통하는 권오갑 상무를 포함해 국민당 창당멤버 10여명이 근무중이다. 대한축구협회의 경우 김상진 부회장(한국일보 정치부장 출신·언론기고 담당), 자금문제의 귀재로 통하는 남광우 사무총장(현대중공업 총무부장 출신), 유영철 홍보국장(13대부터 정의원 보좌), 김동대 사무총장보 등 정의원의 브레인들이 곳곳에 포진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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