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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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에 돈키호테가 없네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10-19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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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키호테’에 돈키호테가 없네
    ‘돈키호테’라는 발레 이야기를 꺼내려 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재미없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인다. 왜냐고?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소설 ‘돈키호테’ 때문이다. 늙은 기사 돈키호테가 어수룩한 하인 산초 판자와 함께 황당한 모험을 벌이는 이야기를 발레로 꾸며놓으면 얼마나 재미없을까.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러한 생각은 완전한 착각이다. 발레 ‘돈키호테’에서 돈키호테와 산초 판자는 첫 부분에 잠깐 등장할 뿐, 발레는 돈키호테의 꿈속에서 진행된다. 꿈속에 등장하는 시골 처녀 총각인 키트리와 바질이 이 작품의 주인공이다. 선술집 딸 키트리와 이발사 바질은 서로 티격태격 사랑싸움을 하다 유쾌한 결혼식을 올리며 극을 끝낸다.

    ‘돈키호테’에 돈키호테가 없네
    국립발레단은 스페인춤 특유의 빠르고 명랑한 몸동작, 그리고 화려한 의상들이 볼거리인 ‘돈키호테’를 6월28일부터 7월3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기존의 3막 구성을 2막으로 바꾸어 좀더 속도감 있는 무대를 연출할 예정이다. 주역인 바질과 키트리로는 장운규-김주원, 이원철-김지영, 이원국-코리나 드미트레스큐의 세 커플이 번갈아 출연한다. 지난해 말 국립발레단을 그만둔 김지영은 객원무용수 자격으로 참가한다.

    ‘돈키호테’는 국립발레단에 아주 특별한 작품이기도 하다. 이 작품은 1991년 초연 이후 항상 국립발레단의 대표작으로 손꼽혀왔다. 지난 1998년 파리 국제무용콩쿠르의 2인무 부문에서 우승한 김용걸-김지영 커플은 바로 이 ‘돈키호테’에 나오는 파드되로 1등상을 수상했다. 이 우승을 발판으로 김용걸은 파리 오페라발레단에 동양인 최초로 입단했다. 5년간 국립발레단에서 부동의 프리마돈나로 군림한 김지영도 곧 네덜란드 국립발레단에 입단하니 ‘돈키호테’는 국립발레단의 두 주역이 유럽으로 진출하는 교두보 구실을 한 작품인 셈이다.

    ‘돈키호테’에 돈키호테가 없네
    국립발레단의 김긍수 예술감독은 “돈키호테의 스페인적 기질이 우리 발레 무용수들과 맞는다”고 말했다. “발레는 서양인이 만든 예술이다 보니 아무래도 우리가 따라가기 힘든 특유의 느낌이 있습니다. 하지만 스페인춤의 동작에 중점을 둔 ‘돈키호테’는 빠르고 경쾌한 춤이 많죠. 이런 부분이 우리 무용수들의 기질에 어울린다고 봅니다.”



    국립발레단은 이번 공연에서 김지영의 상대역으로 이원철이라는 신예 무용수를 발탁했다. 지난 4월 있었던 ‘지젤’ 공연 때 조역으로 첫선을 보인 이원철은 그 후 국립발레단 홈페이지에 ‘이원철을 주역으로 기용해 달라’는 팬들의 편지가 쏟아질 정도로 탁월한 신인이다. 김주원과 호흡을 맞출 장운규 역시 근래 부쩍 성장한 기량을 보여주고 있어 기대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여자 주역인 키트리 역으로는 루마니아 출신 무용수인 코리나 드미트레스큐를 초청했다. 굳이 객원무용수를 초빙한 데서 김지영의 뒤를 이을 만한 재목을 아직 찾아내지 못한 국립발레단의 고민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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