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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반드시 찾아내고 말 테야”

비안도 고려청자 발견 후 탐사작업 다시 활기 … 바다 속 대박, 석유 시추보다 더 어려워

  • < 안영배 기자 > ojong@donga.com

“보물, 반드시 찾아내고 말 테야”

“보물, 반드시 찾아내고 말 테야”
지난 4월 군산 서해 앞바다에서 고려청자가 무더기로 인양된 이후 바다 속 보물찾기 사업이 남해안으로, 그리고 동해안으로 물결치듯 번져가고 있다. 서해안 이곳저곳에서 보물선 찾기 사업이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는가 하면, ‘이용호 게이트’로 여론의 질타를 받아 폐쇄 직전까지 갔던 진도 앞바다의 보물찾기 작업에 재도전하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또 동해안에서는 침몰된 러시아 보물선 돈스코이호 인양작업이 동아건설에 의해 재추진되고 있다.

먼저 서해안의 경우 군산 비안도 앞바다에서 고려청자가 대거 인양됨으로써 인근 해역에서 보물선을 찾는 탐사자들의 기대감도 한껏 부풀어 있다. 군산 지방해양수산청에 따르면 고군산군도 주변에서만 국내 해저매장물 발굴승인 신청 건수가 4건. 지난 1999년 발굴업자 3명이 무더기로 승인받아 발굴작업을 하고 있다. 발굴업자들은 저마다 자신이 발굴하는 지점에 보물선이 있다고 확신한다.

이 해역에서 보물선이 침몰했다는 그럴듯한 ‘근거’도 유포돼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이 종전으로 치닫던 1945년 5월 인체실험으로 유명한 일본군 731부대 소속의 병원선(253톤급)이 중국 상하이에서 금괴 100여톤을 싣고 들어오다 미군기의 폭격을 받아 고군산군도 앞바다에 침몰했고, 같은 해 6월에는 충남의 장항제련소에서 금, 은 등 300톤 가량의 보물을 선적해 항해하던 화물선도 이곳에서 침몰했다는 것.

발굴업자들 “보물선 있다” 확신

“보물, 반드시 찾아내고 말 테야”
이에 대한 ‘믿음’을 부여해 주는 책도 있다. 폭로 전문기자인 스털링 시그레이브와 페기 시그레이브가 일본황실 문서 등을 근거로 쓴 ‘일본인도 모르는 천황의 얼굴’이라는 책이 그것. 보물을 찾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성전(聖典)으로 통하는 이 책은 일본의 보물선 얘기를 언급하고 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주범인 히로히토의 동생 지치부 왕자가 ‘전쟁중 아시아 각국에서 자행된 보물약탈의 핵심인물’이며, 그가 일명 ‘황금 백합작전’을 통해 수많은 금괴와 보물들을 빼돌렸다는 것이다.



아무튼 S씨를 비롯한 발굴업자 3명은 탐사장비를 동원해 최근 이 해역에서 보물선으로 추정되는 선박들을 찾아냈고, 이후 보물선 찾기로 ‘대박’을 꿈꾸는 사람들의 발길도 잦아지고 있다는 소문이다. 그러나 개펄 제거작업이 더뎌 보물 적재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해저 보물찾기 사업을 벌이다 철퇴를 맞은 진도 앞바다에서도 재탐사 작업이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사업주체인 삼애인더스(대표 이용호)의 주가조작 혐의로 파란을 겪은 진도 앞바다 보물찾기 사업에 삼애인더스의 소액주주들이 자발적으로 나선 것. 소액주주 300여명으로 구성된 ‘주주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활동중인 J씨의 말.

“이용호 게이트로 보물찾기 사업이 중단되다시피 했지만 우리는 끝을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진도 앞바다에 감춰진 보물은 일제가 우리나라의 지기(地氣)를 끊어버리기 위한 풍수침략 행위와도 관련이 깊다. 이곳을 탐사해 보물이 나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보물이 없더라도 일제의 만행을 알려주는 역사적 자료들만 찾아내도 우리는 위안을 얻을 수 있다. 우리 주주들이 자체 조사한 결과 일제의 풍수침략적 만행 외에 보물이 있음직한 긍정적인 징후들을 적잖게 찾아냈다.”

진도 앞바다의 보물설에 담긴 사연은 이렇다. 일제가 동남아 진출의 군사 요충지로 삼은 진도 앞바다의 여러 섬 중 특히 죽도는 서남향으로 뻗어내린 한반도의 지맥이 마지막으로 뭉쳐 있는 곳. 이 때문에 일제는 이곳에 모종의 풍수적 방해장치를 해놓았다고 한다. 그 후 일본군은 태평양전쟁에 패해 후퇴하면서 동남아에서 약탈한 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등 수조원어치의 보물 역시 포탄 탄피에 넣어 덩달아 묻어놓았다는 것.

이런 사실은 일제시대 장성을 지낸 하야시(가명)가 자신의 병을 치료해 준 데 대한 보은으로 기 치료사인 김모 여인(한국인)에게 들려줬고, 김씨는 이를 일본에서 귀국한 후 ‘일제 쇠말뚝 제거운동’을 줄기차게 벌여온 소모씨에게 전해줌으로써 세상에 알려졌다. 그러나 진도의 일명 ‘하야시 보물’은 갖은 곡절 끝에 결국 삼애인더스의 이용호씨에게 발굴권이 넘어갔고 이후 파란 많은 사연만큼이나 온 나라를 시끄럽게 했던 것.

그런데 ‘이용호 게이트’에 대한 특검수사에 따르면 진도 보물 발굴사업과 관련, 국가기관이 총동원되다시피 했음에도 불구하고 보물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이에 대해 J씨는 “그간 잠수부를 동원해 주먹구구식으로 탐사를 벌였고, 바닷물을 차단하기 위한 물막이공사중 불행히도 축대가 무너져내리는 바람에 작업이 중단돼 발견하지 못했을 뿐”이라고 말한다.

J씨는 ‘삼애인더스 주주’ 하면 ‘보물에 미친 놈들’이라고 비웃는 것에 대해 “주주들의 자존심 문제와 역사적 소명감 때문에 끝까지 보물찾기 사업을 포기할 수 없었다”고 밝힌다. 그간 삼애인더스 주주들은 자비를 들여 자체 조사한 자료들을 들이대며 이용호씨에게 진도 앞바다 땅 밑에 있는 보물찾기 사업을 과학적으로 접근하자고 설득했다 한다. 결국 삼애인더스측은 주주들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어 지난해 말 물막이 원상 복원 공사중에 지하자원 개발 전문업체인 지하정보개발㈜에 시추공 탐사를 의뢰했다. 놀랍게도 보물이 묻혀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부분에 2m 간격으로 모두 10개의 시추공 탐사를 한 결과 8번 시추공에서 탄피로 추정되는 강력한 전자파를 잡아내는 수확을 거뒀다. 이 탐사보고서는 지난 4월 한양대에서 열린 학술대회에서도 발표된 바 있다.

“역사적 소명감 절대 포기 못해”

그러나 삼애인더스의 김인호 부장은 “주주들이 자발적으로 애써 몇 가지 긍정적인 결과를 얻어내긴 했지만, 워낙 정치적으로 예민했던 곳이라 재발굴 신청을 할 경우 허가권자가 허가를 해줄지 모르겠다”고 한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서남해안의 보물찾기 바람은 동해안에서도 거세게 불고 있다. 2000년 12월 동아건설이 울릉도 근해에서 보물선을 발견했다고 보도돼 화제가 된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인양작업이 다시 활성화되고 있는 것. 동아건설의 보물선 인양사업은 법원의 동아건설 파산 결정 이후에도 식을 줄 모른다. 장외거래 전문 인터넷 사이트인 제이스톡 게시판에는 보물이 발견되기를 학수고대하는 동아건설 소액주주들의 글들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그도 그럴 것이 1905년 울릉도 저동 앞바다에서 침몰한 러시아 발틱함대 소속 드리트리 돈스코이호에는 러일전쟁 당시 군자금 목적으로 사용하려던 수십조원대의 금괴와 골동품이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최소한 돈스코이호가 그 지역에 침몰해 있다는 것만큼은 역사적 사실이기 때문.

동아건설의 한 관계자는 법원이 보물선 탐사작업과 관련한 70억원 규모의 자금 집행을 이미 허락한 바 있기 때문에 보물선 인양사업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한다. 현재 돈스코이호에 대한 실무 탐사작업은 한국해양연구원이 맡고 있다. 7월 첨단 장비인 원격 무인잠수정으로 탐사작업을 할 예정이나 장비 점검과 해상 날씨 때문에 약간 미뤄진 상태다.

한편 동아건설의 이창복 대표이사는 채권단 중 일부 은행이 “실현성 없는 일에 왜 돈을 쓰느냐”며 못마땅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대해 “보물선 사업은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든 빨리 끝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돈스코이호에 보물이 있는지 여부를 최종 확인하는 것이 동아건설 채권단뿐 아니라 주주나 회사를 위해서도 바람직하다는 것. 주주들이 아직도 돈스코이호에 대한 기대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상장 폐지 이후 50원대에 거래되던 동아건설 주식이 지금은 700원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매물도 거의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무튼 한반도 바다 전역에서 추진되는 보물찾기 사업은 앞으로도 사그라지기는커녕 더욱더 활성화될 조짐을 보인다. 그러나 “바다에서 보물선을 찾는 것은 바다에서 석유를 찾아내는 일보다 더 어려운 작업일 것”이라는 해양전문가의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주간동아 341호 (p54~55)

< 안영배 기자 > oj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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