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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신화 ‘대권 신화’로 이어질까

정몽준 의원, 축구 열기 타고 정치권 시선 한 몸에… 각 당에서 벌써 ‘구애설’ 나돌아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월드컵 신화 ‘대권 신화’로 이어질까

‘여의도’에 ‘정풍(鄭風) 주의보’가 내려졌다. 정풍은 어느 정도 파괴력이 있을까. 월드컵 4강 신화가 현실이 된 요즘 정치권은 정몽준 의원(무소속)의 일거수일투족을 과거와 다른 눈길로 바라본다. 월드컵 이전만 해도 제3후보 가운데 한 사람에 불과했지만 ‘월드컵 4강 신화’의 길 안내를 받은 정풍의 기세는 과거와 사뭇 다르다. 국민들도 히딩크와 함께 4강 신화의 한 주역으로 그의 역할을 강렬하게 인지하고 있다.

‘여의도’의 지형도 어느 때보다 정의원에게 유리하게 전개된다. 6·13 지방선거에 참패한 민주당은 후보교체론에 휩싸여 있고 자민련은 ‘생사’의 기로에서 헤매고 있다. 두 당에서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위기감 속에 새 대안을 모색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 중심에 정몽준 의원이 자리잡고 있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이인제 박근혜 정몽준 의원 등과 ‘4자연대’라는 구체적 그림으로 정의원을 유인하고, 내홍 상태인 민주당은 “정몽준을 영입, 대선후보로 내세워야 한다”(송석찬 의원)는 직설적인 화법으로 구애에 나섰다.

짐짓 못 들은 척하지만 정의원측은 양당의 구애를 예민하게 지켜보고 있다. 정의원의 핵심참모로 일했던 한 인사는 “정의원측은 월드컵이 끝난 직후인 7월 중순 대선 출마와 관련한 입장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에선 ‘징검다리론’ 대두

때맞춰 정의원 캠프도 조용한 가운데 부산한 움직임을 연출한다. 인터넷 홈페이지(www. mjchung.pe.kr)에서는 지난 5월 월드컵 개최에 때맞춰 정책보좌 인턴을 모집한다는 명분으로 전국의 신진 기예들에게 출병을 독려하고 있고 인터넷 팬클럽 ‘MJ러브’도 정의원측의 적극적인 홍보로 회원들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리고 있다. 후원회장인 이홍구 전 총리도 여느 때와 달리 후원회원을 독려하고 있다. 출마를 염두에 두지 않고는 보일 수 없는 행보들이다.



그렇지만 정의원의 측근은 “대선에 출마한다는 큰 원칙 외에 구체적 방법은 아직 결정을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6월 말 현재 정의원 앞에는 신당 창당을 통한 독자세력화, 4자연대, 민주당 및 한나라당 입당 등과 같은 구체적 시나리오들이 흘러다닌다. 정의원의 한 측근은 이 가운데 ‘독자적인 움직임’을 통해 대선행보에 시동을 걸 것으로 전망한다. 그렇다고 독자 출마로 해석하는 것은 곤란하다. 이 인사의 설명. “정의원은 한때 대선에서 500만표(20%)를 얻을 가능성이 있으면 독자 출마를 고려해 볼 수 있다는 판단을 한 적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지 않느냐.”

정의원의 독자세력화는 정치권에서 일고 있는 4자연대 등을 겨냥한 ‘계산’이다. 박근혜 의원이 한국미래연합을 창당, 당 대표가 된 점 등을 감안해 비슷한 중량감을 갖추려는 복선이다. 정의원은 독자세력화로 시작된 자신의 행보에 4자연대가 ‘장착’될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민주당에서 일고 있는 후보교체론의 접목은 그 다음 순서다. 노무현 후보의 낙마가 전제돼야 하지만 정의원측은 이 구도가 최상의 시나리오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민주당 내에서 정의원의 출마를 부추기는 인사들이 예상 외로 많다는 것이 한 측근의 귀띔이다.

월드컵이 시작된 지난 5월 말, 한나라당은 정몽준 변수에 대한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이 보고서에는 제3후보 정몽준의 역할을 ‘조연’으로 규정한 것으로 알려진다. 어떤 방법으로 거듭나든 ‘제3후보’로서의 한계를 벗어나기 어렵다는 것이 자체 판단이었다. 이에 따라 정의원의 한나라당 입당을 예측하기도 했다. 이른바 ‘징검다리론’이 입당 배경이다. 이번 대선에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이회창 후보를 밀고 대신 장관이나 총리 등을 거치며 자신의 약점으로 거론되는 행정경험을 쌓은 다음, 이를 토대로 2007년 대선에 도전한다는 것이다. 징검다리론은 2000년 총선 직후 정의원측 캠프에서 먼저 검토한 플랜이다.

그러나 정의원은 “준비 없이 특정 정당에 들어가는 것은 스스로를 ‘원 오브 뎀’(One of them)으로 전락시키는 생각 없는 행동”이라는 판단에 따라 한나라당 입당 시나리오를 대선전략 파일에서 지워버렸다. 한나라당은 이 징검다리의 재건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풍의 폭발 가능성에 대한 정치권과 언론의 의견은 갈린다. 정풍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은 ‘정몽준’이라는 상품가치와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라는 국민 정서를 주목한다. 특히 월드컵 신화를 이룩한 그의 지략과 국제적 감각 등이 제대로 평가될 경우 정풍은 커다란 동력을 얻게 될 것이란 분석이다.

반대로 정풍의 ‘단발’을 예상하는 사람들도 많다. ‘축구는 축구, 정치는 정치’라는 것. 정풍의 한계로 거론되는 인자들은 이 밖에도 많다. 필요에 따라 4자연대를 주장하는 JP도 선거 윤곽이 드러나면 이기는 쪽으로 중심을 이동하는 특유의 처세를 선보일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들이 많다.

리더십, 포용력 등과 관련한 정의원 개인의 독특한 캐릭터를 극복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주로 정의원을 가까이서 지켜본 인사들 가운데 이런 지적이 많은 점이 특이하다.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지만 독선적인 스타일 등이 검증과정에 노출될 경우 ‘노풍’(盧風)에 이어 정풍도 바람이 빠질 것이란 주장이다. 정의원 주변에서는 “모든 것은 정의원의 리더십에 달린 문제”라고 말한다.

정의원은 바쁜 와중에도 요즘 자신의 후원회장인 이홍구 전 총리와 부부동반으로 식사 모임을 자주 갖는다. 이 자리에서 정의원은 집권당 대표, 장관 등을 지낸 이 전 총리의 경험을 전수받고 있다. 정의원은 지난 5월31일 국회 본관 앞에 관광버스 7대를 보내 동료의원들을 상암경기장으로 실어날랐다.

정의원 사무실에는 여야 의원들의 입장권 민원이 이어진다. 이에 못 견딘 정의원은 지난 6월22일 광주에서 열린 한국과 스페인의 8강전에 의원들을 다시 초청했다. 수십명의 동료의원은 관중석에서, 국민들은 TV를 지켜보는 가운데 정의원은 당당한 모습으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정의원은 최근 측근들에게 “떨어지더라도 국민과 대화 기회를 갖는 것은 소중한 경험”이라고 말했다. 월드컵 이후 정의원의 진로를 살필 수 있는 좌표로 보기에 충분한 발언이다.



주간동아 341호 (p38~39)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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