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41

2002.07.04

“삼바축제 일본서 끝내주마”

독일 잡으면 브라질과 결승 대결 가능성 커 … 강력한 몸싸움으로 공격 무력화 땐 승산

  • <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kisports@hanmail.net

    입력2004-10-18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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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제는 요코하마에서 축배를 드는 일만 남았다. 한국 축구가 기적 같은 승리를 거듭하며 월드컵 우승까지 바라보고 있다. 16강전에서 강호 이탈리아에 골든골승(2대 1), 스페인과 4강 진출전에서 승부차기승(5대 3)을 거두는 등 힘겨운 행보를 했지만, 욱일승천(旭日昇天)의 기세를 타고 있고, 역대 월드컵 우승팀들이 대부분 예선 혹은 토너먼트에서 힘든 고비를 넘겼다는 것을 감안하면 우승이 전혀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더구나 한국은 폴란드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유럽의 강호들을 차례로 제압하고 있어, 역시 유럽팀인 독일과 준결승전은 물론 결승전 파트너가 될 것이 확실한 브라질과도 겨뤄볼 만하다. 혹시 일본에서 있을 준결승전에서 터키가 브라질을 잡아준다면 우리로서는 더욱 해볼 만하다.

    독일 고공공격 위력… 발 느린 수비진은 허점 많아

    터키는 6월3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벌어진 브라질과의 C조 예선 첫 경기에서 비교적 잘 싸우고도 석연치 않은 페널티킥을 허용하는 바람에 1대 2로 패한 만만치 않은 팀이다. 2000년 유럽축구연맹(UEFA)컵에서 우승을 차지한 갈라타사라이팀 선수나 이 팀 출신들이 베스트 멤버의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조직력이 탄탄하다. 그러나 이름만 들어도 상대 선수들이 주눅 들 스타플레이들이 즐비한 브라질보다는 역시 터키가 상대하기 수월한 것은 사실이다.

    우리가 6월25일 상대할 독일은 54년 스위스 월드컵, 74년 서독 월드컵, 그리고 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네 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카메룬 아일랜드와 같은 예선 E조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8대 0으로 대파하고 카메룬도 2대 0으로 잠재우는 등 가공할 공격력을 보인 끝에 조 1위로 16강에 올랐다. 그러나 미국과의 4강 진출전에서는 미국의 도너반 등 발 빠른 선수들에게 수차례 득점 기회를 허용하는 허점을 드러냈다. 또한 후반전에는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등 미국의 페이스에 끌려다닌 끝에 발라크 선수의 골로 1대 0으로 간신히 이겼다.



    독일은 지난해 6월 유로2000 1라운드 탈락이라는 처참한 성적을 냈다. 96년 유로1996 우승국으로서의 자존심이 그대로 무너진 것이다. 루마니아(1대 1 무승부) 포르투갈(3대 0 패) 잉글랜드(1대 0 패)와 한 조를 이뤄 1무2패로 단 한 번의 승리도 거두지 못해 축구가 몰락했다는 비난에 시달렸다. 이에 앞선 A매치에서도 2월엔 네덜란드에 2대 1로 졌고, 3월엔 크로아티아와 1대 1, 4월엔 스위스와 1대 1로 비기는 등 불안한 전력을 노출했다. 유로2000이 끝나자마자 에리히 리벡 감독은 경질됐고 86년 멕시코대회, 90년 이탈리아대회, 94년 미국대회에 선수로 월드컵에 참가했던 루디 푀ㄹ러(43)가 사령탑을 맡게 됐다.

    푀ㄹ러는 부임하자마자 독일 축구의 대명사인 3-5-2 포메이션에 구애받지 않고 3-4-3을 도입했고 3-4-1-2를 병행해 공격적인 축구를 전개했다. 분데스리가를 중심으로 30명의 정예 멤버만 운용하면서 베테랑들을 제외시키고 ‘젊은 피’의 비중을 늘린 결과 월드컵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푀ㄹ러는 비어 호프와 비슷한 스타일의 스트라이커 양커, 알바니아전과 그리스전에 교체멤버로 출전해 연속 골을 넣으며 급부상한 신세대 스타 미로슬라프 클로제, 독일 최초의 흑인 대표선수로 발탁된 게랄트 아사모아에게 기대를 걸었다. 발라크는 베켄바우어 이후 최고의 선수라는 찬사에 걸맞게 좋은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국과의 4강 진출전에서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헤딩골을 뽑아냈다.

    클로제는 사우디아라비아와의 경기에서 대회 첫 해트트릭을 기록했고, 자신이 기록한 5골 모두 머리로만 뽑아내는 진기록 행진을 하고 있다. 또한 독일이 내세우는 골키퍼 올리버 칸은 5경기에서 단 1점만 허용하는 놀라운 방어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앞서 잠깐 지적했듯 독일의 약점은 공격이 단조롭고 체력이 약하는 점이다. 한국이 미국이 사용했던 전술, 즉 사이드에서 빠른 발을 이용해 역습을 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세트플레이 때 좌우측의 높은 센터링을 조심하고, 전반전보다 후반전에 집중적으로 공략하면 독일 전차를 멈추게 할 수 있다.

    독일의 고비를 넘어서면 일본에서 살아남을 브라질과 결승전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브라질은 호나우두, 호나우디뉴, 히바우두의 삼각편대가 막강한 팀이다. 세 선수는 나름대로 일기당천의 기량을 갖고 있어 상대 수비수로서는 사실상 막기 곤란하다. 잉글랜드와의 4강 진출전에서 레드카드를 받은 호나우디뉴는 준결승전 한 경기를 못 나오지만 결승전에는 출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브라질과 싸울 때는 호나우디뉴의 현란한 드리블과 히바우두의 강력한 왼발, 그리고 호나우두의 개인기를 막아야 한다. 더구나 수시로 오버래핑을 하는 카를루스와 카프의 공격 가담도 경계 대상이다. 특히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에서 프리킥 상황이 발생할 경우 카를루스의 살인적인 프리킥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러나 브라질도 약점이 있다. 몸싸움에 약하다. 특히 미드필드에서 강력하게 밀어붙이면 제풀에 나가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제까지 유럽팀들과 만나서 해온 것처럼 공격과 수비를 극단적으로 좁히고 기술을 발휘하지 못하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만약 터키와 결승전에서 만나면 절정의 기량을 발휘하고 있는 하샨과 특급 골잡이 수쿠르 선수를 조심해야 한다. 수쿠르는 C조 예선에서는 컨디션이 좋지 않아 인상적인 플레이를 펼치지 못했지만 점점 컨디션이 좋아지고 있어 경계해야 한다. 유럽 예선 11경기에서 5골을 터뜨린 골잡이로서의 본능이 언제 드러날지 모른다. 또한 특급 수비수 오잘란과 터키 축구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라는 레크베르가 지키는 수비는 일본과 세네갈의 파상공세를 무실점으로 막아낸 철벽이다. 특히 오잘란은 수비수이면서도 지난해 6월 마케도니아전에서는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터키도 단조로운 공격을 보이는 약점이 있다. 지난 3월 중국과의 평가전에서 드러났듯 공격을 너무 수쿠르에게만 의존한다. 우리로서는 전반전보다 안정환과 이천수를 조커로 사용하는 후반전에 승부를 걸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한국 축구는 기적을 만들어가고 있다. 준비를 철저히 하고 노력하는 자에게는 이 기적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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