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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도 돈 못 버는 이공계 ‘왕따’

대졸자들 연구개발직 기피 심각 … 금융업 등 고임금 직종으로 몰려

  • < 안병억/ 런던 통신원 > anpye@hanmail.net

영국도 돈 못 버는 이공계 ‘왕따’

영국도 돈 못 버는 이공계 ‘왕따’
복제양 돌리를 만들어낸 것에서 알 수 있듯, 영국은 생명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미국에 스탠퍼드대학 출신들이 주축이 된 실리콘밸리가 있다면, 영국에는 펜밸리(fen valley)가 있다. 케임브리지 교외의 과학단지에 위치한 펜밸리에는 케임브리지대학 학생들이 졸업 후 창업한 벤처기업들이 몰려 있다.

이처럼 수준 높은 과학기술을 자랑하는 영국에도 최근 이공계 기피 현상이 큰 문제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영국학생연맹이 지난 5월16일 전국 30개 주요 대학 졸업예정자 1만37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공계 연구개발 분야를 직업으로 선택하겠다고 대답한 학생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나 줄어들었다. 대다수 학생은 금융서비스 산업이 몰려 있는 런던 중심부의 ‘더 시티’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대학생들이 연구개발 분야를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는 턱없이 낮은 임금 때문이다. 영국의 이공계 대학원 박사과정 학생은 보통 연구원으로 불리며 연봉제로 급여를 받는다. 그런데 이 연봉은 런던 지하철역에서 보조원으로 근무하는 사람의 임금보다 4000파운드(약 740만원)나 적은, 그야말로 생계보조비 수준이다.

정부 지원금도 대폭 삭감 죽을 맛

노동당 정부의 학비 지원금 삭감은 이공계 기피 현상을 몰고 온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토니 블레어 정부는 99년부터 대학생에 대한 학자금과 생활비 지원을 대폭 삭감했다. 이 때문에 99년에 입학해 보통 3년인 학사과정을 마치고 올해 졸업하는 학생들은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올해 졸업 예정자들은 평균 9100파운드(약 1680만원)에 달하는 빚을 지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학생들 대부분이 고임금 직종을 찾아가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만약 이들이 이공계 박사과정에 진학하면 빚을 갚기는커녕 더 많은 빚을 떠안게 된다.



‘영국 과학을 살리자’라는 단체의 사무총장 피터 코트그리브 박사는 “영국의 과학 토대가 흔들리고 있다”며 정부의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총리 직속 과학정책 자문기구의 데이비드 킹 박사도 같은 의견이다. 킹 박사는 이공계 교수와 박사과정 재학생의 임금 인상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공계 교수들의 임금만 인상한다면 인문·사회과학 분야 교수들과의 역차별 문제가 제기돼 이 또한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지난해 6월 총선 직전, 블레어 총리는 이공계 지원을 확대하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 공약은 말 그대로 빈 약속임이 드러났다. 정부의 2002 회계연도(2002. 4~2003. 3) 대학 연구개발 지원금은 지난해와 비교해 6.8% 늘어났지만 인플레이션을 감안하면 이 인상률은 거의 제자리걸음이나 마찬가지다. 119개의 대학 중 절반에 가까운 55개 대학의 연구개발 지원금은 물가인상을 감안할 경우 오히려 줄어든 셈이다.

영국 내 연구개발 분야 종사자가 줄어들면서 영국에 유학하고 있는 외국 유학생들이 이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러나 외국 유학생들도 박사학위를 받으면 조건이 더 좋은 미국으로 향하는 추세다. 야심찬 계획으로 시작된 펜밸리가 실리콘밸리를 넘어서기는커녕, 이대로 가라앉아 버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주간동아 337호 (p73~73)

< 안병억/ 런던 통신원 > anpy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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