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7

..

재미 10배 ‘숨은 1cm’는

알고 보면 더 재미있는 월드컵 … 한국 16강 진출 때 상대는? 한 경기서 몇 km나 뛸까?

  • < 기영노/ 스포츠평론가 >kisports@hanmail.net

    입력2004-10-08 13:56: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재미 10배 ‘숨은 1cm’는
    개최국 국민으로 6년을 기다려 온 2002 한·일 월드컵이 드디어 시작된다. 이 절호의 기회를 그냥 놓칠 수 없다. 입장권이 없어도 나름대로 월드컵을 즐기는 방법이 있다. 우선 하루에 3경기씩 벌어지는 텔레비전 중계에 자신의 스케줄을 맞춰놓을 필요가 있다. 현장감은 느끼지 못하지만 축구를 1인치만 더 자세히 보면 휠씬 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월드컵 경기가 벌어지는 경기장 주변에 가면 갖가지 문화행사 등 축구 외에도 볼거리가 많다.

    예선 빅게임 달력에 표시하세요

    우선 한국팀의 3경기, 즉 6월4일 오후 8시30분 폴란드전, 6월10일 오후 3시30분 미국전, 그리고 6월14일 오후 8시30분 포르투갈전은 꼭 봐야 한다. 우리와 같은 D조에 속해 있는 미국-포르투갈전(6월5일 오후 6시), 포르투갈-폴란드전(6월10일 오후 8시30분) 그리고 폴란드-미국전(6월14일 8시)은 반드시 볼 필요가 있다.

    한국과 폴란드의 경기는 우리로서는 사활이 걸린 경기다. 만약 이 경기에서 한국이 이기면 16강 진출 가능성은 80% 이상이다. 객관적인 전력상 포르투갈에 이어 D조 2위인 폴란드를 잡았다는 것은 경우에 따라 조 1위도 바라볼 수 있을 정도로 고무적인 사건이다. 만약 비기면 16강 진출 가능성은 반반이 된다. 6월10일 미국과의 경기를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패하면 사실상 16강 진출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설사 미국을 이긴다 하더라고 마지막 경기인 포르투갈전에서 이기거나 최소한 비겨야 한다는 부담이 생기기 때문이다.

    우리와 같은 개최국인 일본의 경기, 즉 한국이 첫 경기를 갖기 직전인 6월4일 오후 6시에 벌어지는 일본 대 벨기에전, 그리고 6월9일 8시30분에 있을 일본과 러시아전, 6월14일 한국이 마지막 경기를 갖기 5시간 전에 벌어질 H조의 마지막 경기 가운데 튀니지와 일본(오후 3시)의 경기도 관심거리다. 일본의 성적은 공동 개최국인 한국의 성적과 항상 비교 대상이다.



    일본은 벨기에 튀니지는 별로 염두에 두지 않고 러시아를 조 1위 경쟁 상대로만 생각해 왔는데 벨기에의 전력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밝혀져 비상이 걸렸다. 벨기에는 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한국과 1대 1로 비겨 예선 탈락하던 당시의 그 팀이 아니다. 5월21일 프랑스 원정 경기에서 2대 1로 이겼듯 전력이 막강하다.

    그 밖에 예선경기 중 6월7일 오후 6시 전주에서 벌어질 스페인과 파라과이의 경기는 유럽과 남미의 자존심 대결이라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 경기는 한국에서 벌어질 예선경기 중 가장 관심을 끈다. 스페인은 이번 대회에서 시드를 배정받았고, 파라과이는 남미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와 함께 ‘빅3’ 대접을 받고 있다. 이 경기에서 이기는 팀이 B조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슬로베니아를 제치고 1위(패하면 2위)를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날 8시30분에 있을 아르헨티나-잉글랜드전은 이번 대회 예선 최고의 하이라이트다. 두 나라의 악연은 1982년 포클랜드 전쟁이 발발하면서 증폭되었고, 86년 멕시코 월드컵 8강전에서 다시 만나 국운을 건 운명의 대결을 펼쳤다. 이 경기에서 아르헨티나의 마라도나는 월드컵 역사상 최대 사기극인 핸들링 골, 즉 ‘신의 손’ 파문을 일으키며 아르헨티나를 2대 1 승리로 이끌었다. 두 나라는 98년 프랑스 월드컵 16강전에서도 만났다. 이 경기에서 ‘잉글랜드의 핵’ 데이비드 베컴이 넘어진 상태에서 아르헨티나의 시메오네를 발로 걷어차 퇴장당함으로써 잉글랜드 패배의 구실을 제공했다. 이로 인해 베컴은 한때 ‘잉글랜드 축구 공공의 적’으로 불렸다. 120분 동안의 혈투 끝에 2대 2 무승부를 이뤘으나 승부차기에서 아르헨티나가 이겨 8강에 올랐다.

    5월31일 상암 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질 프랑스와 세네갈전은 대회 우승팀 자격으로는 마지막 자동출전권(다음 독일 대회부터는 우승팀도 예선을 거쳐야 한다)을 따낸 프랑스가 과연 ‘세미 프랑스’팀이라는 세네갈을 어떻게 요리할 것인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세네갈의 부르노 메추 감독은 “반드시 프랑스를 잡고 돌풍의 주역이 되겠다”고 벼르고 있다. 월드컵 출전이 처음인 세네갈은 12명이 프랑스 프로리그에서 할약하고 있는 ‘리틀 프랑스’팀이다. 아프리카 최종 예선에서 8골을 터뜨린 우세이누 디우프를 비롯해 세네갈 주축 선수 대부분이 어린 시절부터 프랑스로 건너가 축구를 한 선수들이다.

    솔직히 말해 한국팀이 16강에 오르더라도 8강 진출은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만큼 어렵다. 8강 진출전을 펼칠 것으로 보이는 G조의 1, 2위(이탈리아 크로아티아 예상)가 우리보다 한 수 또는 두 수 위의 팀들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조 2위로 통과하면 G조 1위가 유력한 이탈리아와 8강을 다퉈야 한다.

    지난 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북한이 이탈리아를 1대 0으로 제압한 전력은 있지만 당시 이탈리아는 최악의 상황이었고, 북한은 8개월간의 유격훈련으로 체력이 뛰어났다. 더구나 이탈리아는 전반 35분 북한의 박승진의 태클에 걸려 불가렐리가 부상해 밖으로 실려 나갔다. 당시는 선수교체 규정이 없어 이탈리아는 10명이 싸워야 했다.

    어쨌든 16강에 진출하더라도 한국의 경기는 6월17일(또는 18일) 끝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4강 이상이 확실시되는 아르헨티나 프랑스 브라질 또는 이탈리아 가운데 한 팀을 자신의 팀으로 정해 월드컵이 끝날 때까지 응원하는 것이다. 그러면 준결승전(6월29일) 또는 결승전(6월30일)이 벌어질 때까지 긴장을 풀지 않고 월드컵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내기를 걸어도 좋다. 내기를 걸 때는 당일 경기 승패도 좋지만 월드컵 전체를 봐서 한국팀 선수 가운데 첫 골을 넣는 선수, 이번 대회 득점왕, 그리고 78년 아르헨티나 월드컵부터 이어지고 있는 ‘득점왕=6골’ 징크스가 깨질까? 또는 어느 팀이 우승을 차지할까? 등등 월드컵 전체를 놓고 해보면 더욱 재미있을 것이다. 한국팀 경기는 가능한 한 여러 사람과 함께 보는 것이 좋다. 누구와 함께 보든지 일체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축구는 11명이 지혜와 체력을 쏟아붓는 90분간의 대합창이다. 어느 포지션, 어느 선수 가릴 것 없이 소홀히 여길 수 없지만 그중에서도 많이 뛰는 선수가 있고 적게 움직이는 선수가 있게 마련이다.

    한 경기에서 선수들은 보통 8~13km를 뛴다. 4-4-2전형을 볼 때 수비 4명은 8~10km, 투톱은 12km, 그리고 가운데 4명은 가장 많은 13km 이상을 달린다. 그렇다고 이 엄청난 거리를 모두 전력으로 뛰는 건 아니다. 풀 스피드로 뛰는 거리가 전체의 7% 가량이며, 상당히 빠른 속도가 20%, 조깅 속도로 뛰는 것이 35~37%, 걷다시피 하는 것이 25%, 심지어 뒤로 뛰거나 걷는 것이 대략 7% 정도다. 그리고 모든 선수는 2~3분 간격으로 3~5초 정도는 완전히 서 있는다.

    축구는 90분 동안 양팀 선수 22명이 뒤엉켜서 하는 경기다. 90분을 22로 나누면 4분이 조금 넘는다. 여기에 볼이 엔드라인이나 터치라인으로 아웃되는 시간, 길게 센터링한 공이 공중에 머무는 시간 등을 빼면 개인기가 아무리 탁월한 선수라 할지라도 한 경기에 볼을 잡고 있는 시간은 불과 3분을 넘지 못한다. 이 3분 동안 볼을 드리블하는 거리는 짧게는 250m, 길어야 600m에 불과하다.

    축구화 밑창에 붙어 있는 징(Stud)의 수는 공격수와 수비수에 따라 다르다. 선수들이 흔히 ‘뽕’이라 부르는 징의 수는 공격수의 경우 민첩함이 요구되기 때문에 앞에 4개, 뒤에 2개 등 6개가 달린 축구화를 신는다. 그러나 수비수는 단단한 지지력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앞에 8개, 뒤에 4개 달린 것을신는다. 비가 올 때는 더 단단한 소재로 징을 만든 축구화를 신고, 맨땅에서 경기할 때는 30~40개의 고무 징이 촘촘히 박힌 축구화를 신는다. 징은 충격 부상과 발의 피로를 최소화하기 위해 단다.

    선수들의 축구화가 다 똑같은 것은 아니다. 첨단과학이 총동원되어 만들어지는 축구화는 제조회사에 따르면 “발 근육 및 혈관의 위치까지 따져 설계돼 피부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또한 “놀랄 만큼 가볍고 발의 굴곡을 따라 디자인돼 좀더 정확하게 공을 찰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축구화도 여러 종류가 있다. 2002 한·일 월드컵이 벌어지는 5~7월 잔디용인 SG(soft ground), 가을 잔디용인 FG(firm ground) 그리고 모래 잔디용인 Truf, 맨땅용인 HG(hard ground) 등이 있다. 주로 사용되는 축구화는 SG와 FG다. SG는 밑창이 긴 마그네슘 징이 그라운드에 빠르고 깊숙이 박히기 때문에 잔디가 미끄럽거나 수중전을 할 때 유리하다. 수비수나 골키퍼들이 많이 신는다. FG는 짧은 폴리우레탄 징이 박혀 있어 신속히 움직이는 데 도움이 되며, 대체로 공격수들이 선호한다.

    그렇다면 골키퍼는 얼마나 빠른 공을 잡아내는 것일까? 황보관 선수가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114km짜리 프리킥을 성공시킨 적이 있다. 1997년 6월 프랑스에서 열린 예비 월드컵대회, 대 프랑스전에서 브라질의 세계적인 수비수 카를루스(167cm)는 그림 같은 25m짜리 바나나킥을 성공시켜 ‘20세기 최고의 골’로 인정받았다. 카를루스의 발을 떠난 공이 야구에서 투수가 던진 슬라이더처럼 휘어들어가 보는 이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한 이 공의 순간 스피드는 120km였다.

    일반적으로 정지된 볼을 찰 때 최고 스피드는 120km, 축구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흘러나오는 볼을 찰 때는 150km까지 나올 수 있다. 페널티에어리어 내에서 100km가 넘는 스피드의 볼은 골키퍼가 잡기 어렵다는 게 통설이다.

    이번 대회에도 최소한 열 차례 이상 페널티킥이 나올 것이다. 그리고 16강전부터는 토너먼트이기 때문에 승부차기를 하게 된다. 페널티킥의 성공률은 얼마나 될까? 골대에서 페널티마크는 11m가 아니라 정확히 10.9728m(12야드)다. 이론상 키커가 절대 유리하다.

    키커의 발을 떠난 공이 골라인을 통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0.4초. 골키퍼가 공의 방향을 보고 몸을 날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약 0.6초다. 결국 페널티 키커가 공을 골대 밖이나 골키퍼 정면으로 차는 경우를 제외하면 100% 성공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성공률은 70~80%밖에 안 된다. 실패의 가장 큰 원인은 키커의 심리적 부담이고, 그 다음은 골키퍼의 슛 방향 예측이다. 1930년 제1회 우루과이 월드컵부터 지난 1998년 프랑스 월드컵까지 페널티킥 골은 모두 111개가 터졌다. 그 가운데 독일이 9골로 가장 많다. 독일은 지난 74년 서독 월드컵과 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도 페널티킥 골에 힘입어 우승을 차지했다.

    재미 10배 ‘숨은 1cm’는
    축구장 내에서 모든 선수는 2개의 이름을 갖고 있다. 자신의 원래 이름과 백넘버, 즉 등번호다. 축구는 1번부터 99번까지 두 자리 숫자는 아무 번호나 달아도 상관없다. 그러나 월드컵에서는 23명 엔트리이기 때문에 1번부터 23번까지만 달도록 되어 있다.

    대개 1번부터 11번까지가 주전선수다. 특히 번호가 낮을수록 수비, 높을수록 공격수라고 보면 된다. 우선 골키퍼는 1번을 다는 게 보통이다. 그리고 2번에서 5번까지는 수비, 6번에서 8번까지 미드필더, 나머지 9번부터 11번까지가 공격수다.

    축구에서는 10번을 가장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 브라질의 축구황제 펠레와 아르헨티나의 축구신동 마라도나가 달았기 때문이다. 한국 축구대표팀은 최용수 선수가 10번을 달았다가 이영표에게 내주었다. 그리고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토티, 프랑스의 지네딘 지단, 브라질의 히바우두 등이 10번을 달고 있다. 11번은 발이 빠른 선수가 단다. 의외의 번호를 단 선수도 있다. 브라질의 세계적인 스트라이커 호나우두가 9번, 프랑스의 골키퍼 바르테스가 16번, 한국의 홍명보가 20번, 황선홍이 18번을 달고 있다.

    유니폼은 나라마다 전통적인 색깔을 입는다. 이탈리아는 지중해의 푸른 물결을 뜻하는 ‘아주리’(푸른색) 유니폼을 입는다. 프랑스도 ‘레 블루’라 해서 파란색 유니폼을 입는다. 이탈리아보다 프랑스의 유니폼이 더 진한 색이다. 카나리아 군단 브라질은 노란색, 이번 월드컵에 탈락한 나라 중 최강국인 네덜란드는 오렌지색, 그리고 벨기에와 한국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어 원조경쟁이 붙어 있다. 한국은 홈일 경우 붉은색 상의에 파란색 바지, 원정경기에서는 흰색 상의에 붉은색 바지를 입는다. 지난번 스코틀랜드와의 경기에서 입었던 게 원정경기 유니폼이다.

    안경 쓴 축구선수를 본 일이 있는가? 아마 해외 축구를 즐겨 보는 사람들은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네덜란드의 천재 미드필더 에드가 다비즈(유벤투스)는 고글을 끼고 축구를 한다. 다비즈는 1999년 녹내장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의사로부터 눈에 충격을 받으면 시력을 잃을 가능성이 있다는 진단을 받았다. 네덜란드축구협회가 국제축구연맹(FIFA)에 다비즈의 사정을 얘기해 다비즈만은 고글을 착용해도 좋다는 허락을 받았다. 그러나 FIFA는 다비즈의 고글로 반드시 플라스틱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그러나 고글을 착용한 다비즈를 이번 월드컵에서는 볼 수 없다.

    다비즈 외에는 전 세계 어느 축구선수라도 안경을 착용할 수 없다. 축구는 경기 도중 헤딩과 몸싸움이 많이 벌어지는 스포츠이기 때문에 안경 대신 콘택트렌즈를 착용하도록 권장한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안경이나 목걸이, 반지(안정환이 끼고 있는 커플링 정도는 예외) 등을 착용한 선수는 그라운드에 들어갈 수 없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