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4

2002.03.07

돈 없어 ‘특검’활동 못한대서야…

차정일 특검팀 왕성한 활동으로 배정 예산 벌써 바닥 … “증인들 밥값마저 걱정”

  •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입력2004-10-18 14: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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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돈 없어 ‘특검’활동 못한대서야…
    특검팀 예산이 없어 활동비도 제대로 안 나온다면서요?” 지난 2월22일 ‘특별검사 차정일 사무소’가 입주해 있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 한국감정원 사옥 7층. 출입문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던 특검 사무실의 한 관계자가 기자의 질문에 입을 열었다. “활동비는 무슨, 밥값도 없는데…. 우리도 우리지만 하루에 열댓 명씩 불러오는 증인들도 때 되면 다 밥 먹여야 하잖아요. 이건 일을 하라는 건지 말라는 건지. (예산을 주는 법무부 입장에서) 우리가 예쁠 리는 없겠지만 최소한은 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요?”

    ‘이용호 게이트’ 수사를 위해 지난해 12월 발족한 차정일 특별검사팀이 빠듯한 예산으로 고심하고 있다. 정부 규정에 따라 배정된 예산이지만 워낙 활동이 많다 보니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토로다.

    특검팀의 예산은 두 차례로 나누어 배정됐다. 지난해 지급된 1차분 4억5000여만원과 올해 초부터 1차 수사연장 기간 종료 시점(3월10일)까지를 기준으로 지급된 2차분 10억9000여만원. 이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60%에 이르는 인건비다. 차정일 특별검사의 보수는 고등검사장, 김원중 이상수 특검보는 검사장에 준한다. 16명 특별수사관의 경우는 3~5급 별정직 공무원 대우다.

    특검팀 한 수사관의 말. “우리가 밤샘을 밥 먹듯 하잖아요. 나만 해도 사흘째 집에 못 들어갔어요. 그렇다고 야근 수당이 제대로 나오는 것도 아니고….” 공무원 직무규정에 따라 수사관들의 야근 수당은 1일 4시간까지만 인정받는다. 이러한 불만 사항을 가장 염려하는 사람은 차정일 특별검사. 차 특검은 지난해 12월과 올 1월25일 지급된 월급을 특검팀 소속원들의 격려금으로 내놓았다.

    특검팀의 또 다른 고민은 사무실 문제다. 올해 배정된 예산에서 사무실 임대료로 책정된 것은 1억1100만원 가량. 특검팀이 사용하고 있는 사무실의 면적은 440평. 입주해 있는 빌딩의 평당 임대료는 400만원 내외(1년 기준)지만 임대기간이 짧아 추가비용까지 부담해야 했다.



    문제는 남은 예산으로 재판기간 동안 공소유지를 위해 사용할 사무실까지 꾸려 나가야 한다는 것. 최장 7개월까지 갈 수 있는 이 기간 중에는 인원을 지금의 30% 정도로 줄이고 사무실 면적도 줄일 계획이지만, 임대료가 비싼 강남·서초구를 떠날 수 없는 특검팀 입장에서는 고민이 아닐 수 없다.

    다섯 대의 수사차량 임대료만 5000만원에 운전기사 인건비 2400만원, 기름값 1200만원 등 ‘기동성’을 위한 비용도 만만치 않다. 여기에 공공요금과 잡비, 활동비, 식대 등을 합친 것이 특검팀의 예산명세서 내용이다. 팀 전체가 ‘긴축재정’에 들어간 상황이다 보니 특검팀 여직원들은 건물 내에서 알뜰하기로 소문나 있다. “커피믹스를 한 통도 아니고 낱개로 몇 개씩 사가는 곳은 특검 사무실밖에 없다”는 것.

    특검팀의 예산담당 직원은 “배정된 예산 안에서 사용하라는 것이 법무부의 입장이어서 여러 가지 방안을 고심중”이라고 말한다. 한편 법무부 관계자는 “아무리 특별검사팀이지만 예산문제에는 특별할 수 없다”고 말한다. 추가 요청이 있으면 검토해 보겠지만 자신들은 예산조정권을 가진 기획예산처와 특검팀의 연결고리일 뿐이라는 것. 이 담당자는 “부족한 활동비에 쪼들리는 것은 정부 부처들이 모두 마찬가지 아니냐”고 되묻기도 했다.

    “남들은 특검이 대단한 줄 알지만 속사정을 알고 나면 ‘특검이 뭐 그래’ 하고 말 겁니다. 우리가 특검에 돈 벌려고 온 건 아니잖아요. 우린 국민의 성원을 먹고 삽니다.” ‘내부 사정은 비밀’이라며 대답을 꺼리던 특검팀 한 수사관이 돌아서며 던진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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