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9

2002.01.24

15년 얼굴 못 본 친구와 ‘꿈결같은 통화’

佛 박인혜씨 캘리포니아 이혜정씨 찾아 … 또 다른 서울 친구와 파리에서 상봉 약속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4-11-08 15: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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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년 얼굴 못 본 친구와 ‘꿈결같은 통화’
    주간동아 ‘그리운 얼굴 찾기’ 무료캠페인이 드디어 열 번째 당첨자를 냈다. 이번에는 뜻밖에도 프랑스에 살고 있는 박인혜씨(39)가 미국의 친구 이혜정씨(39)를 찾아달라는 사연이었다. 프랑스로부터의 이메일 사연은 신선했다. 컴맹이었던 박씨가 아이들이 쓰는 교육용 컴퓨터 앞에 앉아 열심히 인터넷을 배우기 시작한 지 1년 만에 주간동아 캠페인을 알게 되자마자 부랴부랴 편지를 띄웠다. 친구와 친구의 가족들 이야기까지 기억해낼 수 있는 모든 정보를 꽉꽉 채워 담은 박씨의 사연에서 찾고자 하는 간절함이 그대로 느껴졌다. 주간동아에 사연을 접수한 것만으로도 벌써 친구를 찾은 듯, 첫 통화 때 무슨 말을 할까부터 생각하던 박씨는 2002년이 밝아오기 직전 최고의 새해 선물을 받았다.

    사실 시카고의 강효흔 탐정은 최종 연락이 닿은 주소를 가지고 며칠 동안 이혜정씨의 흔적을 찾았으나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아 포기하려 했다. 그러나 박씨의 소망이 너무 간절하니 한 번 더 시도해 보자고 한 것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이혜정씨의 남편 ‘자니 최’의 이름으로 다시 추적해 들어간 결과 스무 명의 자니 최 중 재클린이라는 동거인이 있는 집을 찾아냈다. 강효흔씨에 따르면, 그동안 건강이 좋지 않았던 이혜정씨가 경제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기록이 없기 때문에 추적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 현재 이혜정씨는 건강을 회복하고 남편과 캘리포니아 치노 힐스에 거주하고 있다.

    15년 얼굴 못 본 친구와 ‘꿈결같은 통화’
    주간동아로부터 친구 이혜정씨를 찾았다는 연락을 받은 후 박인혜씨의 표정은 어땠을까. 곧바로 이메일 답장이 왔다.

    “여기는 아직 새해가 되지 않았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주간동아에 사연을 보낸 뒤 매일 아침 세수도 하기 전에 컴퓨터 앞에 앉았습니다. 혹시 찾았다는 소식이 도착하지 않았을까 하는 마음으로. 그런데 주간동아로부터 날아온 메일을 보는 순간 비명에 가까운 소리를 질렀습니다.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답장이 오다니 꿈만 같다는 말을 실감했어요. 잠결이라, 내가 너무 기다리고 있던 차라, 혹시라도 뭔가 잘못 보지 않았을까. 프랑스와 미국의 시차를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알려주신 전화번호를 눌렀습니다. 혜정이임을 확인하고 우리는 그날 3시간 동안 국제전화를 했습니다.”

    박씨와 이씨의 인연은 서울 성북구 장위초등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단짝 친구는 창문여고를 나와 대유공업전문대학에 나란히 진학했다. 이혜정씨는 공예, 박인혜씨는 공업디자인을 전공한 후 1985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다. 몇 개월 후 혜정씨도 빈으로 유학을 떠났으나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유학을 중단하고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했다. 인혜씨가 86년 여름방학 때 잠시 한국에 들렀을 때 만난 것을 마지막으로, 혜정씨가 재미교포와 결혼해 뉴욕으로 떠나면서 15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15년 얼굴 못 본 친구와 ‘꿈결같은 통화’
    96년 이후 박씨는 친구를 찾기 위해 뉴욕 한인신문 등에 광고를 내기도 했지만 성과가 없었고, 2000년 5월 서울을 방문했을 때는 마지막 희망을 가지고 혜정씨의 언니 혜경씨의 행방을 수소문했다. 혜경씨가 서울 망우리 근처 송곡여고에 다녔다는 기억 하나만 갖고 무작정 학교를 찾아갔으나 동창회에도 주소지가 남아 있지 않았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이미 언니 혜경씨도 미국으로 이민한 후였다.

    혜정씨와 연락이 끊긴 후 박씨는 안절부절 못하는 날이 많았다. 꿈속에서 친구가 왠지 슬픈 표정으로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울먹이는 모습을 여러 차례 보았기 때문이다. 몸이 약한 친구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은 아닐까 발을 동동 굴렀지만 속수무책이었다.

    한편 혜정씨는 자신이 이사를 했어도 친구가 뉴욕 어머니집 전화번호를 알고 있으니 그곳을 통해 연락이 올 거라고만 생각하고 기다리다 영영 친구를 잃어버릴 뻔했다. 박씨는 이사 도중 그 전화번호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혜정씨와의 전화상봉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던 박씨는 이 소식을 기다리는 또 한 명의 단짝 친구를 소개했다. 서울에 살고 있는 이 친구는 현재 암투병중으로 얼마 전 수술까지 받았다. 박씨는 친구에게 혜정씨 소식을 전하며 또 한번 울고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고 전한다. 세 사람이 파리에서 상봉하기로 한 약속이 꼭 이뤄지기를 바라며 주간동아는 열한 번째 당첨자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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