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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장 ‘방패’와 의원 ‘창’ 누가 더 세나

지방선거 공천두고 곳곳 물밑경쟁 … 김현철씨 부산 서구 보선 출마설도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단체장 ‘방패’와 의원 ‘창’ 누가 더 세나

단체장 ‘방패’와 의원 ‘창’ 누가 더 세나
국회의원이 광역단체장에 출마하려면 의원 자리를 내놓아야 한다. 당사자로선 기득권을 포기해야 하는 큰 모험이다. 그럼에도 국회의원이 광역단체장에 ‘기필코’ 출마하려는 이유는 대략 두 가지다. 하나는 ‘도백’(道伯)이라는 자리가 주는 매력 때문. 광역단체장은 수백만 인구를 대상으로 수조원 이상의 예산을 집행하는 ‘소통령’이다. 임기가 보장되어 있으니 장관보다 나을 수 있다. 또한 광역단체장은 대권 도전을 위한 초석이 되기도 한다.

거시적 관점에서 지방선거는 대권 쟁취와 당의 존폐 여부가 걸린 일전이다. 그러나 정치인 개개인의 입장에서도 야심과 야심이 충돌하고, 음모와 지략이 총동원되는 ‘혈투의 장(場)’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는 대의원 경선 등 상향식 공천이 본격 도입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반응이 아직 대세다. 당내 헤게모니 싸움에서 승리하지 않고 겉으로 돌다간 100전 100패라는 것이다. 선거 5개월을 앞두고 국회의원과 국회의원, 국회의원과 현역 단체장이 ‘요지 선점’을 위해 치열하게 각축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뒷이야기도 풍성하다.

안상영 부산시장 표정 관리중

1월22일 ‘부산시장 경선 출마’ 출정식을 앞두고 꿈에 부풀어 있던 한나라당 이상희 의원. 부산시장이 되겠다는 일념으로 지난해 9월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장 자리도 초개처럼 내던진 그였다. 이 때문에 ‘이상희 의원이 윤태식씨의 돈을 받았다’는 보도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다. 이의원은 급거 부산에 내려가 “억울하다”며 해명하고 있다. 출정식은 예정대로 치른다는 계획. 대변인을 지낸 권철현 의원은 당 기획위원장으로 발탁돼 시장 출마 가능성이 멀어졌다. 재선을 노리는 안상영 현 시장은 갑자기 사정이 좋아져 ‘표정 관리’중이다.



그러나 ‘막판 뒤집기’ 시나리오가 조심스럽게 나온다. 후보로 거론되는 이의원과 안시장, 정의화 의원은 모두 부산고 졸업생들. “경남고는 뭐 하노”라는 여론이 일면서 경남고 졸업생 정문화 의원이 다크호스로 급부상하고 있다. 더구나 정의원이 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그의 지역구 서구에서는 보궐선거가 실시된다. 부산 서구는 김영삼 전 대통령의 옛 지역구. YS 차남 현철씨가 정의원의 지역구를 물려받아 출마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되는 것이다. 이회창 총재와 YS의 1월3일 회동이 주목받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단체장 ‘방패’와 의원 ‘창’ 누가 더 세나
“대의원 경선요? 결론만 얘기하면 대구 국회의원 11명의 지지를 얻어내지 못하면 대구시장 공천은 어림도 없다는 겁니다.” 대구의 A의원이 힘주어 한 말이다. 3선에 도전하는 문희갑 대구시장의 고민은 여기에 있는 듯하다. “문시장과 친한 의원은 강신성일 의원 정도”라는 표현까지 나왔다.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 B씨는 “대구 의원들이 2000년 3월 일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총선을 앞두고 대구에서 민국당 바람이 무섭게 몰아칠 때 이에 정면 대응하기 위해 한나라당 대구시지부는 대규모 정치집회를 열었다. 대구시장이 당연히 참석해 거들어줄 것으로 알았는데 오지 않았다.” 이런 말도 나온다. “부총재급 의원이 시장에게 전화를 걸어 메시지를 남겼는데 끝내 응답이 오지 않았다.”

‘문 핏대’라는 별명을 얻고 있는 문시장도 이런 기류에 불안을 느낀 것일까. 최근 대구 국회의원 두 명은 지역인사의 초청을 받아 골프장에 갔다. 그런데 거기에 문시장이 있더라는 것이다. 문시장이 지역인사에게 “의원들과 운동하면서 친해질 수 있도록 다리를 놓아달라”고 부탁했다는 후문이다.

충남서 자민련 투톱 맞붙을까

자민련 이완구 의원은 “여야를 통틀어 충남지사감은 두 명밖에 없다. 바로 심대평 지사와 나”라고 자평한다. 여론조사 결과에 어느 정도 바탕을 둔 발언임에는 틀림없다. 그런데 심지사와 이의원은 모두 자민련 소속이다. ‘JP맨’인 심지사가 탈당할 가능성은 별로 없으므로 이의원이 떠나야 2강 구도가 가능해진다. “탈당할 거냐”고 다그쳐 묻자 이의원은 “심지사를 돕고 싶다. 당이 어려울 때 당을 돕는 것이 당원의 도리”라고 한발 물러섰다.

그럼에도 ‘자민련 심대평-한나라당 이완구’ 대결 구도가 성사된다면 최대 격전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무성하다. 이의원의 출마 의지가 강경한 데다 현실적으로 심지사에 대적할 유일한 인물이라는 것이 근거다. 이 때문에 이의원의 탈당을 막기 위한 시나리오까지 꼬리를 문다. ‘이의원 충남지사 공천→이의원 지역구 보선에는 연고권이 있는 조부영 부총재가 전국구의원 사퇴하고 출마→변웅전 총재 비서실장이 전국구 의원직 승계→심지사는 민주당 이인제 고문의 대선 출마로 보궐선거가 치러질 충남 논산에 출마해 중앙 정계진출’이 그것이다. 이럴 경우 모두에게 이익이며 자민련 의원직은 한 석 더 늘어난다는 산법이다. 그러나 실현 가능성에 대해 자민련 고위 당직자는 “높지 않다”고 말했다.

민주당과 자민련 합당 내지 지방선거 연합공천이 공론화될 경우 ‘DJP 공조 파기의 주역’인 이완구 의원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진다. 바꿔 말하면 그것이 탈당 명분이 될 수도 있다. 충남의 경우 김종필 총재는 ‘인물이 너무 많아’ 난처한 지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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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 소속 이원종 충북지사의 한나라당 입당설이 계속 나오고 있는 가운데 자민련으로선 ‘대전 사수’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판이다. 그런데 좋지 않은 조짐이 보인다. 재출마 가능성이 있는 홍선기 대전시장과 시장 공천을 받기 위해 뛰고 있는 자민련 이양희 의원의 사이가 나빠졌다는 소문이 퍼지는 것. 자민련 한 의원의 말. “이양희 의원은 ‘무조건 출마한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홍시장과 이의원 사이에 감정 상하는 일이 빚어지고 있다.” 반면 한나라당에선 염홍철 전 시장이라는 강력한 카드를 잡아야 할 입장이다. 이럴 경우 강창희 부총재의 전폭적 지원까지 예고되어 있다. 자민련 관계자는 “누가 공천받든 ‘이양희+홍선기 연합군’이 구성되어야 승부가 될 텐데”라고 적전 분열을 우려한다.

예비 라이벌 견제하는 김혁규 경남지사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측근 국회의원 B씨는 지난 연말 구 민주계 송년모임에 참석해 김혁규 경남지사와 관련된 질문을 받자 이렇게 답했다. “이것(대선 도전)도 안 되고 저것(지사 공천)도 안 될 것 같은데….” 그런데 이 말이 김지사에게 전달되고 말았다. B의원은 황급히 김지사에게 “그런 뜻이 아니다”고 해명했다고 한다.

단체장 ‘방패’와 의원 ‘창’ 누가 더 세나
김혁규 지사는 ‘큰 꿈’을 그리고 있지만 지사직 공천에 대한 당내 도전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아니다. 경계대상 1호는 경남도지부장인 이강두 의원. 이의원은 최근 정책위의장에 임명되자 “누가 (정책위의장이) 되든 단기간에 업무를 추진할 수 있도록 토양을 만드는 역할을 하겠다”고 말했다. ‘여차하면 당직은 훌훌 털고 지사 공천받기 위해 뛰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김지사가 명예회장으로 있는 지난 연말 재경 경남도민회 송년회. 이강두 의원에겐 ‘초청장’이 발송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의원은 이 자리에 참석, “경남이 분발해 정권 창출하자”고 축사를 했다. 늦게 도착한 김지사는 “도민회는 (정치적인 모임이 아니라) 순수한 화합 모임”이라며 정반대로 나갔다. 김지사가 이의원에 대해 견제구를 날리는 것처럼 들렸다.

“서울시장 출마한다는 분이 ‘스팸메일’이나 날려요?” 민주당 이상수 원내총무의 홈페이지에 최근 항의성 글이 폭주했다. 서울시장 도전을 공식 선언한 이총무측이 지난 연말 이메일 연하장을 네티즌들에게 대거 발송했는데 오히려 역효과가 난 것. ‘인터넷 선거운동’을 기획하는 대선-지방선거 출마자들 캠프에선 “남의 일이 아니다”는 말들이 나왔다.

같은 당 김민석 의원은 특대위 간사활동을 마무리 지은 뒤 중진 의원들로부터 “진로를 놓고 고민한다면서? 서울시장 나가는 것이 좋을 것 같은데”라는 조언을 들었다. 실제로 김의원은 서울시장 플랜을 구체적으로 마련하고 있었다. 그는 기자에게 “젊은 서울시장, 시대교체(세대교체와 다른) 등 캐치프레이즈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민주당 서울시장 후보는 결국 고건 시장으로 낙착될 것이라는 견해도 많다. 여권 핵심의 의중도 이를 뒷받침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 선거만큼은 ‘무리’를 해서라도 꼭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장은 대통령, 국회의장과 함께 정권 재창출의 상징적 자리이기 때문에 ‘당선 가능성’을 후보 선출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는 동문대결

한나라당 홍준표 의원은 지난해 10·25 재·보궐선거에서 ‘고려대 선배’ 이명박씨의 손을 잡고 고대가 있는 동대문 지역 유세장을 누볐다. 이명박씨가 한나라당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는 것과 관련해서는, 본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김기배 전 사무총장 등 당내 고려대 출신 의원들의 움직임이 주목받는다. 현 사무총장은 이씨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 자금을 쥐고 있어 당내 의원들에게 영향력이 큰 전-현직 사무총장이 모두 이명박씨에게 우호적이라는 설명이다.

그런데 김기배 전 사무총장과 최병렬 부총재는 지난해 말 심하게 언쟁한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최부총재는 서울시장 공천을 두고 이명박씨와 경쟁하는 홍사덕 의원을 지지하고 있다. 최부총재와 홍의원은 서울대 동문이면서 정치적 스타일이 비슷해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실시된 ‘광주사회조사연구소‘의 여론조사는 민주당을 오싹하게 했다. ‘도청이전 문제가 지방선거에 영향을 준다’(82.1%), ‘인물이 나으면 민주당이 아니어도 당선된다’(73.2%)는 응답이 압도적으로 나온 것. 4년 전 지방선거 때와 확연히 달라진 민심이었다. 여권의 전남도청 이전에 광주 시민들은 적지 않게 ‘배신감’ 같은 것을 느끼고 있는 것.

정동년 광주 남구청장은 이런 정서를 파고 들 태세다. 민주당 공천에 연연해하지 않고 광주의 주요 시민단체와 연대해 출마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

민주당 전남지사 후보의 경우 허경만 지사, 김영진 의원, 최인기 대불대 총장, 송재구 중앙인사위원 등 사람이 넘쳐난다. 여기에다 천용택 의원의 이름까지 오르내리자 당내에선 “국방부 장관에다 국가정보원장까지 지냈으면 도백 자리는 양보해 주는 게 어떨지…”라는 반응.





주간동아 319호 (p20~22)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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