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7

2002.01.10

독일이 인정한 파이프오르간 마이스터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11-04 1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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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일이 인정한 파이프오르간 마이스터
    대학에서 산업 공학 전공, 서울시립가무단에서 활동, 흥사단에서 문화운동 전개, 봉산탈춤 전수자 …. 파이프오르간 마이스터 홍성훈씨(43)의 이력은 다채롭기까지 하다. 자신의 길을 찾기 위해 이토록 여러 방향을 모색했던 그는 결국 국내 최초의 파이프오르간 마이스터(장인)가 되었다. 독일 정부가 공인하는 파이프오르간 제작의 명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독일 정부가 관리하는 마이스터 직위는 시험만 4개월을 치러야 할 정도로 엄격합니다. 학문에서 최고 위치가 박사라면 기술에서 최고는 마이스터죠. 실무 경력이 최소한 10년 정도는 되어야 마이스터 시험에 응시할 기회가 주어집니다.”

    1986년 기타 연주를 전공하기 위해 독일로 떠났던 그는 한 파이프오르간 마이스터를 만나 루드빅스부르크의 마이스터 학교에 들어가게 되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을 가지고 있던 그는 유럽 교회문화의 정수인 파이프오르간 제작을 배우면서 정체성의 혼란에 따른 갈등도 많이 겪었다. “왕산악, 우륵 등은 모두 외국의 악기를 우리 것으로 만들어낸 분들입니다. 고민 끝에 저 역시 우리 고유의 파이프오르간을 만들겠다는 결론을 얻었습니다.”

    98년 마이스터 자격증을 딴 그는 독일에서의 안락한 생활을 뿌리치고 귀국을 서둘렀다. 귀국 후 성공회 주교좌 소성당에 건축한 ‘작품번호 1번’ 오르간, 대구 성당에 있는 1846년 파이프오르간 복원 등을 거쳐 지난해 12월2일 신림동 봉천제일교회에 작품번호 2번인 파이프오르간을 완공하기에 이르렀다. 제작 기간만 1년 7개월이 걸린 대공사였다.

    7m 높이, 총 1396개의 파이프가 사용된 봉천제일교회의 파이프오르간은 특이하게도 우리 고유 악기인 피리 소리를 낸다. 국악과 파이프오르간을 접목하겠다는 그의 시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KBS 국악관현악단의 임평용 단장도 이 악기의 소리를 듣고 감탄사를 연발했다고. 완공기념 연주회에서는 파이프오르간과 해금의 합주를 선보였다.



    “서양의 파이프오르간은 종소리, 쇳소리를 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그런 소리를 별로 좋아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구름 같은 소리, 에밀레종처럼 낮고 웅장하게 울리는 소리를 좋아하지요. 그런 소리를 내는 오르간을 만들기 위해 앞으로는 태평소, 대금, 해금, 퉁소 등의 소리가 어우러지는 파이프오르간을 제작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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