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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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와 적성에 맞는 일 찾아라

남이 뭐라든 보람 찾고 흥미 느끼면 좋은 직업 … ‘뭐든지 한다’보다는 ‘되는 것 하자’로

  • < 이기대/ 커리어코치 > kidaelee@dreamwiz.com

    입력2004-11-04 13: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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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끼와 적성에 맞는 일 찾아라
    대학입시 제도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지난해 연말에도 어김없이 눈치작전은 계속되었다. 이 학교 저 학교를 돌아다니며 경쟁률을 체크하는 수험생과 가족들. 아예 학과를 공란으로 남겨둔 원서를 들고 마지막까지 우왕좌왕하다 접수마감 직전, 가장 경쟁률이 낮아 보이는 학과 창구에 아슬아슬하게 원서를 집어넣는다. 여기에 학생 개개인의 적성이나 희망 따위가 고려될 여지는 거의 없다. 학력고사 제도 도입 이후 22년째 똑같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이렇게 잘못 꿴 첫 단추를 풀려는 노력은 다양한 방식으로 지속된다. 첫 학기 휴학을 허락하는 학교가 없으니 학적은 유지하며 다시 입시 공부를 하는 그룹이 있다. 학년이 올라가면 관심 없는 전공 과목 대신 국가 고시와 자격증에 매달리는 그룹도 생긴다.

    운이 좋아 회사에 취직한 뒤라도 학교에서 배운 것과 전혀 다른 업무를 하는 것은 이야깃거리조차 안 되는 보편적 사례다. 그러다 보면 정체성의 혼동마저 온다. 자신이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능력이 있는지조차 헷갈리는 것이다. 어느새 위에서 시키면 ‘하면 된다’ 정신으로 밀어붙이는 30대가 된다. 사실 회사에서 시키는 대로 해야 명을 부지할 수 있는 상황에서 자기 입맛에 맞는 일을 고르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회사와 자신을 동일시하는 어리석음은 피하자. 어느 순간이 오면 회사는 더 이상 모두를 업고 가지 못한다.

    요즘 사회적인 문제로 대두되는 40대 가장들의 실직문제가 그 예다. 흔히 연봉제라고 불리는 기업의 보상체계는 영업직을 제외하면 실제로 직무급 체계다. 즉 각 자리에 맞춰 급여의 폭은 물론, 요구되는 교육 정도와 실무 경험 그리고 수행 능력이 정해져 있다. 여기서 교육 정도란 ‘가방 끈’의 길이를 대보자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말한다.

    그러나 상위 직급은 머리로 일해야 하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 학교 전공도 다르기 일쑤고 재교육이 거의 안 되어 있다. 입사 후 15년 이상 신문이나 잡지 외에는 변화하는 사회와 기술의 패러다임을 체계적으로 접할 기회가 없었다. 시장의 흐름을 읽지 못하는 영업팀장, 기술의 흐름을 놓치는 개발팀장, 생산성 증가에 기여하지 못하는 관리팀장 등이 한계에 부딪힌 사람들이다. 내연한 불씨에 인터넷 정보통신 혁명이라는 기름이 부어지면서 40대는 희생양이 되고 말았다.



    이러한 개인의 불행과 사회적 자원 낭비의 연결고리를 끊는 방법은 무엇일까.

    첫째, 중고생 자녀가 있는 가정이라면 지금이라도 그들의 적성을 찾아줄 의무가 있다. 적성 검사는 흔히 생각하듯 직업 흥미도를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 검사다. 적성에 맞지 않는 일이란 하기 싫은 일 이전에 힘에 겨운 일이다.

    둘째, 이미 나이가 들었다면 성공의 정의를 객관적 기준에서 주관적 기준으로 옮기는 것이다. 남이 뭐라 하든 본인이 보람을 느낄 수 있다면 직업으로서 그보다 좋은 것은 없다.

    셋째, 실무와 이론의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간호학과 졸업생이 병원 행정을 맡았다면 경영학 공부를 해야 자신의 업무를 제대로 할 수 있다.

    넷째, 회사 생활을 오래 할 생각이라면 30대 초반까지는 자신의 일을 찾아야 한다. 회사를 보지 말고 일을 보자. 그리고 어떤 일이든 2년 정도 해봐야 적성에 맞는지 판단할 정도의 지식이 쌓이므로 쉽게 판단하지 않도록 한다.

    어차피 평생직장이 아니라 평생직업 시대다. 어떤 회사를 다니느냐보다 어떤 종류의 일을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뭐든지 하면 된다’는 생각보다 ‘되는 것을 하자’ 또는 ‘내가 잘하는 것을 하자’고 유연하게 생각하자. 이처럼 열린 사고를 가진 사람은 고용 불안정 시대를 유연하게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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