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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2002 경제대통령 뽑자

산더미 ‘빚’ 먼저 갚아라

차기 대통령이 해결해야 할 0순위 과제 … 시장논리 무시한 경제정책은 금물

  • < 정갑영/ 연세대 교수·경제학 >

산더미 ‘빚’ 먼저 갚아라

산더미 ‘빚’ 먼저 갚아라
차기에는 많은 국민이 ‘경제대통령’을 기대하고 있다. 물론 경제가 대통령 한 사람의 힘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지만, 정치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대단한가. 특히 우리처럼 제왕적 권위를 가진 대통령제에서는 누가 뭐래도 청와대의 선택이 가장 큰 힘을 갖지 않는가. 그래서 가면을 쓰지 않은 진정한 ‘경제대통령’을 뽑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그 가면을 벗길 수 있을까? 어떤 정책에 가장 높은 점수를 주어야 할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경제의 핵심현안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 후보를 찾는 일이다. 아무리 잘 나가는 경제라도 문제는 항상 있게 마련이다. 또한 어떤 경제문제라도 이해관계가 복잡하여 간단히 해결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모든 문제를 동시에 풀 수 있다는 환상은 버려야 한다. 오히려 가장 핵심적인 문제를 선택하여 접근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만병통치약을 약속하는 후보가 있다면, 그것은 역설적으로 경제의 속성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증거가 되는 셈이다.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현안은 역시 ‘빚의 함정’(debt trap)으로부터의 탈출이다. 단기 외채에 몰려 위기에 빠진 우리 경제는 아직도 기업과 금융권 모두 부채의 함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가계부문의 부채도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금융권의 부실화를 막기 위해 15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투입했지만, 이것 역시 공공부문의 부채로 남아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의 최대 현안은 부채의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것이다. 이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상당 기간 공적자금의 회수, 국가채무, 기업부채와 가계부채 등 빚 문제가 지속적으로 우리 경제의 멍에가 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이 함정에서 탈출할 수 있을 것인가?

공적자금을 생각해 보자. 예를 들어, 제일은행에 투입된 공적자금은 그 은행의 주가가 5000원 이상이 되어야 제대로 회수할 수 있다. 은행이 흑자를 내야 하고, 그렇게 되려면 은행과 거래하는 기업의 수익성이 좋아져야 한다. 이렇게 보면, 기업이 흑자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경제정책의 현안인 셈이다. 경제대통령이 되려면 이 문제를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것이다. 이 명제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다면, 고용확대나 공적자금의 회수는커녕 또 다른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할지도 모른다. 기업이 부실화되면, 금융권에 또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이 거듭되기 때문이다.



시장논리를 무시한 경제정책도 경계해야 한다. 선거 때는 항상 표를 모으기 위해 온갖 감언이설이 등장하게 마련이다. 부채를 탕감하고, 사회보장을 확대하며, 근로시간은 줄이고, 중소기업을 육성하고, 소득분배를 균등화하고,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억제한다고 공약한다. 어느 것 하나 필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러나 돌이켜 보면 시장논리와 거리가 먼 것이 얼마나 많았는가. 탕감된 부채는 누가 부담하며, 사회보장은 무슨 재원으로 확대할 것인가. 정부가 주도한 빅딜 같은 정책은 또한 얼마나 성과를 거두었는가. 정치논리적 발상으로 경제를 밀어붙이면 누군가 반드시 엄청난 비용을 지불하게 된다. 우리의 외환위기도 아르헨티나의 경제위기와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없지 않은가.

형평지향적인 국민정서를 거슬러 올라가는 개혁정책도 필요하다. 대우와 기아차 문제를 생각해 보자.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국민정서 때문에 엄청난 학습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는가. 국민정서라는 걸림돌을 뛰어넘어 열린 시각으로 글로벌 경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후보에게 표를 던지지 않는 국민이라면 어떻게 위기에서 벗어나기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주간동아 317호 (p22~22)

< 정갑영/ 연세대 교수·경제학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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