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7

2002.01.10

후보들은 지금 경제 공부중

경제 회생 믿음 주어야 좋은 평가 기대 … 참모진 보강, 경제 비전 만들기 한창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4-11-03 15: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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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보들은 지금 경제 공부중
    각당의 예비 대통령선거 후보들이 자신만의 ‘노믹스’ 만들기에 돌입했다. 경제에 식견 있는 후보, 경제회생의 믿음을 주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만들지 못하면 유권자들에게 좋은 평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대다수 예비 대선주자들은 경제 공부와 경제참모진 보강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고 일부 대선주자들 주변에는 많게는 수백명에 이르는 경제참모들이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유형에 따라 대개 세 그룹으로 나뉜다. 자신의 공·사조직에서 ‘풀타임’으로 일하는 전업 참모진, 정례적 회동을 통해 대선주자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학습도 시켜주는 외부 전문가 집단, 현안이 있을 때 조언을 얻는 외부 자문그룹 등이 그것이다.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

    현재로선 이 세 유형의 경제참모진 구성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단연 돋보인다. 당 조직 전체를 대선캠프로 활용할 수 있는 총재 프리미엄을 톡톡히 보고 있는 셈이다. 이총재는 총재 특보단에 경제특보를 따로 두지 않고 있다.

    원내 인사의 경우 정책부서를 이끌고 있는 이강두 정책위의장(경제기획원 예산국장 출신)이 경제정책의 플랜을 마련한다. 이상득 사무총장(코오롱 사장 출신) 이한구(대우경제연구소 이사장 출신) 임태희(청와대 경제비서실 출신) 김만제(경제부총리, 포철회장 출신) 의원 등 ‘실물경제통’과 여의도연구소 유승민 소장, 국가혁신위 이명박 분과위원장 등이 이총재와 외부 경제전문가들을 연결시키는 주요 창구가 된다. 혁신위는 여당 어느 대선후보에게도 뒤지지 않는 탄탄한 외부 경제자문단을 구축해 놓고 있다.

    이총재는 최근 3개월간 매주 정기적으로 경제전문가들로부터 경제 현안에 대해 학습받는 한편 삼성전자, 테헤란밸리, 중소기업중앙회, 서민 주택촌, 싱가포르 등 경제현장 체험을 강화했다. 한나라당은 2002년 초 국가경영의 비전을 담은 혁신위 최종 보고서를 내놓을 예정이지만 이총재의 경제참모들은 일단 ‘성장’ ‘일자리’ ‘복지’를 3대 경제목표로 제시하는 분위기다. 구체적 실현 방안으로 △‘수출입국’에서 ‘기술입국’으로 국가경쟁력 배양 정책 대전환 △부정부패 없는 ‘법치경제’ 확립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로 청년실업 해소 등이 거론된다. 이총재의 한 경제참모는 “‘HC 노믹스’ 같은 수식어는 없다. 그러나 DJ 정부의 실패한 경제정책에 대한 뚜렷한 대안을 유권자들에게 제시하기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선후보가 난립한 민주당 각 후보진영에선 한나라당과 같은 조직적인 모습을 아직 찾기 힘들다. 그러나 최근엔 “당내 세력확장에만 몰두할 것이 아니라 한나라당보다 비교우위에 설 수 있는 경제정책을 개발하는 데 노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일고 있다. 거의 모든 후보들은 매주 경제전문가들을 초빙해 경제 공부를 하고 있다.

    민주당 이인제 상임고문측은 “‘IJ 노믹스’의 틀이 곧 갖춰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경제학 전공 대학 교수, 경제연구소 연구원 등 300~400명의 참모들을 동원, 이인제 고문의 ‘국정 비전’을 제시하는 대규모 심포지엄을 2002년 1월중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이 체제가 갖춰지면 이고문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와 함께 경제 분야에서도 ‘양강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보인다.

    이고문측은 경제정책 방향을 제시해 주는 전문가 집단의 높은 질적 수준, 다양성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그 주축은 21세기 국가경쟁력 연구회(김광두 서강대 교수 등 20여명의 자문교수단), 지식비전포럼(노하준 서울대 교수 등 수십여명의 교수그룹), 21세기 정책연구회(황신준 상지대 교수 등 소장파 경제학자그룹), 한국과학기술경제협의회(박찬석 경북대 총장 등 과학·경제 전문가들), 차동세 경희대 교수(KDI원장 출신) 등이다. 이 밖에도 400여명의 경제전문가들이 이고문의 경제 비전을 제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한화갑 고문의 대선캠프는 한미정책포럼, 후원회 등 두 곳이다. 이중 경제관련 정책·기획·홍보 업무는 한미정책포럼에서 맡고 있다. 60여명의 민주당 현역의원이 동참하는 등 한미정책포럼의 조직력은 탄탄하다는 평이다. 한화갑 경제팀의 자문그룹은 김유배 성균관대 교수(청와대 복지노동수석 출신)를 중심으로 한 300여명의 외부 경제전문가들로 구성돼 있다. 한고문 측근은 “현재 한미정책포럼과 자문그룹이 대선관련 각종 경제정책들을 성안하고 있다”고 말했다.

    후보들은 지금 경제 공부중
    노무현 고문은 ‘사이버 보좌관’이라는 독특한 시스템을 두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수백여명의 경제전문가들이 노고문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노무현을 사랑하는 모임’(회장 영화배우 명계남· 회원 수 4400여명), 노무현 후원회(회원 2100여명) 등도 노고문의 바닥 조직이다. 노고문의 대선 정책팀이 있는 ‘자치경영연구원’은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이사장을 맡고 있으며 전철환 한국은행 총재 등 수십여명의 정·관·재계 인사를 배출했다. 노고문 측근은 “노고문은 3~4명의 소장 경제학자들로부터 정책적 조언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수십여명의 외부 경제전문가들을 자문단으로 두고 있는 김중권 고문의 경제팀은 이슈를 선점하면서 경제정책의 비전을 제시해 왔다고 자평한다. “국가경쟁력 제고와 국민 대통합을 통한 ‘강한 한국 건설’이 김고문 경제팀이 제시한 비전이었다. ‘CEO 대통령’이라는 개념도 가장 먼저 제시했다.”(김고문 개인사무실 관계자)

    김고문 경제팀은 1월중 각 경제 사안별 해법과 국가경영 비전을 담은 책을 출판할 예정이다. 경제팀 관계자는 “풍부한 국정경험에서 오는 결단력과 순발력이 경제대통령의 덕목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근태 고문의 경우 학계 및 각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80여명의 연구위원이 정치, 경제 1·2, 정보통신 과학기술, 사회, 교육, 문화 등의 6개 분과로 나뉘어 활동하고 있다. 변형윤 서울대 명예교수(경제학)를 중심으로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 및 동문그룹을 비롯해 김태동 전 청와대 수석, 안국신 중앙대 교수, 이선 전 산업연구원장 등이 전면에서 김고문의 경제정책을 자문하고 있다. 손장래 현대모비스 고문, 김영호(경북대), 조우현(숭실대), 강철규(서울시립대), 김세원(서울대), 김종환(KIST) 교수 등도 김고문의 경제 동반자들.

    후보들은 지금 경제 공부중
    정동영 고문은 경제전문가(학자·교수그룹)와 CEO그룹을 골고루 섞어 ‘팀’을 꾸렸다. 특히 정고문이 IT 분야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어 이 분야 전문가들이 다른 후보 진영보다 많다는 것이 특징. ‘DY 노믹스’의 색깔과 노선을 리드하는 인물은 미국 라이스대 경제학과 교수인 채수찬 박사(한미경제학회 부회장). 채박사를 중심으로 지난해 10월부터 CEO 등을 중심으로 조찬 간담회(주 2회), 토론회 등을 통해 ‘DY 노믹스’의 틀을 다듬고 있다. 시간 제약이 따를 경우 인터넷 등을 통한 토론도 정고문 진영의 경제학습 풍경 가운데 하나.

    유종근 전북지사는 스스로 경제전문가라고 자부한다. 한 측근은 ‘DJ가 인정한 경제 브레인’이라며 경제와 관련한 다른 대선후보와의 차별화를 장담하고 있다. 유지사는 40여명의 경제관련 참모 및 조언그룹을 5, 6개 그룹으로 나누어 관리하고 있다. 좌장은 김윤환 고려대 교수(경제학). 김교수를 중심으로 그의 제자그룹들이 유종근 경제사단을 구성하고 있다.

    자민련 김종필 총재(JP)의 경우 정우택 정책위의장(해양수산부 장관 역임)이 경제정책의 실무를 총괄하고 있다. 건교부 장관 출신 오장섭 의원이 건설·교통 분야, 국회 재경위 소속 이완구 의원이 재정정책 분야를 주로 맡는 등 15명의 현역 의원이 해당 상임위별로 주요 경제정책을 분담하는 방식이다. 원외 인사로는 신국환 하이닉스구조조정특별위원회 위원장, 이용만 전 재경부 장관이 JP와 자주 접촉하며 경제문제에 대한 조언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자민련 관계자는 “JP 등 당내 주요 인사의 오랜 국정 경험과 노하우에서 올바른 방향의 대선 관련 경제정책이 도출돼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무소속 정몽준 의원

    서울대 경제학과, MIT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현대중공업 사장과 회장을 거친 정몽준 의원에게는 이론과 실물경제에 밝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경제문제를 가장 잘 풀 것 같은 후보’를 묻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높은 점수를 받는 것도 이 같은 이력에서 출발한다. 그렇지만 정의원은 특별히 경제참모진을 구성한 적이 없다. 비서실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달희 박사(펜실베이니아대 경제학 박사) 등 국회회관 보좌진이 공개된 참모의 전부다. 그러나 현대중공업 등에서 활동중인 경제브레인들이 직·간접적으로 정의원을 돕고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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