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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태식, 로비스트와 손잡고 세계로?

강귀희씨 등 국제적 인사들과 연결 모색 … 해외시장 겨냥했다 기술력 등 논란으로 ‘불발’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윤태식, 로비스트와 손잡고 세계로?

윤태식, 로비스트와 손잡고 세계로?
남북한 극빈자들을 내 손으로 거두겠다.”‘수지 김’에 대한 양심의 가책 때문이었을까. ‘패스21’의 대주주 윤태식은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말을 곧잘 하고 다녔다. 물론 패스21의 지문인식 보안기술이 빅히트, 주가가 수백만원대로 치솟는 상황을 전제로 한 말이다. 윤씨는 이런 일이 가능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 배경에는 패스21이 보유한 지문인식 기술에 대한 남다른 자신감이 숨어 있다.

그는 자신을 손정의 사장(소프트방크)과 비교하며 “패스21 주식이 1000만원대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말을 자주 했다. 또한 패스21이 보유한 기술을 세계 각국에 수출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 윤씨의 속사정을 잘 아는 주변 사람들은 냉소했지만 윤씨는 이를 실행에 옮기기 위해 기발한 발상을 했다. 세계적인 로비스트를 영입해 지문인식 기술의 해외판로 개척에 나서고자 한 것.



중국 담당 윤모씨에게는 계약 후 주식 넘겨

윤태식, 로비스트와 손잡고 세계로?
이 과정에 거론된 인물이 바로 94년 경부고속철도사업 때 프랑스 GEC 알스톰스사의 TGV 로비스트로 잘 알려진 강귀희씨와 ‘중국통’으로 알려진 윤모씨(아·태연구소) 등 국제 로비스트들. 김현규 전 의원과 서울경제신문 김영렬 사장이 국내 사업과 관련한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고 있다면 이들은 주로 해외거래와 관련, 윤태식씨와 관계를 맺은 인물로 알려졌다.



중국 덩샤오핑(鄧小平)의 친인척을 비롯해 중국 정·관계에 두터운 인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윤모씨는 패스21의 기술수출 제의를 받고 곧바로 99년 초 약정서를 작성, 중국지역 수출문제를 전담하기로 결정했다. 윤모씨는 계약을 체결하며 패스21의 주식을 받았다. 국내 정치권에도 상당한 인맥을 쌓고 있는 그는 패스21 성장에 장애 요인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윤태식씨는 중국 시장은 물론 또 다른 해외시장 개척에도 관심이 많았다. 이 과정에서 유럽 시장을 잘 아는 강귀희씨의 역할설이 나왔다. 윤태식씨와 윤모씨를 연결해 준 K모씨는 “강씨와 중국통인 윤모씨가 한때 매우 가까운 관계였던 점으로 미루어보아 윤모씨가 소개했을 가능성이 많다”고 말한다. 강씨는 현재도 다른 벤처기업의 고문으로 활동하는 등 벤처에 대한 관심이 많다고 한다. 강씨를 만난 윤태식씨는 패스21의 기술수출 문제를 맡아줄 것을 제의했고, 강씨가 이를 수락했다는 것이 윤모씨측 주장이다. 윤모씨측 한 인사는 “강씨와 여권 중진 K씨가 가깝게 지내는 등 강씨가 국내 활동을 많이 했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강씨의 한 측근은 지난해 12월30일 ‘패스21’의 유럽 판매권 문제와 관련, “프랑스에 머물고 있는 강씨가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말하고 “윤태식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관계”라고 주장했다. 이 인사는 “(윤태식씨가 아닌) 윤모씨측과 풀리지 않은 금전관계가 있다”며 “이로 인해 윤모씨가 강씨의 역할을 필요 이상으로 확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귀희씨가 오래 전부터 잘 안다는 여권 중진 K씨와 관련해서는 “2001년 2월쯤 S호텔에서 식사 약속을 한 적은 있지만 그것과 패스21이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태식씨가 추진한 패스21의 국제화는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윤태식씨의 자신감에도 불구하고 패스21의 기술력에 대한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문인식 기술 전문가들은 “당시에는 비슷비슷한 기술들이 많이 선보였다. 패스21의 기술이 다소 앞선 것은 사실이었으나 그렇다고 외국에서 개발된 선진 기술을 압도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말한다.

로비스트로 활동하던 윤모씨와의 갈등도 패스21의 국제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했다. 지분 등을 놓고 윤씨와 윤태식씨 간에 이견이 생긴 것. 윤모씨측은 “벤처 열풍을 타고 패스21이 생각보다 빠르게 성장하자 윤태식씨가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기한다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며 “윤태식씨가 너무 욕심을 냈다”고 주장한다. 반면 윤태식씨 주변에서는 “윤모씨가 해외 판매권을 독점하려 했다”며 오히려 윤모씨 책임론을 제기했다.

패스21은 만년 적자 상태여서 회사 경영에 필요한 자금 부족도 심각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패스21은 2000년 19억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으나 7000만원 정도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밝혀졌다. 매출도 관공서 세 곳과 은행 한 곳 등 불과 서너 곳에 보안시스템을 납품한 것이 전부였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윤태식씨는 국내 판매와 로비에 총력을 기울였던 것으로 보인다. 윤태식씨의 사업을 지켜보았던 한 인사는 “해외 로비스트들과 갈등을 겪던 윤태식씨는 이때부터 해외 판로 개척보다 우선 국내에서 패스21을 정상에 올려놓아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주식을 무기로 본격 로비에 나섰다”고 말했다(상자기사 참조).

이 때문에 윤태식씨 주변 사람들은 해외 로비스트들의 역할이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최근 검찰은 이들의 국내로비 혐의를 잡고 내사를 벌였으나 그 내용이 과대 포장됐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해외 로비스트를 통해 패스21의 지문인식 보안기술이 해외로 수출된 경우는 현재까지 한 건도 없다. 윤태식씨의 한 지인은 “결국 서로가 서로를 이용하려다 파멸로 이어졌다”고 이들의 복잡한 관계를 설명했다.





주간동아 317호 (p10~11)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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