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17

2002.01.10

물갈이는 했다만… 아쉬움 남는 국정원 인사

  •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입력2004-11-03 14: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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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갈이는 했다만… 아쉬움 남는 국정원 인사
    국가정보원의 인사쇄신은 정말 요원한가. 김은성 전 차장 등 고위 간부가 각종 비리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되고, 수지 김 살해 사건을 은폐한 사실이 밝혀지는 등 만신창이가 된 국정원을 쇄신하기 위한 전면적 인사가 최근 단행됐다. 국정원 직원들은 이번 인사에 대해 대체로 신건 원장의 쇄신 의지를 높이 평가하면서도 신원장의 뜻이 제대로 관철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절반의 성공’이라고 말한다.

    직원들은 이번 인사를 앞두고 김은성-정성홍 라인으로 분류되는 간부 및 직원들을 얼마나 정리하는지에 따라 성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승현 게이트’ 관련 혐의로 구속된 두 사람은 국정원 내에 사조직을 구축하는 등 국정원을 좌지우지해 왔다는 비난을 받았다. 국정원 일각에서는 김은성-정성홍 라인과 유착된 간부 및 직원들을 ‘국정원 내 하나회’라고 비아냥거리기도 했다.

    신원장은 12월26일 일반 직원들에 대한 인사를 끝으로 1급 이하 전 직원들에 대한 인사를 마무리했다. 신원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15명의 지부장 중 8명을 바꾸고, 본부 실·국장도 6명이나 교체하는 등 실질적인 ‘신건 체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간부들이 각종 게이트에 연루돼 구설에 올랐던 경제단의 경우 50% 정도를 물갈이하고, 경제단에 남아 있는 직원들도 90% 이상 ‘출입처’를 바꾸는 등 경제단에 대한 ‘수술’ 의지를 과시했다.

    뿐만 아니라 품위 손상 등으로 구설에 올랐던 직원들을 인사조치하는 등 내부 기강 확립에도 신경 썼다는 평. 부하 여직원과의 ‘탈선’으로 직원들 입에 오르내렸던 대공수사국 K과장의 사표를 수리했고, ‘진승현 게이트’ 검찰 수사 상황을 보고하라는 김은성 전 차장의 지시에 따라 1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기관과 K씨의 경우 지방으로 좌천됐다. 또 정성홍 전 과장의 핵심 측근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진 경제과 Y씨도 다른 과로 전보시켰다.

    신원장의 이런 수술 의지는 실·국장 인사에서 감찰실장 서모씨를 대기발령할 때부터 드러났다. 신원장은 작년 6월 인사에서 감찰실장으로 발탁한 자신의 고교 후배 서실장을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정리’했다. 서실장은 감찰 대상이던 정성홍 전 과장과 오히려 골프를 친 것으로 드러나 구설에 올랐다. 서실장 본인도 이에 대해 책임지고 후배들을 위해 용퇴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하나회’ 인맥을 완전히 정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 오히려 하나회 회원으로 거론된 일부 간부들이 승진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또 하나회 회원 가운데 일부는 경제과로 복귀하는 등 하나회가 여전히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뒷말을 낳았다.

    이에 대해 국정원 관계자는 “국정원 직원들은 일반 공무원과 달리 각 개인이 독립된 조직이나 마찬가지일 뿐 아니라, 언제든 이들이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하루아침에 정리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 “신원장의 의지를 퇴색시킨 중간 간부들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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