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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세 대학생 만든 ‘신씨네 껑충 프로젝트’

신홍균씨 장남 태현군 중·고 과정 1년 만에 마쳐 … 일과표 맞춰 독학 유도, 부모는 조언자 역할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14세 대학생 만든 ‘신씨네 껑충 프로젝트’

14세 대학생 만든 ‘신씨네 껑충 프로젝트’
학교는 꼭 가야만 하나? 중학교에서 대학 진학까지 반드시 6년이 필요한가? 장남 태현군이 초등학교 6학년 1학기를 마칠 무렵 신홍균씨(45) 부부는 이런 고민에 빠졌다. 당시 신씨는 아내 이성숙씨(39)와 공동으로 ‘인문계 고등학생의 스트레스가 학원 폭력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사회복지학과 석사논문을 준비중이었다.

객관식 문제풀이를 위해 자그마치 6년 동안 잠 한번 편히 못 자고 학교로 학원으로 쳇바퀴 돌듯 살아야 하는 아이들, 연일 터지는 왕따와 폭행사건으로 학교라는 이름이 무색해진 현실이 신씨 부부에게 학교가 아닌 ‘다른 무엇’을 선택하도록 했다. 99년 8월 가족회의 끝에 태현군은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대신 6년 과정을 2년 안에 속성으로 마치고 고입 검정고시,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계획은 2년도 아닌 불과 1년 뒤 현실로 나타났다.

14세 대학생 만든 ‘신씨네 껑충 프로젝트’
현재 태현군(14)은 감리교신학대학 신학과 1학년생이다. 170cm가 넘는 큰 키에 의젓한 품새 때문인지 또래들은 아직 중학교 2학년생이라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아버지 신홍균씨는 “신기하게도 아들이 고등학교 과정을 공부할 때는 고교생처럼 보이고, 이제는 대학생처럼 보인다”고 했다. 대학에서도 조금 어려 보이는 친구로 여길 뿐이다. 어려운 점이 있다면 “자기 주장이나 생각을 담은 리포트 작성”이라고. 태현군을 가리켜 신동이라고 하는 이도 있지만 신씨 부부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이일 뿐이라고 극구 부인한다. 대신 14세 최연소 신학대학생을 키워낸 ‘껑충 프로젝트’(6년 과정을 건너뛰었다는 의미)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우선 중학교에 진학하지 않고 대학에 들어가려는 목적이 분명해야 했다. 태현군은 중·고등학교 과정을 빨리 끝내는 만큼 대학에 가서 좋아하는 분야에 전념할 시간이 늘어난다는 사실에 동의하고 독학을 결심했다. 눈높이는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 태현군이 본격적인 검정고시 준비에 들어가기 전 아버지는 검정고시와 수능시험 기출문제를 검토하고 고입과 대입 검정고시는 각각 3개월씩만 투자하면 전 과목 합격이 가능하다는 계산을 했다. 수능시험도 계속 쉽게 출제되었기 때문에 굳이 준비기간을 1년 더 연장할 필요가 없다고 보아 2년 목표를 1년으로 단축했다. 2000년 2월 초등학교 졸업, 그해 4월 고입 검정고시, 8월 대입 검정고시, 11월 수능시험을 치른다는 엄청난 계획이었다. 다만 6년 과정을 1년 만에 가르쳐주는 학원은 없기 때문에 집에서 독학하기로 했다. ‘껑충 프로젝트’가 홈스쿨링(가정학교)과 다른 점은 부모가 교사가 되어 가르치는 게 아니라 아이 스스로 공부하고 부모는 조언자 역할만 하는 것이다.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으면 주위에서 이상한 눈으로 보기 때문에 철저히 비밀로 했어요. 물론 초등학교를 막 졸업한 아이인데 독학이 쉽지만은 않았죠. 태현이가 공부하는 동안 저도 바깥일을 모두 접고, 집에서 아이가 스스로 만든 시간표에 따라 공부하고 놀 수 있도록 지켜봐줬죠. 필요한 책을 사다주고 진도를 점검하는 것은 남편 몫이었어요.”(이성숙씨)



14세 대학생 만든 ‘신씨네 껑충 프로젝트’
신씨 부부는 독학이라는 결정을 내리기까지 오랫동안 태현군의 가능성을 지켜보았다. 늘 싱글벙글 웃는 긍정적이고 느긋한 성격은 일단 합격점. 초등학교 시절 영어학원 외에는 학원에 다닌 적이 없어 누구에게 의지하지 않고 공부해 온 것이나 책을 많이 읽은 것도 합격. 반면 바둑, 피아노, 바이올린, 태권도 등 다양한 소질을 검토한 결과 불합격. 태현이는 이런 분야에 도무지 관심을 두지 않았다. 신씨 부부는 태현이의 집중력, 끈기, 이해력에 높은 점수를 주었고 최종적으로 공부가 재능인 아이라고 판단했다.

99년 9월1일 본격적인 검정고시 공부가 시작되었다.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공부해야 하므로 매일 5시간을 목표로 영어와 수학은 각각 1시간 반씩, 나머지 2시간은 국어와 사회 과목을 공부하는 것으로 일과표를 짰다. 또 태현이가 좋아하는 컴퓨터게임과 축구, 독서도 빼놓을 수 없는 일과였다. 6학년 2학기 수학부터 차근차근 해나가며 그해 11월16일 중1 영어를 마쳤다. 초등학교 5학년 무렵 이미 선행학습을 시작해 6학년이 되면 중학교 과정을 배우는 요즘 아이들의 진도와 비교해 결코 빠른 수준이 아니었다. 겨울방학이 되자 태현이는 하루에 10시간씩 공부했다. 잠은 8시간, 아침 6시에 일어나고 매일 1시간 반씩 운동도 했다. 일요일은 교회에 가는 것 외에 종일 놀았다.

2월16일 초등학교 졸업식 전, 4월5일 치러지는 고입 검정고시 공고가 났다. 신씨는 아들을 대신해 교육청에 원서를 접수하러 갔다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시험 공고일 기준으로 초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았으므로 자격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 소식을 듣자마자 아내 이씨가 다른 교육청으로 갔더니 다행히 원서를 받아주었다. 하마터면 1년 만에 대학 가기 껑충 프로젝트가 무산될 뻔한 순간이었다.

4월5일 고입 검정고시 결과는 평균 94.38점. 교육청으로부터 최연소 합격자라는 축하인사를 받았다. 그러나 8월 대입 검정고시라는 관문이 남아 있기 때문에 갈 길이 바빴다. 역시 평균 87점으로 무사통과. 3개월 뒤(11월15일)로 다가온 수능을 위해 자는 시간을 조금 줄이고(6시간 반) 일요일에도 성적이 잘 오르지 않는 영어공부, 특히 듣기 평가에 집중했다.

이 무렵 신씨 부부는 1년 더 공부해 일류대학에 보낼 것인지, 애초 목표대로 1년 만에 서울에 있는 4년제 대학에 입학하는 것으로 만족할 것인지를 놓고 저울질했다. 태현이의 최종 수능성적은 339점. 높은 점수는 아니었지만 초등학교 졸업 후 불과 1년 만에 올린 점수로는 대단했다. 신씨 가족은 이에 만족하기로 했고 일단 대학에 입학하면 선택의 여지는 무한하다고 생각했다. 어린아이가 전공을 신학으로 결정했다는 데 놀라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신학이 인문학의 기초라는 점을 들어 신학대 진학을 권유하자 태현이는 쉽게 따라주었다.

중학교 대신 대학교를 다니는 아이. 태현군은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과 단합회, 전교생수련회, 스터디그룹 등 보통의 대학생들이 거치는 과정을 잘 치러냈다. 벌써 내년에 입학할 후배들을 어떻게 대할지 걱정하는 입장이다. “같은 과 형·누나들이 그냥 시침 뚝 떼고 반말하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죠?”라며 웃는다. 대학에 오기까지 혼자 공부한 덕분에 오히려 스스로 챙겨 공부해야 하는 대학생활에 잘 적응해 갔다. 나이가 어려 따돌림당하거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는 일들은 일어나지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인 둘째 두현이도 2학기부터 고입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다. 이번에는 아버지 대신 형이 동생의 공부를 돕는다. 3시 반쯤 집에 오면 영어와 수학에 각각 2시간씩, 자기 전에 영어일기를 쓴다. 대신 1년이 너무 촉박하다는 아버지의 권고에 따라 기간을 2년으로 잡고 신학과 법학을 전공하겠다는 목표를 정했다.

“그러다 애 망치면 어쩌려고 그러느냐.” “학교가 싫으면 대안학교에 보내지.” “중·고등학교 친구가 없으면 사회생활하기 어렵다.” “단체생활 경험도 중요하다.” ‘껑충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견해도 많다. 그러나 신홍균씨는 이렇게 대답한다. “학교가 오히려 아이를 망쳐놓을까봐 보내지 않는 겁니다. 중·고등학교 동창들이 지금의 패거리 문화를 만드는 것 아닌가요? 학교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친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지금의 학교가 진정한 단체생활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해줍니까? 오로지 1등만이 목표 아니던가요?”

이제 ‘껑충 프로젝트’는 대안학교, 조기유학, 홈스쿨링에 이은 새로운 대안교육 방법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씨는 ‘껑충 프로젝트’에 관심을 보이는 이들을 위해 자신이 쓴 ‘이제 학교는 선택이다’(도솔 펴냄)에서 99년 9월1일(검정고시 준비 시작)부터 2001년 1월9일(대학 합격)까지 16개월 동안 있었던 모든 일을 상세히 소개했다.



주간동아 2001.12.27 315호 (p52~53)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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