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6

2001.10.25

캐릭터 디자이너 된 ‘초등학생 자매’

  • < 김현미 기자 > khmzip@donga.com

    입력2005-01-04 14: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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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릭터 디자이너 된 ‘초등학생 자매’
    “뭘 그렸니?” “뱀.” “이름이 뭐야?” “꼬불이.” 지난해 7월 기두석씨(43)는 큰딸 새림이(10·부천 수주초 4학년)가 그린 그림을 보고 무릎을 쳤다. 커다란 눈에 반달 모양의 눈동자, 보조개에 예쁜 속눈썹까지 갖춘 뱀이라니. ‘꼬불이’라는 이름도 너무나 자연스러웠다. 아이에게 잘 그렸다고 한껏 칭찬해준 뒤 계속 그림 그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새림이가 강아지를 사달라고 졸랐을 때는 “아빠를 감동시킬 이야기가 담겨 있는 그림 30장을 그려주면 사주겠다”고 제안했다. 아이는 몇 달에 걸쳐 30장을 그렸고 기두석씨는 강아지를 선물로 주었다. 새림이는 그 강아지가 잠든 모습을 보고 ‘꼬또’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다. 어느 날 새림이와 동생 나림이(8·수주초 2학년)는 집 없는 고양이를 데리고 와 기르면서 ‘라이라’라는 캐릭터를 그렸다. 나림이는 독자적으로 애벌레 ‘또라’를 만들었다.

    기두석씨는 아이들이 그린 캐릭터에서 가능성을 발견하고 지난 6월 ‘꼬불이’라는 캐릭터 디자인 회사(www.ggoburi.com)를 차렸다. 첫 결실은 8월 학습지 아이템플코리아와 ‘꼬불이’ 캐릭터 사용 라이선스 계약을 맺은 것. 또 10월12~14일에 열린 ‘부천만화영상박람회’에 두 개의 ‘꼬불이’ 부스를 마련해 꼬불이 가족(할머니, 아빠, 엄마) 캐릭터 외에 ‘꿈꾸는 개구리’ ‘라이라’ ‘꼬또’ ‘또라’ ‘라이라’ 등을 선보였다.

    미술학원 한번 가지 않은 새림이와 나림이가 어떻게 캐릭터 디자이너가 될 수 있었을까. “새림이는 유치원 때 매일 짝짝이로 양말을 신고 다녔어요. 왼발 오른 발 걸을 때마다 알록달록해서 예쁘다는 거예요.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라 내버려두었어요. 나림이는 한여름에 겨울 옷을 입고 유치원에 간 적이 있었죠. 역시 내버려두었어요. 땀을 뻘뻘 흘리고 돌아온 후 다시 겨울 옷을 입지 않더군요. 다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는 거죠.”(엄마 임학임씨) “아이들은 너무 바쁘면 창의성이 사라져요. 부모의 임무는 많이 놀아주면서 스스로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거죠.”(아빠 기두석씨) 새림이와 나림이는 그냥 좋아서 그림을 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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