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6

2001.10.25

“한국무술 원더풀! 국술에 반했어요”

미국 등 세계 13개국서 각광, 누적회원 110만 명 … 부시 대통령과도 인연 깊어

  • < 김경달/ 뉴욕 통신원 > hayanby@hotmail.com

    입력2005-01-03 15:11: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한국무술 원더풀! 국술에 반했어요”
    차렷, 사범님께 경례!” “준비, 시작!” 10월7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 아스트라돔 체육관에서 국술(國術)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렸다. 파란 눈과 금발머리, 혹은 곱슬머리와 까만 피부 등 다양한 모습의 미국인들이 태극마크와 ‘KOREA’ 문구가 선명한 검은 도복을 입고 한국말로 구호를 외치며 대련을 펼쳤다.

    다양한 형(품세)을 비롯해 봉기술과 검술 대련, 송판 격파 등 한국무술의 여러 기술을 선보이는 이국인들의 긴장된 표정, 경연 때마다 심사 사범들에게 깍듯이 절하는 모습, 그리고 귓전을 때리는 또렷한 한국어 구령들…. 한국인의 눈에는 마냥 신기하게 느껴질 법한 장면이지만 미국에선 벌써 20년째 이어지고 있는 낯익은 풍경이다.

    특히 휴스턴 아스트라돔 체육관은 하루 대관료가 1만 달러(1300만 원)를 웃도는 대형 체육관임에도 700여 명의 선수를 비롯해 가족과 관람객 등 1500여 명으로 빼곡이 들어차 미국 내 한국무술의 열풍을 실감케 했다. 더욱이 테러 발생과 전쟁 개시 등의 여파로 올해 선수와 관람객 참가율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국술원 관계자의 설명을 감안하면 이 행사가 상당한 규모로 자리매김했음을 느끼게 했다.

    “한국무술 원더풀! 국술에 반했어요”
    국술은 서인혁씨(62)가 여러 유형의 무술을 집대성해 만든 종합무술로 1958년 첫선을 보였다. 한국에 정식 무술단체로 등록한 것은 1961년. 맨손 무술과 무기술 등 기술이 270기에 3608수에 이른다. 74년 서씨가 미국으로 건너가 보급에 나선 뒤 최근 들어 태권도 못지않게 급성장하고 있다. 현재 미국 영국 캐나다 독일 네덜란드 등 전 세계 13개국 600개 도장에 연인원 13만2000여 명이 수련중이며 그동안 국술원 도장을 거쳐간 누적회원은 110만 명에 육박한다. 초단 이상 유단자는 북미지역 3200명 등 1만2600여 명이며 승단연한을 2~9년까지 규정하고 있어 초단이 9단으로 승단하려면 44년이 걸린다. 미국 내 캔자스, 알바니 등 10여 개 대학에서 학점 인정 교양과목으로 채택해 학생들에게 전파되고 있으며,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내 8개 지역과 캐나다 영국 등 전 세계에서 연간 10여 회의 선수권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현재 텍사스주 휴스턴에 본부가 있다.

    이날 국술 세계선수권대회는 축제처럼 활기 넘쳤다. 다섯 살의 어린 선수가 있는가 하면 환갑에 가까운 백발의 노인선수도 있고, 참가 선수의 40%는 여성이었다. 어린 자녀들이 경연을 펼치면 부모들은 카메라로 그 장면을 담으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경연 결과에 따라 메달을 목에 건 자녀를 얼싸안고 축하하거나 낙심한 자녀를 위로하는 가족의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국무술 원더풀! 국술에 반했어요”
    은메달을 목에 건 비앙카 레이나(8·초등 3년)는 “시작한 지 1년이 안 됐지만 발차기와 대련이 무척 재미있다”면서 “열심히 해서 내년에는 꼭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했다. 곁에 있던 어머니 마리셀라는 “아이가 너무 수줍어하고 말이 없어 걱정했는데 운동을 한 뒤 무척 활달해지고 예절바르게 행동해 놀랄 정도다”며 기뻐했다. 문화적 차이로 무릎을 꿇고 앉는 자세조차 힘들 미국인들이 습관처럼 절을 하고 지나칠 정도(?)로 예의범절을 잘 지키는 모습도 이색적이다. 일부 유단자들은 ‘세속오계’까지 줄줄 왼다.

    캔자스에서 12시간 차를 달려 아들과 함께 대회에 참가했다는 월터 디믹(43)은 이에 대해 “단순히 차고 지르는 기술 연마만 아니라 상대를 존중할 줄 아는 예의를 갖추도록 하는 정신수양을 겸하는 것이 국술의 매력”이라고 답했다. 캔자스대 생물학 교수로 재직하면서 방과 후 국술 도장에 나가 제자를 지도하는 그는 “20년 전 처음 국술을 접할 때는 어려움이 많았던 게 사실”이라며 “국술을 지도하면서 같은 미국인으로서 제자들에게 일상생활 속에 다른 나라의 좋은 문화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회에는 미국보다 1년 늦은 26년 전부터 국술이 보급돼 55개 도장에 2만여 명의 회원을 지닌 영국에서도 80명의 선수들이 참가했다. 영국 데레한에서 호텔 매니저로 일한다는 일레이나 위커스(29)는 “2년 전부터 국술을 접했는데 일이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아 짬짬이 연습하면서 정신적·신체적으로 큰 도움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무술 원더풀! 국술에 반했어요”
    국술은 조지 부시 현 대통령과의 인연으로도 유명하다. 샌안토니오에서 도장을 운영하는 서인주씨(서인혁 총재의 동생)가 부시의 측근을 직접 지도했고, 부시 대통령은 텍사스 주지사 시절 국술원에서 지휘검과 명예단증을 수여받았다. 서총재측은 부시 대통령과의 관계를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지만, 앞서 많은 한국 무술인들이 미국 정계와 깊은 인연을 맺어온 게 사실이다.

    미국에 진출해 입지전적 성공신화를 일궈낸 한국 무술인들은 대부분 미국 대통령 혹은 정치인들과 밀접한 인연을 맺어왔다.

    “한국무술 원더풀! 국술에 반했어요”
    대표적 인물이 워싱턴을 본거지로 활동중인 이준구씨(李俊九·미국명 준 리)다. 1956년 미국에 건너간 뒤 미 의회에서 40년 가까이 태권도를 가르치면서 레이건과 부시 전 대통령의 체육특별고문을 맡았고, 뉴트 깅그리치 전 하원의장 등 전·현직 의원 270여 명을 제자로 배출했다. 이씨는 지난해 미국 이민국이 선정한 ‘가장 성공한 이민 200명’ 명단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포함되었다. 지금도 해마다 미 의회 승단심사를 치르고 정치인들과 정기적 모임을 갖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아칸소주를 근거지로 삼아 보급된 미국 태권도협회(ATA)의 창시자 이행웅씨(李幸雄)도 스포츠와 정치의 만남을 주도한 인물. 지난해 64세로 타계한 그는 클린턴 전 대통령이 아칸소 주지사로 재직하던 시절 직접 태권도를 지도했다. 1964년 미국에 처음 진출한 그는 태권도와 함께 한국문화 전파에도 크게 기여했다.

    이제 태권도에 이어 국술이 세계 무대에 코리아의 이름을 알리고 있다. 머리카락을 아예 ‘국술’이란 글자 모양으로 자른 맬컴 도널드슨(36·샌프란시스코 변호사)은 “청소년 시절부터 체력 단련을 위해 쿵푸 등 여러 운동을 조금씩 배우다 대학 때 국술의 도전의식에 매료됐다”며 “내년 가을 국술 종주국인 한국에서 열리는 세계대회에 꼭 참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