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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코 중의 개코’ 떴다!

‘폭발물 탐지견’ 인천공항 등 60마리 맹활약 … 민감한 후각 유지 위해 식사도 제한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개코 중의 개코’ 떴다!

‘개코 중의 개코’ 떴다!
지난 10월11일 오후 1시 인천국제공항 CIQ(세관 출입국 관리 및 검역) 구역. 25분 전 도착한 프랑크푸르트발 대한항공 906편 탑승객들이 입국장에서 기다리는 동안 개 한 마리가 컨베이어벨트 위를 이리저리 날렵하게 오가며 수하물에 바짝 코를 들이댄다. 개의 이름은 ‘모모.’ ‘모모’는 경력 5년의 ‘중견’ 폭발물 탐지견이다. 미국 테러사건 후 바빠진 것은 세관과 경찰만이 아니다. 이들 기관이 보유한 특수목적견인 폭발물 탐지견 역시 비상근무로 고단한 하루를 보낸다. 군 수색ㆍ경계견이나 마약 탐지견과 달리 이 ‘특별한’ 개들의 세계는 그다지 알려지지 않았다. 하지만 적어도 국내에선 폭발물 탐지견이 마약 탐지견의 ‘형님’뻘이다.

한국에 탐지견이 도입된 것은 지난 1987년. 88올림픽을 앞두고 미국 관세청에서 폭발물 탐지견 6마리를 기증받은 것이 시초다. 이 개들은 올림픽 이후 90년부터 국내 최초의 마약 탐지견으로 전환 운용됐다. 현재 국내 폭발물 탐지견은 60마리 안팎(전문가 추산). 인천공항 세관, 서울경찰청 특공대(24마리), 김포공항경찰대(2마리) 등과 육ㆍ공군에서 운용한다.

개는 사람보다 40배 많은 후각세포를 가져 후각이 수만 배는 더 예민하다. 국내에서 탐지견용으로 많이 쓰는 품종은 골든리트리버와 래브라도리트리버. 이는 잦은 대민(對民) 접촉빈도를 감안해 셰퍼드 등 덩치 큰 종보다 상대적으로 작은 개를 선호한 때문. 하지만 경찰특공대와 군은 범인(또는 적) 수색 및 추적, 재해ㆍ재난시 매몰자 탐색에 탁월한 셰퍼드를 다수 보유했다.

‘코가 보배’인 폭발물 탐지견들은 어떤 과정을 거쳐 선발될까.

같은 날 인천공항 여객터미널에서 19km 떨어진 영종도 정부기관단지 내 세관탐지견훈련센터. 지난 9월 부지 2만 평에 훈련시설 3동을 갖춰 문을 연 이곳에선 탐지훈련이 한창이었다. 화물탐지훈련장에서 각종 화물의 냄새를 맡아가던 골든리트리버 ‘코난’이 한 나무상자 옆에서 갑자기 멈춘다. ‘코난’과 한 조를 이룬 핸들러(Handler·탐지견 관리요원) 양재우씨(29)가 곧 상자 속에 깊숙이 감춰진 C4(콤포지션4 폭약)를 찾아낸다. 이는 물론 훈련상황. 폭약엔 당연히 뇌관이 없다. 만일 실제 상황이라면 공항공사 소속 폭발물처리반이 긴급 출동해 공항 이용객을 대피시키고 폭약을 제거하는 것이 순서다.



인천공항 세관의 ‘현역’ 폭발물 탐지견은 4마리. 모두 별도 탐지훈련을 받지 않은 상태로 마리당 500만 원에 미국에서 수입해 세관이 자체 훈련시켰다. 현장에 투입하진 않지만 예비견과 자체 번식용 종모견도 일부 있다.

‘개코 중의 개코’ 떴다!
훈련센터의 ‘신병교육’은 16주. ‘왕초보’들을 대상으로 먼저 각종 폭발물 견본에 대한 냄새인지 훈련이 이뤄지고, 이에 숙달되면 가방ㆍ화물ㆍ인체 등에 은닉한 폭발물을 찾는 현장적응훈련에 들어간다. 훈련에 합격한 개는 7∼8년 간 탐지활동을 수행한다. 가장 왕성한 활동시기는 생후 5∼7년.

폭발물 탐지견 훈련교관 이규형씨(40)는 “탐지견의 탐지능력을 배가하기 위해 불필요한 냄새는 가급적 맡지 않도록 하는 게 원칙이다”며 “폭발물 탐지견과 마약 탐지견간 우열차는 없으며, 다만 ‘전공’만 다를 뿐이다”고 덧붙인다. 탐지견은 폭약 냄새를 맡는다. 해시시 등 일부 마약도 냄새가 나지만, 폭약에는 사람은 맡지 못해도 개는 감지 할 수 있는 특유의 냄새가 있다. 통상 폭발물이 마약보다 조금 더 발견하기 쉬운 편이다.

훈련중의 불문율은 탐지견에 대한 보상. 아직 국내 공항 등에서 폭발물이 발견된 선례는 없지만, 탐지견이 유사물건(예컨대 탄피)이나 기타 의심할 만한 물건을 발견하면 핸들러는 탐지견의 입에 둘둘 만 보상용 타월을 물려주고 한동안 같이 놀아준다. 이는 탐지견에게 충실한 탐지활동 후엔 반드시 보상이 뒤따른다는 경험칙을 각인시킴으로써 언제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도록 하려는 조치. 또 소음ㆍ진동에 의한 폭발사고 방지를 위해 탐지견이 폭발물을 발견해도 이를 물거나 옆에서 짖지 않도록 철저히 훈련시킨다.

탐지견의 후각은 늘 ‘이보다 더 민감할 수 없도록’ 유지된다. 포만감을 느끼면 탐지의욕이 저하하므로 식사도 하루 한 번 고농축 영양식(사료)만 먹인다. 1회 탐지시간 역시 25∼30분을 넘지 않는다. 탐지시간이 길면 집중도가 떨어지므로 탐지견은 수시로 대기실에서 휴식을 취한다. 기운이 저하된 개들은 훈련센터의 ‘연병장’격인 장애물훈련장에서 체력증진 훈련도 받는다. 최근엔 중국 차(茶) 등 향이 강한 물건에 폭약을 숨기는 위장술까지 등장해 탐지견들의 훈련과목은 더 늘었다.

그러나 탐지견은 영민한 만큼 사람 못지않게 성격도 제각각이어서 다루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핸들러 차정석씨(29)는 “암컷은 교미기에 발정하면 탐지활동에 지장을 줘 주로 수컷을 탐지견으로 쓴다. 탐지견은 또 둘 이상 붙여놓으면 영역다툼을 벌이거나 서로 일을 떠넘기는 습성도 있다”고 귀띔한다. 핸들러와 탐지견은 눈빛만 봐도 서로의 의중을 알아챈다. 핸들러는 보통 “앉아!” “(컨베이어벨트 혹은 비행기에) 올라!” “(냄새를) 맡아!” 등 특정 구호로 지시하지만, 개의 고유 특성에 좀더 근접한 핸들링을 위해 독자적 방법론을 개발하기도 한다. 훈련기법엔 ‘정답’이 없기 때문. 비번 때 집에서 발성연습을 하는 핸들러까지 있다.

인천공항 세관의 핸들러는 18명(별정직 6∼8급). 이중 30%는 군견 훈련조교 및 관리병 출신이다. 경찰특공대의 경우 탐지견 요원은 견훈련사 자격증 소지자 또는 해당 분야 2년 이상 근무경력자 가운데 선발한다. 미국 등 선진국에선 탐지견 운용이 세관 직원의 선호업무 중 하나로 꼽힌다.

폭발물 탐지업무엔 우범국가에서 온 각종 화물 및 국제우편 소포에 대한 탐지와 입국 여행자 휴대품 탐지는 물론 공항시설 곳곳에 대한 탐지활동도 포함된다. ‘한순간의 방심’을 떨치기 위해 매일 반복적 일상의 길을 걸어야 하는 것이 바로 폭발물 탐지견의 운명이다.

늙고 병든 탐지견은 ‘퇴역’ 후 ‘여생’을 어떻게 보낼까. (재)한국동물보호협회를 통해 사육 애호가를 만나기도 하지만,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신체상태가 안 좋을 경우 주사제에 의한 안락사로 최후를 맞기도 한다. 개는 인간과 가장 친숙하고, 효용가치가 높은 동물. ‘개 중의 개’ 폭발물 탐지견은 어쩌면 인간이 무한한 정을 쏟아야 할 최고의 충견인지도 모른다.





주간동아 2001.10.25 306호 (p50~51)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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