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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전화 요금 어쩌나” … 속타는 정통부

시민단체·여당의 거센 인하요구 직면 … 이통산업 정책 고려하면 동조 힘들어

  •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이동전화 요금 어쩌나” … 속타는 정통부

“이동전화 요금 어쩌나” … 속타는 정통부
전 세계적으로 이동전화요금은 인하하는 추세다. 당연히 대폭 내려야 한다.”(서울YMCA 국장)

“후발 사업자들의 누적적자가 2조 원 정도에 이른 상황에서 요금 인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KTF 오석근 상무)

이동전화 요금 인하를 둘러싸고 시민단체와 이동전화 사업자간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시민단체와 재정경제부, 여당이 ‘전선’의 한쪽을 형성하고 있다면 다른 편에는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와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서 있다. 이 때문에 시민단체에서는 정통부가 이동전화 사업자를 싸고 돈다고 비난하지만 정통부로서도 할말이 전혀 없는 게 아니다. 문제는 ‘솔로몬식’ 해법이 없다는 데 있다.

그동안 재경부와 여당은 “이동전화 요금을 내리겠다”고 밝혀왔다. 재경부와 여당이 시민단체 주장에 동조하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재경부로서는 ‘물가 안정’을 위해 최근 가입자가 급증하는 이동전화 요금 인하가 필요한 상황. ‘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여당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반면 정통부는 이동통신 산업에 대한 산업정책적 고려를 해야 하기 때문에 무조건적 요금 인하가 쉽지만은 않은 상황. 양승택 정통부 장관은 5월 중순 기자간담회에서 재경부의 이동전화요금 조기인하 방침과 관련, “정부는 이동전화요금을 낮추라 마라 할 권한이 없다”면서 “일부 시민단체에서 주장한다고 무조건 요금을 낮추는 게 말이 되느냐”고 요금 인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동전화 요금 어쩌나” … 속타는 정통부
정통부는 현재 초기의 강경 입장에서 상당히 후퇴한 느낌. 재경부와 여당의 ‘정치적 압박’이 작용한 때문으로 분석된다. 정통부가 지난 10월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이동전화요금 조정과 관련한 공청회를 개최한 것도 10월 말 요금 조정을 앞둔 절차로 풀이된다. 정통부 서홍석 부가통신과장도 “10월 말까지는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요금조정위원회에서 요금 인하 시기 및 인하 폭을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공청회에서 주제 발표를 한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이내찬 박사는 “국제요금 수준과 비교해 우리나라 이동전화요금은 전반적으로 낮은 수준이나 이동전화 보급률이 높아 이동전화비가 가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도 “적정한 요금조정 수준 및 방식은 사회적 합의에 따라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박사는 이날 요금 조정 대안으로 △다양한 선택요금 상품의 도입 △기본요금 또는 통화료 조정 △과금 단위(통화료의 부과 단위, 우리의 경우 10초) 변경 등을 제시했다.

요금 조정 시기가 다가오면서 시민단체의 정통부 압박 강도도 높아지고 있다. 참여연대 박원숙 시민감시국장은 “현재 정통부나 이동전화 사업자들이 요금 인하 자체보다 ‘인하 효과’를 강조하는 것으로 봐서 이동전화요금 인하 수준은 10% 이내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식의 생색내기 인하라면 요금조정위원회에도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시민단체들이 올 봄부터 이동전화요금 인하운동에 나선 것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이동전화 업체들이 올 들어 모두 흑자를 기록하는 등 사상 최대 호황을 구가하기 때문. SK텔레콤의 상반기 당기 순이익은 7000억 원으로 역대 최고 수준. KTF와 LG텔레콤 역시 서비스 개시 이후 처음으로 흑자로 돌아서 각각 1134억 원과 684억 원의 당기 순이익을 기록했다.

참여연대 박원숙 국장은 “서비스 가입자 2700만 명 돌파 등 가입자 확대, 단말기 보조금 폐지, 마케팅 비용 축소 등으로 올 한해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사상 최대의 흑자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대폭적인 요금 인하를 주장했다. 참여연대는 표준요금 기준으로 기본요금의 30% 이상 인하하거나 기본요금에 월 40분 이상의 무료통화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동전화 사업자들은 한 목소리로 요금 인하에 반대하고 있다. 작년 말 현재 1조8000억 원의 누적 순익을 기록한 SK텔레콤마저도 요금 인하 요인이 없다고 주장한다. 이 회사 조신 상무는 “정치적 압력으로 요금을 인하하면 사업자의 투자 위축을 가져와 정보통신(IT)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고, 이렇게 되면 IT산업이 외환위기 이후 우리 경제의 ‘기관차’ 역할을 해왔다는 점에서 우리 경제의 침체도 장기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요금 인하에 대한 반발 정도는 아무래도 KTF와 LG텔레콤이 더 강할 수밖에 없다. KTF 오석근 상무는 “KTF의 작년 말 현재 누적적자가 1조2000억 원인 상황에 요금을 10% 인하하면 연간 3000억 원의 수익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투자재원 확보가 어려워 2005년까지 약 2조 원의 투자 감소가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LG텔레콤측은 “이동전화요금 인하는 LG텔레콤을 고사시킬 것”이라고 주장한다.

통신업계에서는 SK텔레콤의 주장을 ‘엄살’로 받아들이는 분위기. 그러나 후발 사업자들의 요금 인하 반대 주장에는 생존 차원의 절박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LG텔레콤 임병용 상무는 “유효경쟁 체제를 구축하면 사업자들은 요금 인하를 하지 말라고 해도 할 수밖에 없다”면서 “그러나 지금 같은 상황에서 요금 인하를 단행하면 엄청난 누적 적자를 안고 있는 후발 사업자들은 수익 축소로 설 땅이 좁아지고 결국 특정 업체의 독점이 강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특정 업체의 독점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과거 SK텔레콤의 독점 시절과 경쟁이 도입됐을 때를 비교해 보면 분명해진다. KTF 오석근 상무는 “이동전화 시장이 독점체제였을 때와 경쟁체제인 현재를 비교해 보면 가입비가 7만 원에서 3만 원으로 인하된 것을 비롯해 기본요금 2만7000원→1만6000원, 통화료(10초당) 32원→18원, 단말기 가격 200만 원대→10만 원대 등 소비자들은 많은 혜택을 누려왔다”고 설명했다.

정통부의 고민은 후발 사업자들의 주장을 전적으로 외면할 수 없는 데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정통부는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공정 경쟁 여건 조성을 통해 사업자간 요금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펴고 있다”고 말해왔다.

그러나 88년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이 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90년대 후반 신규사업자가 진입함으로써 경쟁 체제는 갖춰졌지만 실질적인 경쟁 환경은 조성돼 있지 않다는 게 정통부의 판단.

이런 상황에 정통부가 우려하는 것은 이동전화요금을 인하할 경우 KTF와 LG텔레콤이 상당한 ‘내상’을 입는다는 점이다. 이는 통신시장 3강 체제 구축을 통해 유효경쟁 환경을 조성하려는 정통부의 목표가 흔들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정통부가 재경부나 시민단체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요금 인하에 소극적인 모습으로 비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후발 사업자들의 요금 인하 반대 주장에도 문제가 없지 않다고 말한다. 특히 선발 사업자의 ‘횡포’나 정부의 정책 실패 때문에 경영상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LG텔레콤의 주장에는 상당한 ‘과장’이 내포돼 있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같은 시기에 출발한 KTF가 오늘날 SK텔레콤과 한판 승부를 벌일 정도로 성장한 것은 LG텔레콤측에도 경영상 잘못이 있음을 반증한다”면서 “정통부가 요금 인하에 반대하면서도 등 떠밀리듯 요금 인하 작업에 나선 것은 이를 인정하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1.10.25 306호 (p40~41)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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