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6

2001.10.25

“정말 세네!” 한나라당 ‘보수 파워’

색깔론 공세·당 지도부 성토 등 파괴력 안팎 과시 … 개혁세력도 비난 삼가 ‘위상 격상’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04-12-31 14: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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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말 세네!” 한나라당 ‘보수 파워’
    한나라당 안택수 의원의 ‘김대중 대통령 사퇴촉구’ 발언과 김용갑 의원의 ‘현 정권은 친북세력’ 연설문은 여야 영수회담으로 모처럼 마련된 ‘화해 정국’을 다시 대결 국면으로 내몰았다. 안의원과 김의원은 ‘한나라당 중진의원 모임’의 대변인과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들의 주장이 국회를 ‘색깔론 패닉 상태’에 빠뜨리자 이런 입장이 개인 의견에 불과한지, 아니면 이들이 속한 중진의원 모임 전체의 입장이 반영된 것인지 그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나라당 내 보수성향 모임으로는 공직자 출신 의원 모임인 한백회(회장 유흥수)와 상록회(회장 이상배), ‘바른 통일과 튼튼한 안보를 생각하는 국회의원 모임’, 중진의원 모임 등이 외부에 알려져 있다. 이중 ‘바른 통일 모임(회원 수 51명)’과 중진의원 모임(회원 수 31명)이 정치현안에 대한 보수 의원들의 입장을 밝히는 통로가 되고 있다. 두 모임 모두 김용갑 의원이 대표를 맡고 있으며 회원들도 중복 가입해 있다. 바른 통일 모임은 ‘공동명의의 성명발표’, 중진의원 모임은 ‘성명발표+회원간 직접접촉’으로 역할이 나뉘어 있다.

    2001년 4월 결성된 중진의원 모임은 6월 공식적 만남을 가진 이래 10월 현재까지 한 차례 골프회동을 포함해 4차례 모임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회창 총재가 회합을 만류했음에도 불구하고 결성된 당내 첫 계보 성격의 모임이다.

    당 지도부가 쌀 200만 섬 북한지원 방침을 밝히자 중진의원 모임은 의원회관에서 1시간30분 동안 난상토론을 벌여 반대 입장을 결집하는 한편, 당 지도부를 여당 대하듯 강도 높게 성토하는 기민함을 보였다. 이에 당 지도부가 당황하고 결국 쌀 지원 방침을 보류함으로써 이 문제는 정리됐다. 이 모임 소속의 최병렬 부총재와 김용갑 의원, 비회원이지만 모임에 자주 참석하는 강재섭 부총재는 자민련을 도와주어야 한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혔다. 이 모임 소속 중진인사들은 이총재와는 다른 독자적 정국해법으로, 최근 당내에서 동조 의견을 상당 부분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번 색깔론 공방이 영수회담이 있은 지 하루 만에 터져나온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두 가지 해석이 나온다. 첫째는 이회창 총재의 당 장악력에 의문을 갖는 시각이다. 이총재가 냉전수구 이미지를 탈피하고 국가지도자로 각인되기 위해 쌀 지원 방침을 밝히고 영수회담을 수용했는데 당내 ‘골수 보수’들이 이를 이해하지 못해 너무 튀는 발언을 했고 이총재측이 이들의 ‘고저장단’을 조절하는 데 실패했다는 것이다.



    이와 달리 이번 발언은 당 지도부의 묵시적 동의 아래 이뤄졌다는 해석이 있다. 현 정권의 대북정책에 비판여론이 높다고 본 지도부가 민심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한편 JP-YS 연대에 보수층이 결집될 가능성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보수파의 강경발언을 용인했다는 논리다. 당 지도부가 안의원의 원고를 사전 스크린해 놓고도 그냥 ‘GO’ 사인을 보낸 부분이 주요 근거다. 이총재가 발언 문제에 대해 일정 거리를 유지하는 것 역시 ‘보수층 결집’과 ‘총재 이미지 제고’ 등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는 것.

    한나라당 내 개혁 세력의 ‘침묵’도 이상한 대목이다. 안·김의원의 발언 수위로 봤을 땐 당내 개혁파 의원들 사이에서 맹비난이 나올 법한데 10월15일 현재까지 당에선 아무런 역풍이 불고 있지 않다. 결론적으로 이 두 가지 상반된 해석의 어느 경우라도 이번 색깔론 공방은 보수의원 세력의 전과며 이들의 격상된 위상을 확인해 주는 일이 된다는 평이다. 한나라당 한 의원은 “중진의원 모임이 가시적 형태를 잡아가면서 공식 출범 4개월 만에 당내 파워 그룹으로 성장하고 있다. 이들이 ‘정치적 결사체’로 진화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한 고위 당직자는 “JP를 포용하라고 하면서 개혁파 의원에겐 당을 떠나라고 요구하는 등 김용갑 의원을 중심으로 한 일부 보수파 의원들은 당의 ‘합리적 보수’ 노선에 역행하는 측면이 있다. 이번 발언들도 원색적이고 단편적”이라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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