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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3파전” 대선 ‘다자구도’로 가나

YS·JP 신당, 개혁 연대, 경선 불복 등 요인 충분 … 3金 1李 막판 이합집산도 변수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최소 3파전” 대선 ‘다자구도’로 가나

“최소 3파전” 대선 ‘다자구도’로 가나
여권 후보와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의 ‘2강 구도’로 정착될 듯 보였던 대선지형에 뚜렷한 변화의 흐름이 태동하고 있다. 이른바 ‘다자구도론’이다.

내년 대통령선거에 적어도 3명 이상의 후보가 나설 것이라는 다자(多者) 구도는 김종필 자민련 총재(JP)와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신당 창당설이 흘러 나오면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여기에 민주당 한화갑 최고위원이 “내년 대선은 최소 3파전 이상으로 간다”고 단정적으로 말한 것도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다자구도는 YS-JP 신당, 여야 개혁세력 연대, 여권의 경선 이탈세력 등 서너 가지 방향에서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연말 또는 연초로 예상되는 정계개편은 다자구도의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여권의 한 인사는 “후보가 많을수록 (여권이) 유리하다”며 대선지형을 다자구도로 몰고 갈 가능성을 거론했다. 이미 여권 내부에서는 3자 또는 4자 구도에 대한 도상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음도 은연중 흘렸다.

다자구도의 군불을 먼저 지핀 인물은 YS와 JP였다. YS와 JP는 ‘반(反)DJ, 비(非)이회창’ 노선에서 연말이나 내년 2, 3월께 보수대연합 신당을 출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당은 필연적으로 대선 후보를 내놓아야 한다. YS-JP가 내년 대선에 뛰어들면서 대선 구도는 자연스럽게 3자 경쟁구도로 자리잡게 된다. 함성득 교수(고려대 대통령학)는 “내년 대선은 다자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으며, 다자구도의 가능성 가운데 YS-JP 연대가 가장 센 축을 형성한다”고 3자 대결에 무게를 싣는다.

YS-JP 신당은 한나라당의 분열을 일정 부분 전제해야 설명이 가능하다. 한나라당 내 영남 세력 이탈이 신당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양김이 내세울 대선 후보로 한나라당 박근혜 부총재, 이수성 전 총리, 김혁규 경남지사, 정몽준 의원(무소속) 등 이 지역 출신 인사들이 집중 거론되는 점만 보더라도 신당에서 차지하는 영남의 비중을 알 수 있다.



문제는 한나라당 내 영남 출신 인사들의 이탈 가능성이다. 지금으로서는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는다. YS 정권 당시 청와대 고위직을 지낸 한나라당 한 인사는 “그들이 만든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겠느냐”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TK 출신 한 인사도 “박종웅 의원 등 2~3명 외에는 동참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총재의 한 참모는 “YS-JP 신당을 평가절하하는 것은 양김을 잘 모르고 하는 낭만적 판단”이라며 “양김의 저력이라면 충분히 승산 있는 카드를 만들 수 있다”고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한나라당 하순봉 의원이 10월14일 서울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재경 경남 향우회에서 “제2의 이인제가 나와서는 안 된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것은 YS-JP의 신당 추진에 대한 부담감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민주당 경선 탈락자들의 이탈 및 독자세력화는 다자구도의 가능성을 높이는 상존 변수다. 경선 탈락자의 경우 당내에 그냥 주저앉아 있기보다 독자세력화를 모색해 ‘다음’을 준비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는 것은 뻔한 이치. 이와 관련해 눈여겨볼 대목은 이인제 노무현 최고위원의 불화다. 당과 대중 지지도에서 선두권을 형성하는 이들은 오랫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 특히 이위원에 대한 노위원의 불신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당의 한 관계자는 “도저히 한 배를 탈 수 없는 물과 기름”이라고 설명한다. 노위원 주변에서는 “경선에서 지더라도 이위원을 돕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이위원의 이탈 가능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로 거론된다. 물론 이위원 본인은 14일 “(경선 결과에 불복하고) 울타리를 벗어날 경우 점으로 남는다”고 후보 경선 결과에 승복할 것임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는 “(경선 패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는 이위원측 입장이 먼저 반영된 어법이다. 당내에서는 여전히 경선에서 패할 경우 이의원의 이탈 가능성을 높게 본다. 한 초선 의원은 “독자세력화는 지지기반이 확고해야 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노위원보다 이위원의 이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경선 불복에 대한 부담이 우려되면 대선 후보들은 경선 전에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노위원 주변에서는 “영남을 발판으로 경선 전에 독자세력화를 모색하는 것이 유리하지 않느냐”는 지적도 제기한다. 여권 핵심부는 이런 시나리오를 가장 우려한다.

“최소 3파전” 대선 ‘다자구도’로 가나
조기 전당대회에도 사실상 여권의 분열을 불러올 보이지 않는 함정이 숨어 있다. 후보 조기가시화가 후보의 세를 확장할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지만, 반대로 지지도가 낮거나 당내 인사들을 장악하지 못할 경우 분란의 소지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97년 대선 당시 이회창 후보가 아들의 병역기피 의혹과 관련, 지지도가 급락했고 이를 명분으로 이인제 최고위원은 홀로서기를 감행한 전력이 있다. 대선후보 문호개방론도 마찬가지. 분위기가 영입후보 대세론으로 흐르면 대중적 지지도가 높은 당내 인사가 이를 거부하고 당을 박차고 나가 딴살림을 차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 문호개방론과 관련해 이인제 최고위원측은 “바깥 사람이라고 별 수 있느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지금은 바람이 상당히 빠졌지만 한때 이회창 총재를 압박한 3김 연합후보론이 다시 등장할 경우도 대선구도는 복잡하게 얽힐 수밖에 없다. 민국당 김윤환 대표는 DJP 공조가 붕괴된 지금도 반이회창 연합구도를 최선의 대선전략으로 생각한다. 내년 2월까지 이회창 총재를 포위하고 DJ 이미지가 탈색된 신당을 출범시켜 영남권 지지를 받는 후보를 옹립하자는 게 이른바 ‘허주 구상’이다. DJ까지 포함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YS-JP 구상과 거리가 있다.

여권도 이 같은 구상에 관심을 보인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여권의 기본전략이 DJP+α였다”며 “지금은 어려워 보이지만 아직 여지는 있다”고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는다. 대선 승리를 위해 YS-JP와 3자 연대를 모색하는 신(新) 3김구도를 복원해낼 가능성이 있다는 것. 물론 DJ-YS-JP의 화해는 어려워 보인다. 그러나 퇴임하는 김대통령이 아닌 여당의 새로운 후보를 매개로 할 경우 3김 연대는 의외로 쉽게 가닥잡을 수도 있다. 이 경우 3김 연대에 반대하는 여권 내 세력들과 유력주자들의 반발은 피할 수 없어 보인다.

여야를 망라한 개혁세력의 신당 창당은 여야 공통적인 당 내부의 복잡한 사정을 매개로 한다. 여야 정치구조에 대한 국민의 염증이 최고조에 달하고 언론의 여론조사 결과 지지할 정당이 없다는 무당파가 60%대에 이르는 것이 개혁신당의 출발선이다. ‘화해와 전진포럼’은 이런 측면에서 눈길을 끈다. 여야 개혁세력이 힘을 합쳐 제3 신당을 결성하고 후보를 내는 시나리오는 그동안 한나라당 이부영 김덕룡 의원과 민주당 김원기 김근태 정대철 의원 등 화해전진포럼 관계자들이 이미 여러 차례 점검한 것으로 한 관계자는 전한다. 여기에 민주당 노무현 위원이 동참할 경우 문제는 더욱 복잡하게 얽힌다.

그러나 무엇보다 내년 대선지형을 변화시킬 핵심 요인은 3김1이의 합종연횡과 ‘민심’의 선택이다. 특히 3김1이의 막판 이합집산은 지형 변화의 상수로 자리매김한다. 지난 97년 대선 당시 이인제 이회창 김대중 조순 김종필 등 5자구도가 형성됐지만 막판조율을 통해 3자구도로 정리된 바 있다.

이총재 진영은 현재까지도 3김씨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통일된 의견이 없다.YS·JP와 근거리를 유지하자는 주장과 차별성을 강조해야 한다는 주장이 공존한다. 김대통령과도 공생론과 정면대결론이 어우러져 있다. 이총재측은 앞으로의 추이를 봐가며 대(對)3김전략을 짜 나갈 계획이다.

정치권이 인위적으로 형성한 지형을 거부하려는 유권자들의 선택 또한 정치지형의 변화를 몰고 올 개연성이 높다. 한나라당 한 고위 관계자는 이를 대세론과 결부시켜 설명한다. “대선은 다른 선거와 달리 주류로 표가 몰리게 돼 있다. 위기감이 고조되면 당선 가능한 후보로 표가 몰린다. 92년 대선 때 정주영씨가 기세를 올리며 샐러리맨들의 모의투표에서 1등을 한 적이 많았지만 막상 투표에서는 16% 득표에 머물렀다. 특히 이인제 학습론이 주는 영향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단순히 여야 후보의 대결 양상에 변화를 주는 차원에서만 다자구도론이 거론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군소정당 후보를 제외하고 제3, 제4 후보가 출현할 가능성, 이로 인한 정계재편 가능성은 아무래도 점점 높아지는 듯하다.



주간동아 2001.10.25 306호 (p16~17)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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