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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우두둑! 무릎이 시큰시큰…

갑작스런 충격 관절 손상 ‘추벽증후군’ … 운동 줄이고 얼음 마사지 증상 완화 효과

  • < 이명철/ 서울대학교 병원 정형외과 교수 >

우두둑! 무릎이 시큰시큰…

우두둑! 무릎이 시큰시큰…
L씨(남, 42세)는 거래처 사장과 등산을 다녀온 후 무릎에서 신경에 거슬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뼈가 맞닿는 소리 같기도 하고 뭔가 부러지는 것 같이 ‘뚜두둑’하는 소리가 걸을 때마다 들렸지만 별다른 통증이 없는데다 활동에도 지장도 없어 L씨는 이를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얼마 후 회사 야유회에서 직장 동료들과 축구를 한 뒤부터 무릎이 시큰거리기 시작해 동네 병원에서 일단 X-Ray 촬영을 받았다. 검사 결과는 별다른 이상 징후가 없다는 것. 관절염이 아니라는 생각에 안심했지만, 앉거나 일어설 때마다 ‘두둑’ 하는 소리가 좀체 사라지지 않고 조금만 무리를 해도 무릎 관절 부위가 시리는 증상이 심해 다시 정밀진단을 받았다. 진단 결과는 듣기에도 생소한 ‘추벽증후군’. 무릎 관절 안에 있는 얇은 막(추벽)이 갑작스런 운동으로 손상을 입었다는 것이다.

추벽증후군은 신체가 노화해 나타나는 여타 퇴행성 무릎관절 질환과는 차이가 있다. 응급을 요하는 외상도 아니며 단지 무리한 운동이나 잘못된 자세 때문에 발생하는 피로 현상의 하나일 뿐이다. 다행히 L씨는 추벽의 부은 정도가 심각하지 않아 물리치료와 소염제 복용으로 증상이 호전되었다.

우두둑! 무릎이 시큰시큰…
문제는 피로가 누적되면 병을 부르듯, 부어 오른 추벽이 가라앉기도 전에 자꾸 충격을 받으면 통증 유발과 함께 급기야 수술해야 하는 상황을 부를 수 있다는 점이다.

직장인 K씨(33)의 경우 대학 시절, 용돈을 벌 요량으로 공사장에서 일한 후, 무릎에서 ‘두둑’ 하는 소리가 났다. 처음엔 삐걱거리는 소리가 염려되었지만, 젊다는 자신감으로 농구동호회에 가입하여 격렬한 게임을 즐기고 체력단련을 위해 틈틈이 조깅을 했다. 간혹 무릎에 미세한 통증과 붓는 증상이 있을 때는 잠시 운동을 쉬고 얼음찜질을 하면 통증이 진정되었다.



그러나 최근 게임 도중 넘어진 후 걷기조차 힘들 정도로 통증이 몰려와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상황이 심각했다. 추벽이 부풀어 연골 사이를 심하게 압박한 상태로까지 발전한 것. 결국 그는 관절내시경 수술로 연골 사이의 부어 오른 추벽을 잘라내야만 했다.

연골의 이음새 측면을 덮는 얇은 막인 ‘추벽’은 우리 국민 셋 중 한명 정도가 선천적으로 가지고 있다. 즉 추벽 자체가 없는 사람이 오히려 더 많다는 이야기다. 모든 사람이 다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런지 국내에서는 추벽에 대한 관심과 연구활동이 적어 일반인에게 추벽증후군은 아주 생소한 증상이다. 정확한 추벽증후군의 증상은 외부 충격에 추벽이 붓고, 부은 추벽의 일부분이 연골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자극하면서 곧 통증과 마찰음을 불러오는 것을 말한다.

소위 정밀진단의 대명사로 꼽히는 MRI 촬영으로도 징후를 잡아내기 힘들다. 게다가 추벽증후군에 대한 전문의들의 의학적 인식이 부족해 조금만 소홀히 하면 발견할 확률이 더욱 떨어진다. 환자는 통증을 호소하지만 각종 방사선 기기의 검사 결과로는 확인은 안 돼 ‘원인 불명’으로 치부되는 사례가 많은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근 들어 무릎 통증에 대해 다각적으로 연구하는 의료진이 증가하면서 ‘추벽증후군’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는 사실이다. ‘원인 불명’의 무릎 질환들이 연골 자체의 손상이 아니라 연골을 둘러싼 주위 조직 이상으로 유발할 수 있다는 가설에 대해 다각도의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 것. 각 분야의 연구 성과가 드러나면서 추벽증후군을 비롯한 원인 불명의 통증 질환에 대한 원인 규명과 확진에 큰 활력이 되고 있다.

올해 모 대학병원 정형외과팀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무릎 관절경 수술을 받은 환자의 10%가 바로 추벽증후군에 기인한 무릎 통증 환자였다. 이는 지난해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로, 진단 방법에 대한 세심한 관심과 시각 확대가 질병의 재발견을 이루어 낸 것. 또 몇 년 동안 꾸준히 ‘원인 불명’의 무릎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에 대해 임상적 소견을 조사한 결과, 증상이 추벽증후군으로 보이는 경우 소염제를 투여하는 약물요법과 추벽을 잘라내는 수술요법을 통해 좋은 치료 성과를 거두고 있다.

추벽증후군은 무리한 운동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장시간 쪼그려 앉아 일하는 등 무릎에 몸의 하중이 무리하게 실리는 자세를 반복할 경우에도 발병하기 쉽다. 매일 엎드려 걸레질해야 하는 가정 주부에게서 추벽증후군이 흔히 발생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40대 주부 K씨도 이 같은 경우로, 최근 거실 바닥에 엎드려 걸레질을 하다 일어서면서 ‘두두둑’ 하는 소리를 들었지만 ‘괜찮겠지’ 하며 방치하다 결국 수술까지 받았다. 뻐근한 통증 속에서도 그녀는 청소 자세를 고치지 않았고 걷기 조차 힘들어 병원을 찾았을 땐 이미 약물요법으로 치료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이처럼 추벽증후군은 주로 무리하게 운동하거나 잘못된 자세를 가진 사람에게 발병하지만 간혹 고산증, 장기 흡연, 당뇨, 심부전 등의 병력으로 인해 산소가 체내에 제대로 공급되지 않은 사람에게도 나타난다. 체내 산소 부족이 추벽을 붓게 만드는 또 다른 요인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방치 땐 관절염도

‘추벽증후군’의 치료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운동량을 줄여야 한다. 여기에 소염제를 함께 처방하면 회복 속도가 아주 빨라진다. 하지만 대증요법이나 약물요법이 듣지 않을 만큼 추벽이 심하게 부었을 때는 관절경을 통해 연골 사이에 침투한 추벽을 잘라내는 수술을 해야 한다. 문제는 증상이 악화한 후에도 이를 계속 방치할 경우 관절염까지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무릎에서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통증이 조금씩 찾아 들기 시작했다면 일단 운동 수준을 낮춰야 한다. 그 다음 얼음주머니로 무릎의 감각이 없어질 때까지(3~5분) 자주 마사지를 해 주면 증상이 쉽게 완화할 수도 있다. 그래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는다면 병원을 찾아 치료 받는 것이 현명하다. 추벽증후군의 경우에도 조기치료가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사태를 방지할 수 있다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

하지만 수술해야 하는 경우는 아주 드물며 대개의 경우 ‘추벽 울음’이 나기 시작해도 평소 생활 자세를 고치고, 무리한 운동을 자제하면 더 이상 증상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주간동아 2001.10.04 304호 (p164~165)

< 이명철/ 서울대학교 병원 정형외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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