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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후죽순 엑스포, 국제행사 맞아?

외국인 찾아보기 어려운 ‘내수용’으로 전락 … 대부분 적자행사 ‘혈세 낭비’ 되풀이

  •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우후죽순 엑스포, 국제행사 맞아?

우후죽순 엑스포, 국제행사 맞아?
지난 9월20일 오전 경기도 이천시 설봉공원. ‘세계도자기엑스포2001경기도’(주최 경기도, 향후 2년에 한 번 개최 예정)의 주행사장인 이곳엔 일산·분당 등 수도권 지역에서 단체관람객을 실어 나른 수십여 대의 대형 버스로 주차장은 꽉 차 있었다. 얼른 봐도 매표소 입구와 행사장을 메운 인파 중 절반 이상은 소풍이나 현장 체험학습을 나온 유치원(어린이집)생 및 초·중고생. 성인 관람객 중엔 전국 각지에서 온 지자체 공무원도 상당수였다.

지난 8월10일부터 80일 간의 일정(10월28일 폐막)으로 이천·여주·광주시에서 동시 개막한 이 행사의 관람객은 9월19일 현재 320만 명(평일 평균 4만~5만 명). 하지만 이 중엔 노약자와 장애인 등 무료관람객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더욱이 외국인은 11만3800여 명. 전체 관람객의 3.5%에 지나지 않는다. 도자기엑스포 조직위원회 기획팀의 한 관계자는 “당초 외국인 관람객 유치 목표를 60만 명으로 잡았으나 개막 직후 40만 명으로 축소했다. 외국인 관람객 중 60~70%를 차지하는 일본인의 관람예약이 미국 테러사태 이후 급격히 취소된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이 정도의 외국인 관람객 유치는 큰 성과다”고 자평했다.

그러면 내국인 관람객은 어떨까. 조직위 관람객 유치팀에 따르면 9월 현재 단체관람을 예약한 뒤 실제 관람을 마친 내국인만 30만 명 가량. 이렇듯 내국인 관람객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행사를 과연 ‘엑스포’라 할 수 있을까. 국내에서 이미 열렸거나 현재 개최중인 엑스포는 줄잡아 10개 안팎. 그러나 국제행사로서의 엑스포 정체성을 제대로 유지한 사례는 매우 드물다. 한결같이 명칭에 ‘국제’ 또는 ‘세계’란 수식어를 달기는 했지만 실제론 ‘집안잔치’에 그친다.

우후죽순 엑스포, 국제행사 맞아?
지난 98년 1회 행사 때 총 303만5000여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주최 경북도)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다. 행사 초기 세계 수준의 문화축제를 표방했지만, 2회(2000년) 때는 관람객이 172만6000여 명으로 대폭 줄었다. 조직위 집계에 따르면 이 가운데 외국인 관람객은 각각 10만3000여 명(1회)과 13만4000여 명(2회)에 그쳤다.

이에 대해 엑스포 행사기획단 관계자는 “준비기간이 빠듯하고 인력 및 예산부족으로 볼거리의 참신성이 떨어진 것이 한 원인이다. 기존 격년제 개최 대신 3년에 한 번 여는 트리엔날레 방식으로 행사를 이어가기로 이미 확정한 상태다”고 답했다. 실제 지난해 설문조사에서도 ‘재방문 의사가 있다’고 답한 관람객은 45.1%에 지나지 않았다.



현재 주최측은 2003년(3회) 행사를 앞두고 올해 3월30일~10월31일의 216일 간 16만 평에 이르는 엑스포장(경주시 천군동)을 문화테마공원으로 상시개장하고 있다. 그러나 상시개장 이후 관람객은 9월 현재 50만5000여 명(외국인 7600여 명). 여름 휴가철이 지난 요즘 1일 평균 관람객은 고작 540여 명선에 그치는 실정이다.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에게서조차 ‘외면’ 받고 있는 것이다.

‘엑스포’(expo: 박람회)란 명칭이 붙은 국내행사 중 국제박람회기구(BIE)의 공인을 받은 것은 지난 93년 개최해 국내 엑스포의 효시가 된 대전엑스포밖에 없다. 오는 2010년 개최를 목표로 한 ‘2010 여수세계박람회’의 경우 지난 99년부터 유치위원회를 꾸려 엑스포 유치에 박차를 가하는데, 내년 말로 예정한 BIE 총회에서 회원국의 동의를 얻어 공인을 받으면 국내 두 번째의 BIE 공인 엑스포가 탄생한다(상자 기사 참조).

그렇다면 지자체들이 국제공인을 받지도 못한 엑스포 개최를 위해 경쟁적으로 나서는 이유는 뭘까. 사실 대다수 엑스포는 적자를 면치 못한다. 굳이 ‘위험’을 감수하면서 앞을 다퉈 ‘무늬만 엑스포’인 행사를 개최하는 데는 복합적 이유가 있지만, 민선 자치단체장들이 자신의 치적 과시용으로 ‘불요불급’한 엑스포를 여는 경향이 강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물론 지자체들은 엑스포를 ‘경제논리’만으로 평가하지 말라고 입을 모은다. 문화행사를 일반 수익사업과 같은 반열에 세워선 안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엑스포라고 해서 ‘혈세 낭비’에 대한 면죄부를 받긴 어렵다. 지자체가 아니라 민간기업이라면 투자비용조차 건지지 못하는 ‘모험’을 시도할까.

“사실 지자체에 지역구를 둔 의원들 얼굴을 봐서 국비를 지원해 준다는 말까지 공공연히 나돌곤 한다. 엑스포 난립이 문제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표를 의식해야 하는 입장에서 엑스포 개최를 막을 수는 없지 않은가.” 한 국회의원 보좌관의 토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들의 엑스포 개최 열기는 식을 줄 모른다. 전시성 행사를 많이 연다는 비판을 받는 지자체 중 하나는 청주시. 청주시는 지난 99년(1회)과 2000년(2회) 개최한 청주항공엑스포를 올해 개최하지 않았다.

1회 관람객 15만여 명, 2회 20만4000여 명을 기록한 청주항공엑스포는 청주국제공항 활성화와 청주시를 미래 항공산업 거점도시로 건설하기 위한 취지의 행사. 지난해의 경우 12억여 원을 투입해 1억700만 원의 흑자를 냈지만 프로그램이 학생 위주로 편성된 탓에 초·중·고생이 관람객의 대부분을 차지, ‘애들 잔치’란 오명을 얻기도 했다.

청주시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올해 제2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가 열리는 관계로 항공엑스포 예산이 부족한데다 청주시가 개최하는 행사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 있어 내년에 항공엑스포를 개최키로 했다. 앞으로 홀수 해는 공예비엔날레를, 짝수 해엔 항공엑스포를 격년제로 열 방침이다”고 밝혔다. 청주시는 항공엑스포와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예산 58억 원)를 99년 한 해에 동시 개최한 데 이어 2000년에도 2회 항공엑스포와 함께 청주인쇄출판박람회(예산 54억 원)를 열어 지역민의 비난 여론을 산 바 있다. 인쇄출판박람회는 1회 행사로 종료했다.

우후죽순 엑스포, 국제행사 맞아?
지난 99년 9월 개최한 하남국제환경박람회(주최 하남시)는 지자체들 사이에서 대표적 실패작으로 거론한다. 미사리 올림픽조정경기장에서 열린 하남국제환경박람회는 입장료가 비싼데도 구태의연한 볼거리에 치중해 ‘바가지 엑스포’란 비판을 받았다. 같은 해 9월 속초에서 개최한 강원국제관광엑스포(주최 강원도) 역시 3년 간 준비해 230만 명의 관람객 동원엔 성공했지만, 조직위가 도내 각 시·군에 입장권 예매를 종용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엑스포 행사내용이 다른 지자체의 유사 행사와 중첩하기도 한다. 엑스포란 명칭을 쓰진 않지만, 전남 목포시의 경우 해마다 도자기축제를 개최해 왔다. 올해의 경우 일정을 9월22~26일로 잡은 제6회 축제는 공교롭게도 경기도의 세계도자기엑스포와 일정이 겹쳤다.

엑스포장 사후 관리도 미흡하다. 대전엑스포장의 경우 행사 이후인 94년 2월부터 엑스포과학공원으로 재개장했지만, 한때 민간업체에서 위탁경영을 맡아 해마다 운영적자가 100억 원대를 웃돌았다. 엑스포과학공원 관계자는 “99년 7월 과학공원이 대전시 산하 지방공기업으로 전환해 부동산 감각상각분을 제외한 운영수익이 14억 원(2000년)에 이를 정도로 흑자로 돌아섰다”고 밝힌다. 하지만 연간 관람객 은 계속 줄어 9월 현재 일평균 2300여 명선에 그치고 있다.

때문에 엑스포 시설을 100% 임시시설로 운영하려는 시도까지 나온다. 내년 9월25일~10월24일 청주시 주중동 밀레니엄타운에서 열릴 ‘2002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의 전체예산은 95억 원(국비 60억 원, 도비 35억 원). 1회 391억 원, 2회 337억 원의 예산이 든 경주세계문화엑스포나 1300억 원(도비 90%, 국비 10%)을 소요한 도자기엑스포 등과 비교할 때 상당히 ‘알뜰’한 규모다. 충북도와 보건복지부가 공동주최하는 이 행사는 국가산업단지인 오송보건의료과학산업단지(충북 청원군 강외면) 조성(2001∼2006년)에 때맞춰 바이오 관련정보 교류와 국내외 바이오연구소 및 업체 유치 등 비즈니스 창출과 국가바이오 정책홍보를 위한 일회성 행사다. 바이오엑스포 조직위 강성택 홍보팀장은 “바이오엑스포는 일반박람회가 아니라 전문박람회인 만큼 개최 목적이 뚜렷하다. 관람객 유치보다 충북도가 국내 바이오산업을 주도해 나갈 계기 마련에 주안점을 둔다”고 말했다. 이 행사가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예산면에선 낭비 요소를 대폭 줄인 셈이다.

지자체들이 개최하는 엑스포의 또 다른 문제점은 중앙부처와의 유기적 연계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국내 엑스포 개최(또는 예정) 현황을 집계하거나 파악하는 부서는 전무하다. 엑스포 테마에 따라 그때그때 관련부처와 지자체간 협의 정도만 할 뿐이다.

정부가 ‘한국방문의 해’로 선언한 올해도 이런 사정은 전과 다를 바 없다. 도자기엑스포의 경우 다행히 ‘한국방문의 해’와 ‘물때’가 맞아 ‘한국방문의 해 기획단’의 도움을 받아 지난 9월9일 일본인 단체관람객 1200명 유치에 성공했다. 그러나 기획단의 활동이 올해 끝나는 한시조직인 만큼 엑스포 주체와 중앙부처간 공조는 간헐적일 수밖에 없다. 자연 지자체 스스로의 노력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문화관광부(이하 문광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7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306만3000여 명.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늘었지만, 최근 외국인 관광객이 계속 감소추세여서 올 한해 유치 목표 580만 명(지난해보다 48만 명 증가)엔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역시 ‘한국방문의 해’인 지난 94년의 경우엔 93년 대전엑스포의 영향에 힘입어 전년보다 외국인 관광객이 7.5% 증가했다. 문광부 ‘한국방문의 해 기획단’ 김황탁 기획조정팀장은 “지자체들의 엑스포 개최시기가 특정시기에 집중하는 현상이 강해 개최시기 분산과 행사내용 중복을 조율할 기관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털어놓는다.

외국인들에게서 외면 받는 ‘내수용’ 엑스포는 언제까지 명멸할 것인가. 허울뿐인 ‘천덕꾸러기’ 엑스포들의 ‘거품’을 걷어낼 시기는 이미 무르익었다.





주간동아 2001.10.04 304호 (p88~90)

< 김진수 기자 > jo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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