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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일파만파 ‘이용호 게이트’

법과 주먹 그 ‘위험한 관계’

  •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법과 주먹 그 ‘위험한 관계’

법과 주먹 그 ‘위험한 관계’
서울 시내에서 한때 유흥업소 3곳을 운영하던 A씨. 그의 과거를 아는 사람은 그를 ‘건달’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때 주먹세계와도 가까웠으나 유흥업소 등을 경영해 나름대로 기반을 잡았다. 그러나 ‘물장사’에서 벗어나 지방에 대규모 스포츠센터를 설립해 어엿한 ‘기업가’로 변신하려 한 게 화근이었다. 자금사정 때문에 2년 전 결국 부도를 내고 한때 도피생활을 했다.

그는 최근 코스닥 등록기업을 인수해 재기를 모색하였다. 부도 이후 그가 소유한 재산이 거의 모두 경매로 넘어간 사실을 아는 주변 사람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그는 인수 자금 출처에 대해 철저히 함구하고 있고, 주변에서도 물어볼 생각조차 않는다.

주변에선 그의 이런 움직임을 불안한 눈으로 보고 있다. 그를 잘 아는 한 주변 인사는 “그가 움직이기만 하면 사고가 날 것이다”고 말할 정도다. 작년의 ‘정현준·진승현 스캔들’에 이어 이번 ‘이용호 스캔들’에서도 알 수 있듯 금융 스캔들이 일어났다 하면 A씨처럼 한때 ‘지하세계’에서 활약한 인사들이 주연 내지는 조연으로 등장하는 것을 알고 하는 얘기다.

주변에서 A씨를 더 불안하게 보는 이유는 그가 고위층 인척 C씨와 가깝기 때문. A씨가 조금만 잘못해도 고위층 인척과 관련된 대형 스캔들로 비화할 소지를 안고 있는 셈이다. A씨는 정권 교체 전까지만 해도 특별한 직업 없이 ‘건달 생활’(주변 인사의 표현)을 한 C씨의 스폰서 역할을 하면서 친분을 쌓아왔다. C씨는 정권교체 이후 A씨 술집에서 자주 목격했다.

‘인사문제’로 일부 검사들 먼저 접근



C씨뿐이 아니었다. 일부 검사도 A씨가 운영한 유흥업소를 자주 이용했다. A씨 주변 한 인사는 “A씨의 술집에서 C씨와 어울려 술을 마시고 있는 몇몇 검사와 명함을 주고받은 적이 있다”고 실토했다. 이들의 목적은 단순히 술을 마시기 위한 것이 아니었음은 물론이다. 수소문 끝에 ‘고위층 친인척’이 A씨 술집에 자주 나타난다는 얘기를 듣고 C씨와 안면을 트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는 게 주변 분석이었다.

재미있는 사실은 A씨가 정권교체 이후 C씨와 같은 든든한 ‘후원자’를 만났음에도 국세청 세무조사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는 점. 98년 말 무렵 그는 세무조사를 받고 상당한 금액을 추징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99년에는 검찰의 내사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변에서는 이를 두고 “A씨가 C씨의 ‘실력’만 믿고 유흥업소 경영에 필수적인 ‘관련 공무원 관리’를 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니냐”는 얘기가 돌았다.

법과 주먹 그 ‘위험한 관계’
C씨 주변에 몰려든 인사 가운데 검사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C씨와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C씨를 잘 아는 한 인사는 “검사들의 경우 가장 관심 있는 사안이 자신의 ‘인사 문제’인데, 실제 C씨에게 인사 청탁을 한 일부 검사들이 C씨의 ‘실력’을 간파한데다 오히려 C씨가 자신들에게 귀찮은 민원만 부탁했기 때문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C씨는 고위층 친인척 가운데서도 특히 말 많은 사람으로 꼽힌다. C씨는 작년 정현준 사건 때도 등장했다. 이 사건의 주범으로 구속된 동방금고 이경자 부회장의 핵심 측근으로 알려진 오기준 신양팩토링 사장이 C씨와 절친한 사이인 것. 오씨 주변 인사는 “오씨는 15년 간 ‘잠수’했다가 정권교체 이후 느닷없이 ‘양지’로 나온 인물로 서방파 두목 김태촌씨도 오씨를 형님으로 깎듯이 모셨다”고 설명했다. 오씨는 동방금고 사건이 터진 후 해외로 도피했다.

A씨 사례는 일부 검사들이 ‘주먹’들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앞서 오씨 주변 인사는 “90년 ‘대전 조직폭력배 판·검사 술자리 합석 사건’과 93년 정덕진 슬롯머신 사건 등으로 검사들의 ‘조폭 커넥션’이 문제되자 그 이후 검사들도 몸조심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A씨처럼 고위층 주변 인사를 내세우는 경우 검사들이 오히려 먼저 접근해 온다”고 말했다.

지앤지(G&G) 그룹 이용호 회장의 금융 스캔들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이 사건은 현재 검찰 내부 및 정·관계 전방위 로비 사건으로 번지는 가운데 검찰 내부의 ‘조폭 커넥션’이 문제되고 있다. 한나라당은 이씨가 지난해 서울지검 특수2부에서 내사 받을 당시 조직 폭력배 사건과 관련해 구속된 기업인 여운환씨에게 로비를 부탁했다는 정황 증거가 드러났다며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여씨가 이씨의 부탁을 받고 자신이 평소 ‘관리’해 온 고위 검찰 간부들을 동원해 이용호씨 사건 무마에 나선 게 아닌가 하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는 것.

법과 주먹 그 ‘위험한 관계’
야당인 한나라당도 여씨의 검찰 커넥션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 9월20일 한나라당 이재오 총무는 “검찰 내부에 검사장급 1, 2명을 포함해 핵심 요직에 있는 검찰 간부 4, 5명이 외부 폭력 조직이나 부도덕한 업자들과 결탁해 조직 폭력의 대부 노릇을 하거나 실질적으로 그 중심에 서서 사건을 은폐, 무마해 주었다는 제보가 있어 확인하고 있다”고 검찰을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한나라당이 여씨를 이용호씨의 검찰 및 정관계 전방위 로비의 핵심 고리로 파악하는 이유는 92년 광주지검 검사 시절에 그를 구속한 홍준표 전 의원의 증언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홍 전 의원은 당시 여씨를 구속하는 과정에 “현직 검찰 고위 간부 등에게 ‘압력성’ 전화를 받았을 뿐 아니라 여씨가 구속된 이후 현 여권의 실세 의원 등을 비롯한 정치권 인사들이 여씨를 접견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여씨의 ‘정관계 및 검찰 커넥션’을 조사하면 이른바 ‘이용호 게이트’의 ‘몸통’에도 자연스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얘기다(상자 기사 참조).

그러나 여운환씨는 이용호씨 로비를 대신해 주었다는 검찰 수사 방향에 대해 반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여씨를 조직폭력배 두목으로 바라보는 여론에 대해서도 억울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여씨측 관계자는 “92년 당시 홍준표 검사의 수사는 무리한 점이 많았다”고까지 주장했다. 그러나 광주지역에서는 여씨가 조직 폭력배와 관련 있다는 데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여씨가 이용호씨 부탁을 받고 검찰 내 인맥을 동원해 로비했는지 여부는 특감본부 수사로 밝힐 일이다. 문제는 설사 여씨측 주장대로 여씨가 이용호씨의 전방위 로비와는 무관하다 해도 기왕에 검찰 내 조폭 커넥션이 존재하는가 하는 점이다.

현재 한나라당이 검찰 내 조폭 커넥션과 관련해 의심하는 인사는 고위 간부 B씨와 D씨, 그리고 E씨. 김태정 전 법무장관 역시 작년 5월 여운환씨를 통해 수임료를 받고 이씨 구명운동에 나섰다고 해 구설에 올랐다.

김태정 전 법무장관은 이에 대해 여씨와의 커넥션 의혹에 대해 강하게 부인한다. 김태정 전 장관의 한 측근은 ‘이용호씨에게 수임료 명목으로 1억 원을 받는 자리에 여운환씨가 있었다’는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명예훼손으로 제소를 검토하고 있다. 수임료 1억 원은 나중에야 여씨가 지불한 사실을 알았다”고 설명했다. 여씨와는 일면식도 없는 사이라는 것.

다른 세 사람 역시 조폭과의 특별한 관련성을 찾기 힘든 상황. 한나라당도 구체적인 증거 없이 정치 공세 차원에서 검찰 내 조폭 커넥션을 제기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 중견 검사는 “정치권이 이용호 게이트를 계기로 검찰 내 조폭 커넥션을 부각하는 것은 공권력을 무력화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나라당이 검찰 내 조폭 커넥션을 물고 늘어지는 것을 두고 10월25일 보궐선거를 위한 전략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이용호 게이트’를 ‘여운환 게이트’로 몰고 감으로써 92년 여운환씨를 구속한 바 있는 ‘모래시계 검사’ 홍준표 전 의원에게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집중시키려는 의도가 보인다는 주장이다. 물론 과거 조폭과 유착 의혹이 제기된 경우도 있긴 하다. 특히 90년 정부가 ‘범죄와의 전쟁’을 펼치는 와중에 ‘대전 판검사 조직 폭력배 술자리 합석 사건’이 드러나 큰 충격을 주기도 했다. “공권력의 최후 보루인 검찰이 도대체 어떻게 해서 조폭과 어울리게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개탄이 쏟아졌다.

법과 주먹 그 ‘위험한 관계’
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과거 검사와 조폭의 유착 관계는 구속되었다가 풀려난 폭력배가 수사 검사를 찾아와 ‘앞으로는 새 사람이 되겠다’며 자연스럽게 접촉하는 등 처음엔 ‘인간적 관계’로 시작했다 나중엔 ‘공생 관계’로 발전하곤 했다”고 설명했다. 또 동네 주먹에 지나지 않던 폭력배가 룸살롱 나이트클럽 등을 운영하는 ‘사업가’로 성장해 지역유지나 각종 사회단체 간부로 활동하면서 검사들과 교제하기 위해 애쓰면서 ‘유착’ 관계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것.

검사들 입장에서 이들의 접대만큼 시원시원한 경우는 없다고 한다. 한 변호사의 경험담.

“몇 년 전 후배 검사 몇 명과 오랜만에 조용한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 그 중 한 검사와 안면이 있는 술집 주인이 우연히 이 장면을 목격하고는 ‘이런 누추한 곳은 영감님들 올 데가 못 된다’면서 다른 곳에서 자기가 모시겠다고 해 장소를 옮겼다. 덕분에 초호화판 술자리가 어떤 것인지 구경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사들은 “최근에는 이런 경우도 없어졌다”고 말한다. 이런 ‘세속적’ 재미도 없는데다 검사 업무도 과중하기 때문에 검사 지망생이 점점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한 중견 검사는 “그동안 조폭과의 유착 문제가 많이 거론되었기 때문에 요즘에는 검사들이 술도 많이 마시지 않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더욱이 조폭 냄새라도 나면 아예 어울리기를 꺼리는 태도라는 것.

조폭 가운데 일부는 대개 정치권과 연계하는 경우도 있다는 게 한나라당 주장이다. 정치인 입장에서는 선거 때 요긴하게 이용할 수 있는 집단이 바로 조폭이다. 이렇게 되면 조폭을 고리로 ‘정계 - 조폭 - 검찰 커넥션’까지 완성할 수 있다는 것. 한 검사는 “이런 커넥션의 한가운데 있는 검사들이 검찰 고위직에 오른다면 엄정한 법 집행은 불가능할 것이다”고 인정하면서도 “그러나 한나라당은 검찰 흠집내기만 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증거를 내놓아야 할 것이다”고 따끔하게 말했다.







주간동아 2001.10.04 304호 (p34~37)

< 윤영호 기자 >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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