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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주 대통령 비서실장

색깔 없는 ‘학자’ … 탁월한 인화력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이상주 대통령 비서실장

이상주 대통령 비서실장
9월10일 임명된 신임 이상주 대통령 비서실장(64)은 3일 전인 7일 청와대로부터 비서실장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실장의 측근 인사들에 따르면 7일 저녁 이상주 당시 한국정신문화연구원장에게 박지원 청와대정책기획수석이 “대통령 비서실장을 맡아달라”고 제의했다는 것.

이씨가 즉각 제의를 수락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지만 박수석과 헤어진 지 얼마 안 되어 이번엔 김대중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하였다고 한다. 이씨는 대통령에게 “중책을 맡겨줘 감사하다. 최선을 다해 대통령을 보좌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씨는 청와대의 공식 발표가 있기 전까지 함구했다.

이씨의 비서실장 임명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청와대의 제의 ‘시점’이 중요 관전 포인트가 된다고 본다. 정국이 요동치기 시작한 것은 임동원 통일부 장관 해임건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9월3일부터였다. 9월6일 청와대는 한광옥씨를 민주당 대표로 내정했으며 같은 날 이한동 총리는 잔류선언을 했다. 그런데 이상주씨에게 비서실장을 제의한 시점이 7일 저녁이라면 청와대는 6일께 이씨를 비서실장으로 내정했다는 이야기가 된다. 결국 발표 시점에 차이만 뒀을 뿐 ‘빅3’는 권력핵심부에 의해 한날 한시에 ‘패키지’로 결정되었다는 뜻이다.

그는 지난해 박지원 당시 문화관광부 장관에 의해 ‘2001 한국방문의 해 추진위원장’에 임명되어 박장관이 마련한 문광부 내 사무실에서 일하기도 했다.

박수석과의 이 같은 관계는 신임 비서실장의 위상에 의문을 품게 한다. 청와대 비서실에서 박지원 정책기획수석은 비서실장 다음으로 서열이 높다. 정치적 영향력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 박수석이 무색무취한 비정치인 출신 인사를 비서실장으로 천거한 데는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게 정치권 주변의 분석이다. 실제로 정치권에선 이실장은 얼굴만 빌려준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돈다.



경북 경주 출신인 이실장(64)은 서울대,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교육심리, 발전교육 등을 전공했다. 그는 ‘경주 이씨’ 문중 행사에도 관심을 보이지만 특별한 지역적·정치적 색깔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국내 학자로는 드물게 무려 17년 동안 3개 대학에서 총장으로 재직하면서 대학 경영에 남다른 수완을 보였다. 한림대의 경우 그가 3년 간 경영을 맡으면서 각종 시설을 확충한 결과 교육부의 교육개혁우수대학에 지정되기도 했다. 그는 영어에 능통하며 조정력이 뛰어나고 청렴하게 살아와 학계에서 두터운 신망을 얻고 있다는 평이다. 대학총장으로 재임하면서 학교 발전사업을 해나가는 동안 학생, 교수, 교직원, 재단에서 고른 지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정신문화연구원장으로 오게 된 것도 이 기관 교수들의 자발적 추천에 의한 것이었다.

그의 한 측근은 “이실장은 사실 개각 때마다 교육부장관 후보로 물망에 오른 인사였다. 그는 정치권에서 일한 경력은 없지만 언변·인화력·경영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대통령 비서실장 업무를 대과 없이 수행해 나갈 것이다”고 말했다.

“여론 굴곡 없이 전달 … 실세에 휘둘리지 않을 것”

이실장은 사람에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는 지금껏 튀는 언행을 한 적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영남 출신 인사라는 점, 1980~82년에 대통령 비서실 교육문화수석비서관으로 일한 경력도 이번 비서실장 발탁에 참고가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상주 신임 비서실장은 내정 발표가 난 이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민의를 존중하고 여론을 굴곡 없이 전달하겠다”고 취임소감을 밝혔다. ‘실세에 휘둘릴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는 “당연한 우려다. 하루빨리 일을 배우면서 실질적 역할을 하도록 노력하겠다”면서 ‘비정치인’다운 솔직 담백한 답변을 했다.

이실장은 특정 정파소속 여당 대표 임명에 따른 여권 내 파열음을 상쇄하면서 국민에게 사회통합적 이미지를 준다는 평이다. 그는 개성 강한 비서실장의 출현이 아무래도 껄끄러웠을 청와대 실세 비서진 사이에서 최선의 선택으로 받아들여졌을 법하다.



주간동아 2001.09.20 302호 (p12~12)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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