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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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W 불법유통 와레즈는 ‘사이버 해적’

제품 발매 즉시 인터넷 공간에 유포…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 기반 흔들어

  • < 조미라/ 아하! PC 기자 > alfone@orgio.net

    입력2004-12-17 15:2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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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W 불법유통 와레즈는 ‘사이버 해적’
    2001년 3∼4월, 소프트웨어 불법복제에 대해 수사기관이 대대적 단속을 벌였다. 이때 불법복제 소프트웨어 거래의 온상지인 와레즈 사이트도 집중포화를 받았다.

    정보통신부는 ‘와레즈가 소프트웨어의 불법복제를 조장하는 주범’이라는 지적이 일자 와레즈를 폐쇄할 수 있는 규정을 마련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공권력의 ‘와레즈 습격사건’은 성공적으로 결말이 났을까. 결론은 ‘아니올시다’였다.

    본래 와레즈는 1980년대 PC 통신이 첫선을 보일 시기, ‘정보공유’라는 컴퓨터 통신의 순기능적 특성에서 출발했다. ‘모든 것은 공개해야 한다’는 뜻의 ‘카피 레프트’(copy left)를 위해 꾸준히 활동하는 인터넷의 대표적 게릴라 사이트가 바로 와레즈였다.

    와레즈의 어원은 정확하진 않지만 ‘What is it’을 줄인 채팅속어가 명사로 고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른 한편에선 와레즈는 소프트웨어(software)의 앞의 소프트(soft)라는 단어를 빼고, 웨어(ware)에 복수형 어미 s를 붙여 나온 말이라는 설도 있다. 곧 와레즈는 불법으로 유통하는 소프트웨어나 그런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모임이라는 의미였다.

    80년대 중반부터 하나둘 생기기 시작한 와레즈는 원래 실력 있는 몇몇 크래커(cracker)들이 프로그램 복사방지 옵션을 깨뜨려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결성한 작은 모임일 뿐이었다. 이러한 작은 모임들은 점차 상업성을 띠면서 더욱 체계적이고 조직적인 그룹으로 변했고 이것이 지금의 와레즈를 낳았다.



    와레즈는 통상적으로 개인 홈페이지에 불법복제한 소프트웨어를 올려놓는 방식, 다른 와레즈 사이트와 링크하는 방식, 이용자들이 자기가 원하는 소프트웨어를 얻을 수 있는 대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소프트웨어도 올려놓도록 하는 방식 등으로 운영한다. 아무튼 와레즈는 상업적 소프트웨어를 아무런 대가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이를 위해 암호화한 등록번호를 무용지물로 만드는 립버전을 배포한다.

    대부분 정품 프로그램 개발사는 ‘쉐어웨어’라는 홍보용 프로그램을 내놓는다. 이런 쉐어웨어는 정해진 기간만 쓸 수 있거나 일부 서비스를 제한하는 기능을 갖는다. 와레즈는 크랙 프로그램을 이용해 이러한 기능을 무력화시켜 쉐어웨어를 정품처럼 쓸 수 있게 해준다. 크랙 프로그램은 정품 이용자 등록을 해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대부분 이용자 등록은 등록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게 된다. 따라서 ‘일정 기간이 지나면 등록하라’는 메시지창이 뜨기도 한다. 이런 창마저 불편하다면 키 메이커나 시리얼 메이커 같은 프로그램으로 정품의 시리얼 번호를 만들어 정품처럼 쓸 수도 있다. 와레즈 사이트의 게시판을 검색하면 자기가 쓰는 쉐어웨어의 등록번호를 찾을 수 있다.

    와레즈는 불법임이 틀림없지만 검색엔진에서 와레즈라는 단어를 입력하면 쉽게 수십 개의 관련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검색엔진을 통해 찾을 수 있는 와레즈 사이트는 전체에 비춰보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하나의 와레즈 사이트는 여러 개의 다른 와레즈 사이트와 링크해 있다.

    좀더 컴퓨터에 능숙한 사람이라면 뉴스 그룹이나 FTP 사이트를 통해 와레즈 사이트를 찾을 수 있다. 뉴스 그룹은 인터넷에서 특정 주제에 공통적 관심을 가지는 이용자들이 모여 토론하고 정보를 나누는 게시판이다. 이런 뉴스 그룹 중엔 와레즈 그룹과 관련 있는 것들이 많다. 이 공간을 이용하여 정보를 교환하고 공유할 뿐 아니라 각종 데이터를 주고받기도 한다. FTP란 컴퓨터 사이에 파일을 주고받는 통신 프로토콜의 하나다. 와레즈를 운영하는 사람이 FTP 서버를 마련해 각종 자료를 올려놓으면 이용자는 CuteFTP나 WS_FTP와 같은 FTP 클라이언트라는 유틸리티로 FTP 사이트에 접속해 자료를 올리거나 내려받을 수 있다.

    S/W 불법유통 와레즈는 ‘사이버 해적’
    예를 들어 웹페이지 ‘http://my. netian.com/~vel0615/data/ftplist. htm’에 접속하면 여러 곳의 FTP 와레즈 사이트 주소를 알 수 있다. 하지만 검색엔진으로 찾은 와레즈 사이트와 달리 어느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접속단계부터 ID나 비밀번호를 요구하거나 어느 정도의 정보와 콘텐츠를 올려야 내려받을 수 있는 등 폐쇄적으로 운영된다. 따라서 대부분 아는 사람끼리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유하는 정보의 양이나 질은 와레즈 사이트 중 가장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FTP 사이트 등으로 유통되던 자료를 더 간단히 얻을 수 있다. mIRC나 P2P 같은 프로그램은 이용자들이 가지고 있는 특정 파일이나 원하는 자료를 PC 이용자들이 1 대 1로 쉽게 주고받을 수 있도록 한다.

    정부가 집중단속하는데도 와레즈는 건재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번성하고 있다. 그 까닭은 무엇일까. 하나의 와레즈 사이트가 사이버 감시단의 규제를 받아 폐쇄되면 운영자는 다른 곳에 둥지를 틀어 다시 서비스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와레즈 사이트 가운데 1년 넘게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곳은 드물다. 와레즈 사이트의 생명은 짧게는 한두 달, 길어도 1년을 넘기지 않는다.

    특히 한국은 와레즈 사이트의 강국(?)이다. 전 세계 와레즈 랭킹 상위 10위 안에 2개의 한국 와레즈 사이트가 올라간 적이 있다. 우리 나라 와레즈 사이트 가운데 가장 악명 높은 곳은 ‘해적코리아’(http://www.haejuk.co.kr)다. 사이트를 돌아다녀 보면 각종 유틸리티는 물론 게임·음악·동영상 등을 무궁무진하게 만날 수 있다.

    해적단(http://hjdan.com)이라는 사이트엔 매주 2000명 이상이 방문한다. 이곳은 최신판 와레즈 사이트를 추천해 준다. 폴로랜즈(http://pololand.wo.to), 럭키월드(http://luckyworld.net), GGOKE WARES(http://www. ggoke.net) 등의 사이트도 주머니 가벼운 네티즌을 유혹하는 사이트들이다. 특히 날개달기(http://korean21.cc)는 간단한 게시판 형태로 운영하는데 검색기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유할 수 있는 모든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는 소문까지 돌고 있는데, 자체 서버에 자료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링크를 통해 제공한다는 점이 독특하다. 더욱이 이런 작업은 운영자 혼자 하는 것이 아니라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진다. 대다수 와레즈 사이트는 팝업 형태로 성인물이나 음란 사이트의 배너광고를 두고 있다. 음악전문 와레즈 사이트로는 오랜지랜드(http://orangeland.i.am)가 유명하다.

    와레즈에서 공개하는 것은 그 범위가 정해져 있지 않다. 상용 프로그램, MP3, 게임 등 아무런 제한이 없다. 한국은 최신 상용 소프트웨어가 발매되면 즉시 와레즈를 통해 암호망이 벌거벗겨져 인터넷 공간에 퍼지는 환경이라 해도 거의 틀린 말은 아니다.

    S/W 불법유통 와레즈는 ‘사이버 해적’
    와레즈 그룹의 추종자들은 자신들이 정보공유의 ‘카피 레프트’ 정신을 실현하고 있다고 목청을 높인다. 또 와레즈엔 소프트웨어 테스트 기능도 있다고 강조한다. 와레즈의 주공격대상이 되는 프로그램 립버전은 정품 프로그램에서 몇 가지 기능이 빠져 있기 때문에 와레즈 이용자가 정품 프로그램을 사도록 유도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수백만의 네티즌이 드나드는 만큼 와레즈 사이트의 광고 효과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이런 ‘와레즈 순기능론’은 억지에 가깝다. 인터넷을 통해 무단으로 상용 프로그램을 배포하고 유통하는 것은 어찌 되었든 불법행위임에 분명하다. 또 이런 프로그램이나 파일을 내려받아 쓰는 일도 불법이다. 이런 불법유통이 한국 소프트웨어 산업의 기반을 흔들고 있다는 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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