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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영훈의 섬과 사람들 | 군산 선유도

신선도 놀랄 절경… 여기가 ‘섬 중의 섬’

  • < 양영훈/ 여행칼럼니스트 > www.travelmaker.co.kr

신선도 놀랄 절경… 여기가 ‘섬 중의 섬’

신선도 놀랄 절경… 여기가 ‘섬 중의 섬’
전북 군산(群山) 앞바다에는 고군산(古群山)이 있다. 말 그대로 ‘옛 군산’이다. 원래 군산은 지금의 군산 앞바다에 떠 있는 섬들을 아우르는 지명이었다. 바다 위에 삐죽삐죽 솟은 수많은 섬들이 마치 연이어진 산봉우리를 닮았다 해서 군산(群山)이라 불린 것이었다. 이 ‘군산’의 중심지는 예나 지금이나 선유도다. 조선시대에 이 섬에는 군산진(群山鎭)이라는 수군기지가 있었으나 지금의 군산으로 옮겨가면서 지명도 함께 따라갔다고 한다.

고군산군도에 딸린 섬은 선유도를 비롯해 야미도 신시도 대장도 장자도 무녀도 방축도 말도 횡경도 비안도 등 63개나 된다. 이처럼 많은 섬들이 별로 넓지 않은 해역(海域)에 흩어져 있으니 바다가 섬을 에워싼 게 아니라 섬들이 바다를 껴안은 듯하다. 섬과 섬 사이에 드리운 바다 또한 어느 산중의 호수처럼 잔잔하고도 아늑하다.

군산항에서 선유도까지의 뱃길은 약 50km. 굵직한 산맥의 연봉(連峰) 같은 군도(群島)를 1시간 30분 가량 헤쳐간다. 이 뱃길의 중심에 있는 선유도는 서해안에서 가장 인기 높은 피서지 중 하나다. 그런데도 생각만큼 피서 인파가 몰리진 않는다. 더욱이 인근 무녀도 장자도 대장도와의 사이에 다리를 놓아 피서 인파가 북적대는 철에도 사람 피할 데는 어딘가에 남아 있다.

신선도 놀랄 절경… 여기가 ‘섬 중의 섬’
선유도에는 자동차가 다닐 수 있는 다리와 길이 별로 없다. 물론 자동차도 없다. 그래서 걷거나 자전거를 타고 다니기에는 아주 제격이다. 때로는 바닷가를 달리고, 때로는 숲을 지나는 오솔길의 운치가 매우 인상적이다. 피서객이 집중적으로 몰리는 선유도 해수욕장과 장자도 사이의 구간만 아니면 누군가와 마주치는 것조차도 쉽지 않을 정도로 호젓하다. 너무 호젓해 도리어 사람이 기다려지는 때도 있다. 그럴 즈음이면 한적한 바닷가에 숨은 듯이 들어앉은 마을이 나타난다.

선유도와 그 주변의 섬들을 여행할 때에 거점이 되는 곳은 선유도의 진리마을(선유2구)이다. ‘명사십리’라 할 만큼 고운 모래가 깔린 선유도 해수욕장과 맞닿아 있고, 진안 마이산을 닮은 망주봉이 빤히 건너다보이는 마을이다. 선착장 학교 민박집 식당 자전거 대여점 상점 노래방 야영장 등이 몰려 있어 피서철에는 조금 시끌벅적하다.



하지만 무작정 자전거 하나 빌려 타고 조금만 내달리면 그런 어수선함을 내칠 수 있다. 딱히 목적지를 정하지 않아도 좋다. 얼마쯤의 흙길과 숲길을 지나고, 작은 다리 하나를 건너면 또 하나의 섬과 마을에 당도하기 때문이다. 갈대밭과 몽돌밭이 있는 선유도의 진월리도 좋고, 다리 건너 장자도와 대장도를 찾아가도 좋다.

선유도에는 선유팔경(仙遊八景)이 있다. 그 중에서도 으뜸 가는 절경은 망주봉(望主峰). 먼 옛날 선유도에 유배된 신하가 이곳에 올라 임금이 계신 북쪽을 바라봤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망주봉은 선유도의 상징물이나 다름없다. 선유도는 물론이고, 장자도 대장도 무녀도에서도 이 봉우리가 시야에 들어온다. 정상에 올라서면 선유도 주변의 섬과 바다가 시원스레 한눈에 펼쳐진다. 가지런히 드리운 명사십리 해수욕장과 선유도의 내만(內灣)에 기러기처럼 내려앉은 평사낙안(平沙落雁)의 전경도 오롯이 시야에 잡힌다. 또한 굵은 빗줄기가 한바탕 쏟아진 뒤에는 150여 m 높이의 암벽 곳곳에 여러 줄기의 폭포수가 쏟아져 내린다. 이것이 바로 선유팔경 중 하나인 망주폭포(望主瀑布)다.

선유도에서 꼭 빼놓을 수 없는 또 하나의 장관은 해넘이다. 고군산군도의 서쪽 바다와 하늘을 불사르는 듯한 선유도의 일몰은 화려함을 넘어 장엄하기까지 하다. 선유도 해수욕장에서도 보기 좋지만, 특히 망주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해넘이는 일생일대의 장관이다.

신선도 놀랄 절경… 여기가 ‘섬 중의 섬’
선유도와 맞닿은 세 개의 섬 중에서 가장 호젓한 곳은 무녀도(巫女島)다. 그 이름과는 달리, 무녀도에 무녀(巫女)는 없다. 섬의 형상이 춤추는 무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지명일 뿐이다. 선유도 진리마을의 선착장을 지나자마자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무녀교만 건너면 무녀도에 들어선다. 첫인상부터가 선유도의 번잡함과는 퍽 대조적이다. 너무나 고요하다 못해 쓸쓸해 보이기까지 한다. 녹음방초 우거진 숲길도, 인적 드문 마을길도 쓸쓸하기는 매한가지다. 방금 떠나온 선유도의 분주함이 바다 건너에 두고온 도회지의 소음처럼 아득하게 느껴진다.

무녀1구 마을과 좀 떨어진 포구에 다다르자 비로소 사람의 모습이 눈에 띈다. 때마침 멸치를 삶고 말리는 철이라, 모두들 분주하게 일손을 놀리고 있다. 사실 이맘때가 아니더라도 무녀도 사람의 근면성은 유별나다고 한다. 이미 지난 1950년대 초에 16만여 평의 개펄을 메워 농토로 만들었을 정도로 억척스럽다. 더군다나 섬의 본래 이름조차 ‘서들이’였다. 서둘러 일손을 놀리지 않으면 먹고 살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런 부지런함 덕택에 오늘날 무녀도는 고군산군도의 여러 섬들 가운데 산물(産物)이 가장 풍부하다.

무녀도의 반대편에 위치한 장자도는 워낙 작아 마을 하나가 거의 섬 전체를 차지한다. 어찌 보면 선유도와 대장도 사이에 놓인 징검다리 같은 섬이다. 하지만 고군산군도가 황금어장으로 이름 높던 시절에 이 작은 섬은 오랫동안 어업전진기지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지금도 이곳에는 석유저장 시설과 발전소, 방파제 등이 남아 있다.

대장도에는 서울로 떠난 지아비를 기다리다 돌이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할매바위, 길이 30m의 작은 몽돌해변이 있다. 몽돌밭 근처의 바위틈에서는 실낱 같은 석간수가 흘러 내리기도 한다. 그러므로 선유도 해수욕장의 번잡함을 피해 잠시나마 자신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 이라면 한번 찾아가 볼 만한 곳이다. 그리고 장자교 위에서의 바다 낚시도 선유도 여행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 가운데 하나다.





주간동아 2001.08.09 296호 (p88~89)

< 양영훈/ 여행칼럼니스트 > www.travelmak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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