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96

2001.08.09

고려대 재단에 뒤늦은 과세

99년 11, 12월 세무조사, 금년 6월 통보… 국세청 “재단서 동아일보 자금지원은 없어”

  • < 허만섭 기자 > mshue@donga.com

    입력2005-01-14 14: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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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 재단에 뒤늦은 과세
    서울지방국세청은 지난 99년 11월9일~12월27일에 고려대학교와 중앙중·고등학교의 재단법인인 고려중앙학원(이사장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에 대해 법인세 세무조사(대상 기간 95년 3월~97년 2월)를 벌였다. 그 결과가 통지된 것은 올해 6월7일. 7월31일까지 납부하도록 되어 있는 추징액은 3억8600만6200원이다.

    세무조사 결과를 1년 반 동안 뜸들이다 통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는 시각이 있다. 고려대 재단 이사장이 동아일보사 사주라는 사실이 일정 부분 고려되지 않았느냐는 의혹이 있는 것. 재단측은 “그런 의문이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다음은 이 재단 박오학 상임이사(공인회계사)의 말. “99년 당시, 비정기 세무조사 대상이 된 극소수 대학재단에 왜 고려대 재단을 포함했느냐며 말이 많았다. ‘동아일보와 정권의 긴장관계 때문이었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그런데 99년 말 세무조사를 마무리하면서 서울지방국세청 간부가 ‘동아일보 회장이나 사장이 국세청장 만나면 다 끝날 일’이라고 말하더라. 그는 나중엔 ‘(동아일보) 편집국장이라도 가는 게 좋다’는 말까지 했다. 그래서 그 말을 김병관 이사장에게 보고했더니 김이사장은 ‘내가 거기 왜 가나. 당신도 가지 마라’고 했다.”

    이후 서울지방국세청측은 세무조사를 끝내면서 “2000년 1월 조사결과를 통지할 것이다”고 재단측에 밝혔으나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올해 초 재단측은 서울지방국세청에 “조사결과가 언제쯤 나올 것 같으냐”고 문의했다. 이때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세금 고지는 없을 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고려대 재단측은 그런 줄 알고 있다가 지난 6월에서야 추징액을 통보 받았다는 것.

    이번 세금추징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인 김병관 재단이사장 일가와 동아일보에 대한 800억 원대 세금추징 발표(6월20일)와 비슷한 시기에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에 대해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는 “조사내용 중에 소송과 관련된 부분이 있을 경우 판결을 확정할 때까지 기다렸다가 통지하는 관행이 있다. 그에 따르다 보니 통지가 늦었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재단측은 “결과 통지의 지연 이유에 대해 서울지방국세청에서 특별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고려중앙학원은 “과정이야 어찌 되었든 추징된 세금은 모두 납부한 뒤 소명 기회를 갖겠다”고 밝혔다. 재단측은 추징 명세에 대해 “교수가 조교에게 연구비를 지급하면서 원천세를 떼지 않는 등 대학 내 관행에서 비롯한 것이 대부분이며 고의적 탈루는 없었다”고 전제하고 “증여세 1억9247만 원 부과는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비영리법인인 학교 재단으로 들어온 기부금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데, 행정적 단순 착오(보고 불이행)를 이유로 추징한 것은 이 학교를 위해 기부한 사람의 뜻을 무시한 지나친 과세가 아니냐는 것. 재단 관계자는 “세무 당국은 이러한 부분에 대해 사전 경고 한 번 없이 세금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고려중앙학원은 2001학년도 고려대에 500억 원대의 재단 전입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고려대 중앙광장 건설(200억 원), 3개 고려대학병원 전산화(100억 원), 장례식장 신축(80억 원), 중앙중학교 신축(60억 원) 등이 재단 지원으로 이뤄지는 사업. 재단은 외부 회계법인에 의해 해마다 자금운영에 대한 감사를 받고 있다. 박오학 이사는 “재단 사무실이 입주한 고려대 인촌기념관은 동아일보가 고려중앙학원에 수십억 원을 기부해 건립한 것이다. 시중에 나도는 이야기처럼 고려중앙학원이 동아일보에 자금을 지원한 일은 없다”고 말했다. 서울지방국세청 관계자도 “세무조사에서 고려대 돈이 동아일보로 들어갔다는 사실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98년 11월 김병관 전 동아일보 명예회장이 고려대 재단의 도움으로 동아일보의 현금유동성 부족을 해결하려 했으나 당시 재단이사인 홍모씨가 거부하자 홍씨를 해고했다’는 한 시사주간지의 보도에 대해 박이사는 “고려대 재단의 도움을 받는 방안은 당시 동아일보의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검토해 본 방안의 하나일 뿐이며 현행 제도상 문제가 있다는 점을 발견해 즉각 중단한 일이다”면서 “홍씨 사임의 경우 스스로 사의를 밝히고 장기간 출근하지 않아 자연스럽게 사직 처리된 것으로, 해고가 아니며 동아일보와도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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