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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뒷이야기

‘천당과 지옥’ 오가는 기자회견

  • < 조성준/ 스포츠서울 체육팀 기자 > when@sportsseoul.com

‘천당과 지옥’ 오가는 기자회견

‘천당과 지옥’ 오가는 기자회견
프로농구 감독들에게 기자회견실은 천당이자 지옥이다. 이겼을 때는 더할 나위 없이 즐거운 장소지만, 졌을 때는 그야말로 가장 극악한(?) 고문이라 할 수 있는 기자들의 질문 세례를 견뎌야 하기 때문이다. 신세계 이마트배 2001여자프로농구 여름리그에 출전한 6개 팀 감독들에게도 회견실이 거북스럽기는 마찬가지. 이기면 이기는 대로 지면 지는 대로, 할 말이 많든 적든 간에 청문회 증인석에 앉아 있는 것처럼 불편하기만 한 모양이다.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는 것, 나는 당당하다! - 장군형

취재진이 가장 환영하면서도 속으로는 은근히 아니꼬워하는, ‘지고서도 표시 안 나는’ 형이다.

대표적인 예로는 현재 1위를 독주하고 있는 광주 신세계 쿨캣의 이문규 감독. 강팀 감독답게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대답한다. 승패의 원인을 정확히 분석해 설명한 뒤 이러저러한 방식으로 보강하겠다고 명확히 밝히는 스타일. 하지만 때로는 이같은 모습이 독선적으로 비칠 때도 있다. 신세계는 지난 겨울 정규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간판인 정선민을 일찌감치 벤치로 불러들인 뒤 패했다. ‘플레이오프전의 상대를 고르려고 느슨하게 싸운 것 아니냐 ’는 오해어린 눈길을 받은 것은 당연지사. 결국 플레이오프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해 결승 진출이 좌절된 뒤 회견실에 들어와서는 “많은 분들이 신세계가 지기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해 기자들에게서 반감을 사기도 했다.

자 다들 아랫목으로 모여봐요, 얘기나 합시다. - 노변정담형



구수한 입담을 섞어가며 손자들에게 옛날 이야기하듯 기자회견을 이끄는 스타일. 성남 국민은행 세이버스 박광호 감독이 그렇다. 박감독이 입을 열면 외모와는 전혀 다른 유머러스한 달변에 모두 깜짝 놀란다. 한번은 회견실에 함께 들어온 선수가 심판 판정에 대해 불만을 토하자 “그런 얘기는 여기서 하는 게 아니야”라고 꾸짖었다. 그러고는 기자들을 돌아보며 “절대 수첩에 적지 마세요. 저희 큰일납니다. 그런데 기자석에서 보기에도 조금 문제는 있었죠?”라며 눈을 꿈뻑여 폭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이거야 원 너무 불편해서 …. - 도피형과 교과서형

인천 금호생명 팰컨스 최경덕 감독은 회견실에 들어오자마자 나가고 싶은 기색이 역력하다. 출입구에 서서 “들어가서 할 얘기도 없는데 오늘은 일찍 끝내죠”라고 할 때면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최감독이 기자들이 질문을 던지면 기다렸다는 듯 마냥 쉬지 않고 얘기한다는 점. ‘벤치의 386돌풍’을 주도하고 있는 청주 현대 하이페리온 정덕화 감독과 춘천 한빛은행 박명수 감독은 대단히 교과서적이다. 별다른 수식어 없이 간결하고 명쾌하게 승부처를 설명하며 말을 아끼는 편. 대신 표정이 모든 상황을 대변한다. 이겼을 때면 싱글벙글, 졌을 때면 침울하기까지 하다. 잘 하다가 아깝게 역전패를 허용한 날이면 거의 폭발 직전의 화산을 연상할 정도. 아마 주체할 수 없는 승부욕 때문일 것이다.



주간동아 2001.07.26 294호 (p86~86)

< 조성준/ 스포츠서울 체육팀 기자 > when@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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