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75

2001.03.15

박자 맞춰 큰소리로 읽어라

  • 입력2005-02-17 11: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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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새는 여러 가지 바쁜 사정으로 못하고 있지만, 몇 해 전까지만 해도 겨울 방학이면 전국을 순회했다. 중등 영어교사들을 위한 영어교수법 무료연수회를 열어 여러 가지 재미있고 효과적인 교수법을 보급하곤 했다.

    그중에서 특히 ‘박자 맞춰 큰소리로 읽기’의 중요성을 강조하곤 했는데, 나중에 선생님들로부터 박자 맞춰서 큰소리로 읽는 방법을 쓰면서부터 아이들의 영어 성적이 부쩍 올라갔다는 얘기를 들었다. 또 무엇보다도 아이들이 영어시간을 좋아하게 됐고 선생님 자신의 발음과 회화실력이 훨씬 좋아진 것 같다면서 고맙다고 하는 인사를 많이 받았다.

    이렇게 수업 방법 몇 가지만 고쳐도 영어 교육의 효과를 몇 배씩 올릴 수 있다. 영어 교수법에 대해 아무 지식도 없는 외국인 강사가 몇 마디 회화나 하다 나오는 것보다는, ‘박자 맞춰서 큰소리로 읽기’를 하는 편이 몇 배 낫다. 이 방법 하나만 가지고도 ‘어휘’ ‘문법’ ‘독해’ ‘작문’ ‘회화’ 실력을 한꺼번에 올릴 수 있다.

    ‘리듬과 스트레스’ 얘기를 하는 김에 내가 비행기를 탈 때마다 느끼는 것을 한 가지 얘기해 보자. 나는 해외출장을 갈 때마다 될 수 있으면 우리나라 비행기를 탄다. 외국음식만 먹어서 거북해진 속을 맛있는 ‘비빔밥’으로 달랠 수도 있고, 무엇보다도 예쁘고 친절한 여승무원들이 정다운 우리말로 반갑게 건네는 인사를 받으면, 외국출장에서 쌓인 온갖 스트레스가 눈 녹듯 사라지면서 마치 고향집에 돌아온 느낌이 든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내 생각에는 세계 각국 승무원 중에 우리나라 승무원들이 가장 예쁘고 친절한 것 같다. 뭐 ‘싱가포르 항공’이 어떠니 무슨 항공이 어떠니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내가 다 타보고 하는 얘기인데, 그래도 우리나라 승무원들이 인물도 제일 낫고 마음씨도 착하고 정감이 간다.

    그런데 딱 한 가지 아쉬운 것이 바로 영어를 할 때 리듬과 강약이 없다는 점이다. 특히 기내 방송을 들어보면 그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물론 원어민과 흡사할 정도의 멋진 발음을 듣는 수도 가끔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우리말을 읽는 식으로 그냥 ‘덜덜덜덜’ 읽어 나간다.



    하기야 그런 식으로 대충 넘어가도 당장 큰일이야 없겠지만, 기왕 영어를 하는 김에 ‘리듬과 강약’ 연습만 조금 더 하면 “한국 승무원들은 예쁘고 친절할 뿐만 아니라, 영어도 깔끔하게 잘한다”는 소리를 들을 것 같은데 안타깝다.

    리듬과 강약을 잘 못해 손해보는 예를 들다보니 기내방송 얘기를 하게 되었지만 우리 주변에 보면, 그런 대로 괜찮은 영어인데도 단지 발음에 리듬이 없어서 신통치 않은 영어처럼 들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영어의 리듬은 그 원리가 별로 어렵지 않다. 아주 간단하다. 문제는 그것이 숙달되도록 얼마나 꾸준히 연습하는지에 달려 있다.

    언젠가 세계적인 골프 코치가 쓴 글을 읽은 적이 있는데, 새로 배운 스윙을 근육에 기억시키려면 최소한 3만 번의 스윙연습을 해야 한다고 한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일단 듣기를 통해 영어감각을 입력한 다음에는, 입이 저절로 움직일 때까지 큰소리로 박자를 맞춰서 읽어야 한다. 그렇게 하면 영어가 뚫린다. 지금까지 영어가 잘 되지 않았던 것은 단지 연습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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