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獨 전통교회·성당 ‘개점휴업’ 중

영적 체험욕구 커지며 유사·대체종교 ‘비밀의식’ 번창 … 종교도 다원화 추세

  • < 강여규/ 하이텔베르크 통신원 kang@debitel.net>

獨 전통교회·성당 ‘개점휴업’ 중

獨 전통교회·성당 ‘개점휴업’ 중
전통적 기독교 국가인 독일에서 개신 교회와 가톨릭 성당이 텅텅 비어가고 있다. 비의(秘儀) 즉 비밀스런 의식을 뜻하는, ‘에조테릭’(Esoterik)이라고 부르는 다양한 형태의 유사종교와 영적 체험을 제공하는 대체종교가 전통 종교의 자리를 채워가고 있기 때문이다.

극소수의 독일 사람들이 요가를 배우며 인디언의 자연종교와 인도 불교에 심취하고, 생활공동체를 구성해 출세 지향적 삶을 거부하던 70년대의 이념적 종교 현상은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현재 독일에서는 성공가도를 달리는 사람들이 유사종교적 경험을 추구하는 주요계층으로 자리잡으면서 전통 종교에 대한 관심이 급속하게 냉각되고 있다.

독일 사회에서 기독교의 영향력이 감소하는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지만, 1970년대 격렬하게 진행된 좌익 학생운동의 영향이 결정적이었다. 새로운 삶의 양식을 찾아내려는 젊은이들에게 기독교는 권위적 사회를 유지하려는 걸림돌이었으며, 개개인의 다양한 고뇌와 욕구들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제도권의 산물일 뿐이었다.

20여 년의 세월이 흐른 2001년 독일 젊은이들에게 기독교적 삶의 단면은 ‘형식적’인 일상의 반복으로 전락했다. 가족 종교로서 이들은 대부분 유아 세례를 받았지만 성년이 되면서 기독교를 거부한다. 지난 2년 사이 공식적으로 기독교를 탈퇴한 사람만 60만 명에 이른다. 이는 개신교와 가톨릭측에서 보면 교회에 공납하는 종교세를 독일인들이 거부한다는 의미가 된다.

하지만 기독교를 형식적으로 믿거나 탈퇴하는 사람들에게도 영성의 체험욕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종교심리학자의 한결같은 진단처럼 사회가 효율성을 추구하고 개인이 단자화(單子化)될수록 인간적인 따뜻함이나 영성의 체험욕구는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獨 전통교회·성당 ‘개점휴업’ 중
독일인을 다양한 유사종교적 영적 체험의 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동인(動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제 독일인들은 이런 내면의 빈 공간을 채우기 위해 다른 종교, 또는 상이한 초월적 체험의 가능성으로 시선을 돌렸다. 다원화되고 세속화된 현대사회에서는 종교도 문화적 욕구와 마찬가지로 시장에 널려 있는 상품처럼 개인에게 다양한 선택을 가능하게 한 것이다.

이들에게는 티베트의 불교(달라이 라마는 독일의 단골 손님이다), 인디언의 자연신앙, 인도 불교와 탄트라, 선불교, 샤머니즘, 마녀신앙, 조상과의 접신 의식, 심령술, 사이언톨러지와 같은 유사기독교, 그리고 치병을 약속하는 여러 유형의 제의(祭儀)적 의술이 제공되고 있다. 예를 들면 인디언의 한증막에서 태양과 곰을 숭배하며 땀흘리는 예식은 10시간이나 계속된다. 참가자들은 이를 통해 자신을 발견하며 내면의 ‘배터리’를 충전시킬 수 있다고 한다. 건강보호신을 칭송하기 위해 자신의 오줌을 몸에 바르는 제약회사 대리인도 있다.

고위 매니저와 기업가들 중 상당수가 스코틀랜드에 있는 예세 로잘 라마의 수도원에서 일주일 이상 명상기도회에 참가하며, 로잘 라마를 지도자 훈련 세미나에 강사로 초청하기도 한다. 스트레스를 받는 여교사들 중에는 불 위를 걷는 세미나에 참석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종교적 체험을 찾아 인도의 아슈람이나 잉카 문명의 유적지인 마추피추를 직접 방문하는 공무원들도 다수다.

이미 독일인들의 유사종교 경험은 ‘1인 1종교’의 틀을 깨고 ‘조합 종교’의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예를 들면 쾰른시에 사는 빌이란 여성은 중국의 타이치를 연습하면서, 일년에 한번씩 선(禪)-명상 기도회에 참가하고, 동시에 인디언 추장의 생활지도 세미나를 찾아간다. 그녀는 이런 경험을 통해 신에 더 가까워졌다고 느끼고 있다. 심지어 중년의 어느 여의사는 교회 성가대에 속해 있으면서 요가와 타이치를 배우고, 수피 인디언 교사를 정기적으로 만난다. 그녀의 침대 머리맡에는 성경이 놓여 있지만, 음식은 인도의 베다 요리방법을 따라 만든다.

에조테릭 관련 서적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함부르크시의 레이지(wrage) 서점은 3만 명의 단골손님 카드를 보관하고 있는데 이들 중 1만 명 정도는 서점이 주최하는 세미나를 방문할 정도로 골수 회원이다. 세미나의 내용은 다양하지만, 최근에는 환원치료의 스타인 미국의 그리스컴(Griscom)을 초청해 참가자들이 자신들의 조상을 만나고 잠재의식 속으로 빠지는 집단 최면 행사를 개최했다.

“우리가 주최하는 행사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체험이 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행사에 참가비를 지불하는 사람들은 음악회나 극장을 찾는 것과 마찬가지로 무엇인가 중요한 경험을 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서점 주인 립씨는 에조테릭의 다양한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제공 상품이 세 가지 요건을 충족하고 있어야 한다고 덧붙인다. 첫째는 의미부여, 둘째는 삶에 도움을 줄 것, 셋째는 재미있을 것이다. 개신교나 가톨릭이 에조테릭과 경쟁할 수 없는 부분이 바로 ‘재미’ 부분이다. 기독교는 아직도 진지함이나 경건함을 재미나 즐거움과 결합시키지 못하고 있는 데 반해, 이들은 재미로부터 출발한다.

하지만 ‘과연 종교가 꼭 재미있어야 하는가’란 교회 내부의 근본적 회의에도 불구하고 기독교의 한쪽에서는 이런 시도를 하는 무리들도 있다. 이를테면 브레멘 대학 종교학과 조교수 도나테 판케(Pahnke)는 기독교와 마녀신앙을 접목해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그녀는 이미 제도권 기독교에서 이단으로 배척당하고 있지만 “나는 에너지를 조정하는 능력이 뛰어나 대학 임원회의 결정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자화자찬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치료의 예식’이란 워크숍에서 간호사, 여교사, 경영인과 주부 등으로 구성된 여성 참석자들을 교회제단 앞에 모아놓고 마녀신앙의 예식을 수행하기도 했다.

獨 전통교회·성당 ‘개점휴업’ 중
이 예식에서 그녀는 땅의 에너지가 발과 다리, 성기와 신체를 통해 흐르라고 주문을 외우며, 물 공기 불 땅의 4원소를 불러낸다. 참가자들은 내면의 치유자와 만날 수 있도록 타오르는 불꽃을 호흡하라는 명령을 받는다. 그래야 교회의 공간이 성스럽고 보호받는 공간이 되어 다른 세계와 접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곳에 모인 여성들은 두 시간 동안 손을 잡고 춤을 추며 황홀함을 맛본다. 이들은 “한 걸음 한 걸음이 치유다. 우리는 땅을 치유한다. 우리는 나라를 치유한다”는 문구를 반복하며 혼수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 예식 후에 과연 실제로 병을 고친 사람이 있는지는 모르지만, 판케의 설명은 확신에 차있다.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으면, 깊은 종교적 경험으로써 예식은 치료의 과정에 심리적으로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판케가 이끄는 것과 같은 예식 그룹은 독일 내 대부분의 도시에서 정기적으로 수행되고 있다. 이 ‘새로운 마녀’들은 추종자들에게 잠재의식과 접촉 하라고 설교한다. 이들은 할로윈, 하지의 절기제와 월경 및 죽음의식과 같은 기독교 이전의 제의들을 부활시켜 실행하고 있다.

프라이부르크의 종교심리학자 에버츠(Ebertz)는 이러한 현상을 ‘종교적인 것의 분산’으로 정의한다. 독일과 같은 후기산업사회에서는 종교도 삶의 스타일만큼이나 다원화하며, 이에 따라 한 종교의 독점 욕구는 불가능한 소원에 지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비판적 기독교 신자인 종교사회학자 외르크(J쉜g)는 “기독교는 교회가 비어 가는 것을 한탄할 것이 아니라, 현대인들이 찾는 종교성을 충족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독일의 교회와 성당은 이 ‘개점휴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지당하신 말씀이지만, 종교는 일상의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공동체적 경험과 영적 체험 등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를 채워줄 수 있어야 한다. 어쨌든 확실한 사실은 적어도 독일에서만큼은 교회와 성당도 경쟁력이 없으면 신도들에게 버림받는 ‘종교 구조조정의 시대’가 다가왔다는 사실이다.



주간동아 2001.02.22 272호 (p60~61)

< 강여규/ 하이텔베르크 통신원 kang@debite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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