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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門 밖 개혁 목소리 담 넘었다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성혜 스님 전격 사퇴 … 재가연대, 불교계 개혁운동 탄력

  • < 소종섭 기자 ssjm@donga.com>

山門 밖 개혁 목소리 담 넘었다

山門 밖 개혁 목소리 담 넘었다
2월5일은 불교 개혁운동사에 한 획을 그은 날로 기록될 것이다. 불교계 시민단체들로부터 사퇴요구를 받던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성혜 스님이 이날 전격 사퇴했기 때문이다(주간동아 268호 참조). 불교계 관계자들은 총무원을 상대로 한 재가(신도)집단의 개혁요구가 구체적인 성과를 거둔 것은 수십 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불교계의 자체개혁운동은 더욱 힘을 얻게 될 전망이다.

불교계 44개 재가단체들의 모임인 ‘불교바로세우기 재가연대’(약칭 재가연대, 상임대표 박광서-임완숙)가 성혜 스님의 사퇴를 처음 요구한 것은 지난해 12월20일. 재가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갖고 “98년 도박사건으로 구속돼 법정에서 2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은 사람을 총무원 기획실장에 임명한 것은 잘못됐다”며 사퇴를 촉구했다.

재가연대가 처음 문제를 제기했을 때 총무원측에서는 “임용사항에 결격사유를 발견하지 못했고 여러 스님들의 추천과 의견을 수렴해 임명했다”고 주장했다. 성혜 스님 또한 “충분히 참회했다는 생각에 기획실장직을 맡았다”고 해명했다. 이때만 해도 재가연대의 요구가 성혜 스님의 사퇴로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그런 전례가 없었기 때문이다.

12월29일, 재가연대는 총무원에 ‘기획실장 해임촉구’ 공문을 보냈다. 올해 1월15일에는 ‘교계 출-재가 지도자들께 드리는 호소문’을 발표하고 2000여명의 지도급 인사들에게 이를 발송했다. 그러나 총무원측은 변호사의 법률자문을 받아 “도박은 풍속사범이기에 종헌-종법상 문제가 없다”며 ‘사퇴불가’를 고집했다.

꽉 막힌 종단 운영 큰 변화 예고



이런 가운데 재가연대, 기독시민사회연대, 천주교 관계자 등 3대 종교 시민단체 대표자들은 1월17일 종로 5가 기독교 회관에서 모여 종교개혁운동에 공동보조를 맞출 것을 결의했다. 불교정보센터가 실시한 여론조사결과도 재가연대에 힘을 실어줬다. 421명의 응답자 가운데 95%인 400명이 “성혜 스님은 즉시 물러나야 한다”고 답한 것. “참회했다니 괜찮다”고 답한 사람은 6명(1.43%)에 불과했다.

재가연대 이영철 사무처장은 “이런 토대 위에서 2월7일 ‘조계종 기획실장 사퇴와 공직청규 제정 촉구 각계 재가불자 연대성명 발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피케팅 시위 등 사퇴압력을 높일 계획이었다”고 전했다. 불교계 한 소식통은 “재가연대의 사퇴운동이 예상 외로 불교계 안팎의 호응을 얻어가자 총무원측이 큰 부담을 느낀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측은 “성혜 스님은 자신의 진퇴문제가 쟁점화될 때부터 사퇴할 생각을 가졌다. 적절한 시점을 선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7일 재가연대 관계자들과 만난 정대 총무원장은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정례적인 만남을 갖자”며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불교계 개혁운동의 동력은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재가연대 윤남진 기획실장은 “시민사회의 성숙으로 각 재가단체들이 내용적으로 충실해지면서 종단운영과 관련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한 이유”라고 진단했다. 이런 변화는 그동안 재가신도들의 목소리에 ‘모르쇠’로 일관했던 총무원의 폐쇄적인 관행에도 큰 변화를 불러올 것이라는 게 불교계 관계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박광서 재가연대 상임대표는 “기획실장의 사퇴는 종단이 재가자들의 올바른 건의를 수용하는 전례가 됐다”고 평가했다.

재가연대는 앞으로 교단자정센터의 설립(5월 중), 출-재가 인사들의 도박 폭력 비리 등을 접수하는 ‘자정의 전화’ 개설, 공직청규(公職淸規) 제정운동, 모범사찰 선정운동 등 내부개혁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예정이다.



주간동아 2001.02.22 272호 (p48~48)

< 소종섭 기자 ssj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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