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66

2001.01.04

‘토박이’들 제친 정·재계 마당발

  • 입력2005-03-03 13: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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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박이’들 제친 정·재계 마당발
    어느 정권에서나 집권여당의 사무총장 자리는 당총재인 대통령이 가장 믿을 만한 ‘직계’에 맡기는 게 보통이다. 막대한 여당의 조직과 자금을 총괄하는 핵심포스트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민주당의 박상규 사무총장(朴尙奎·64)은 민주당에서 잔뼈가 굵지 않은 재선의원이다. 더욱이 국가재건최고회의와 중앙정보부에서 일했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장을 지내는 등 구여권 색채가 짙은 인물이다.

    그런 그가 12월21일 당직개편에서 박광태 김원길 문희상 의원 등 간단찮은 ‘토박이’들을 제치고 사무총장에 중용됐다. 그의 총장직 발탁 배경으로는 일차적으로 여권쇄신 차원에서 동교동계와 호남 출신 배제에 역점을 둔 이번 인사의 방향을 들 수 있다.

    박총장은 충북 충주에서 태어나 충주사범학교를 나온 충청 출신이다. 12월22일 민주당 김중권 대표가 자민련 김종필 명예총재를 예방한 자리에 배석했던 박총장은 “여기 계신 김종호 자민련 총재대행은 우리 충북의 대표”라며 자민련측과의 친밀감을 표시했다. 박총장과 함께 김영환 대변인(충북 괴산) 김성호 대표비서실장(충북 영동) 등 충청권 출신들이 대거 당직에 기용된 자체가 자민련과의 공조회복을 염두에 둔 김대통령의 전략적 포석이라고 볼 수 있다.

    95년 국민회의 창당 때 DJ와 인연 … 정치력 미지수 ‘약체총장’ 우려

    박총장은 사실 일찌감치 김대통령으로부터 ‘비중’을 인정받은 인물이다. 국민회의 창당준비위부위원장과 부총재 등을 지냈고 15대 국회에서는 전국구 2번을 배정받았다. 박총장이 김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것은 95년 국민회의 창당 때다. 여권성향이 뚜렷한 그는 처음에 입당 제의를 거부했다. 그러나 국민회의 발기인대회를 20일 정도 앞두고 일산에서 세 시간 동안 DJ와 독대한 뒤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특히 중소기업에 대한 DJ의 철학에 매료된 박총장은 이후 열렬한 DJ 추종자가 됐다. 97년 대선 때는 과거시절 구축해놓은 방대한 인맥을 활용, 보수세력 끌어안기와 북풍(北風) 저지에 큰 공을 세웠다.



    충주사범학교 시절에는 교사들의 부정을 발견하자 수업거부를 주도, 두번씩이나 무기정학을 당하기도 했다. 충주사범학교 졸업 후 3년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다 동국대를 다닌 그는 졸업 후 국가재건최고회의 내무위원으로 일했다. 이후 중앙정보부에서 서기관까지 지냈는데 중정에서 일하게 된 데는 정보부대에서 군생활할 때 5·16 주역들의 눈에 든 게 인연이 됐다. 중앙정보부장을 지낸 JP도 “박총장과 나는 남산(옛 중앙정보부를 지칭)에서 같이 일한 적이 있다”고 반가움을 표시했다. 박총장은 72년 한-일 합작회사인 한일비철금속 사장으로 자리를 옮겨 중소기업인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했다. 한국비철금속공업연합회 회장을 15년간이나 맡았고 92년에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회장을 맡았다.

    친화력이 뛰어나 정-관계 재계 학계 경찰 등에 지인이 많은 편이다. 정계에서는 이한동 국무총리와 최형우 전 의원, 이상득 의원 등과 특히 친분이 두터운 사이다.

    같은 인천에 지역구를 두고 있는 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박총장은 구여권 출신이라는 점에도 불구하고 신중함과 열린사고를 동시에 소유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실제 일부 개혁적 초-재선 의원들은 당직개편을 앞두고 사무총장감으로 그를 추천하기도 했다.

    그러나 박총장에 대해서는 ‘약체총장’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없지 않다. 당쇄신 방향을 둘러싸고 나타났던 복잡한 당내갈등요소들이 여전히 잠복해 있는 상황에서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은 그가 총장 역할을 다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같은 시각에 대해 박총장은 “약세총장인지 실세총장인지는 두고보면 알 것”이라면서 “기업의 성패가 경쟁력에 달렸듯 당도 상대당보다 잘 운영해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경쟁력 있는 정당’을 강조하는 박총장이 ‘안정감 있는 여당’을 내세우는 김중권 대표를 중심으로 민주당을 얼마나 탈바꿈시킬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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