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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뒤로 가는 공기업 개혁

개혁은 멀고 담합은 가깝다

명퇴 후 재고용, 파업 임금 보전 등 노사 ‘짝자꿍이’…지난 9월 이후 방만경영 700건

개혁은 멀고 담합은 가깝다

개혁은 멀고 담합은 가깝다
공기업 노사는 대립관계인가 공생관계인가. 최근 한국담배인삼공사에서는 명예퇴직 후 재고용을 보장하는가 하면 건강보험공단에서는 파업기간의 임금을 편법 보전해준 사례가 드러나는 등 공기업 노사가 한통속이 되어 구조조정을 외면한 사례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이를 두고 국민들 사이에서는 ‘노사결탁을 통한 모럴 해저드(moral hazard)의 전형’이라는 단적인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필연적으로 일부 구조조정을 동반할 수밖에 없는 공기업 개혁 과정에서 ‘노조 달래기’에 연연한 나머지 개혁의 본질을 외면하는 ‘노사야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공기업 노사간에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짝자꿍이가 있었다는 사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국민은행은 지난 3월 금감원 출신의 행장 취임을 노조가 반대하자 사후에 162억원의 특별위로금을 지급해 물의를 빚기도 했다. 또 한국도로공사는 일부 영업소의 운영권을 아예 수의계약 형태로 노조가 설립한 회사에 통째로 주었다가 감사원의 지적을 받고 최근 들어 부랴부랴 공사에 운영권을 반납하고 있다. 문제가 되었던 도로공사 영업소는 서해안 고속도로에 진입하는 서서울 톨게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서서울영업소로 이 영업소는 도로공사 노조가 ‘재정 자립’이라는 명분으로 설립한 D기업이 운영해 왔다. 물론 수의 계약 형태로 노조에 특혜를 주었던 것이다.

공기업 경영평가에 참여했던 서강대 남성일 교수(경제학)는 “사내복지기금의 경우 세전이익의 5% 범위 내에서 노사가 합의하여 조성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적자투성이인 회사조차도 노사합의하에 복지기금을 운영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9월 감사원이 지적한 공기업의 방만한 경영 사례는 무려 700여건이나 된다.

물론 공기업 경영이 방만한 것은 노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지고 이를 공개 또는 이면합의해 공식화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큰 문제는 공기업에 대한 평가작업을 벌이고 있는 관계자들조차 노사간 이면합의 사실을 알 수 없을 뿐더러 이면합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이를 시정할 수단이 없다는 것이다. 공기업 평가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최종 보고서를 낼 때에도 ‘노사간 이면 계약이 있을 수도 있다’는 한계를 전제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러한 전제가 붙어 있는 공기업 평가 내용이 현실성을 가질 수 없는 것은 불문가지의 사실.

한국전력을 비롯한 일부 공기업에서 이면합의설이 잇따라 불거지자 전윤철 기획예산처 장관까지 나서서 ‘이면합의가 드러나면 기관장을 해임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그러나 내년 2월까지라는 촉박한 시일 안에 노조를 설득해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공기업 경영자들이 노조에 당근을 주려는 유혹을 갖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공기업 주변 인사들의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공기업 임원은 “대부분의 공기업 사장들이 정부 눈치나 보면서 ‘다음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는 상황에서 누가 노조와 진검승부를 벌이려 하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결국 ‘보신’에만 급급한 공기업 경영자들을 끌고 갈 수 있는 역할은 정부가 떠맡을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적이 있는 영국 공공부문 개혁의 전도사 매슨 피리 애덤스미스연구소장은 “공공부문 개혁의 실패는 단순히 저항 때문이라기보다 정부가 선택한 방법이 잘못 되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다른 부문과 달리 공공부문 개혁에 관한 한 정부가 핑계삼아 기댈 언덕은 아무 데도 없다는 말이다.



주간동아 2000.12.21 264호 (p3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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