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獨 정치성향 따라 섹스취향 ‘천차만별’

녹색당 지지자 49% 피임약 사용, 민사당측은 30%뿐 … 지역별로도 피임·잠자리 횟수 등 큰 차

  • 배정희/ 유럽문화정보센터 전문연구원bae723@hanmail.net >

獨 정치성향 따라 섹스취향 ‘천차만별’

獨 정치성향 따라 섹스취향 ‘천차만별’
인간에게는 모든 것이 서로 연결돼 있는 모양이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독일 성연구회(DGfS)의 조사에 따르면, 정치와 섹스 사이에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깊은 관련이 있다. 이 대목에서 어느 정치가가 누군가와 또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스캔들을 떠올리거나, 정치 권력자들 속의 남다른 정력가를 상상할 필요는 없다. 250명의 학자들이 가입해 있는 성연구회는 일반 독일인들의 정치성과 그들의 침실 습관을 관찰했다.

우선 특정 정당의 지지와 피임과의 관계를 보자. 녹색당 지지자의 49%, 사민당 지지자의 45%가 먹는 피임약을 사용하는 반면, 기민당 지지자의 39%, 자민당 지지자의 37%, 구 동독 정치인들이 중심이 된 민주사회당 지지자들은 30%만이 이 신비의 알약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선거권을 행사하지 않는 대부분의 기권자들은 콘돔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먹는 피임약에 대해 사민당, 녹색당의 ‘신임도’가 유난히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 언뜻 생각할 수 있는 것은, 68년 학생운동과 더불어 전개된 서유럽의 성개방 물결을 실질적으로 크게 밑받침한 것이 이 피임약의 개발과 확산이었다는 사실이다. 서구 좌파에 피임약은 일종의 정치적 자기 정체성을 확인해주는 상징으로 받아들여졌을 가능성이 크다.

獨 정치성향 따라 섹스취향 ‘천차만별’
이처럼 정치에 뿌리를 둔 성 취향의 차이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지역에 따라서도 사람들의 성 취향은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우선 콘돔에 대한 선호도 차이다. 이 ‘앙증맞은 고무장갑’을 가장 애호하는 사람들은 의외로 무뚝뚝하다고 알려진 북부 독일인들로, 슐레스비히-홀슈타인 지역 응답자 중 30%가 사용중이라고 했다. 반면 남서독의 라인란트-팔츠에서는 겨우 7%만이 이용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그런데 이 설문조사 결과에서 놀라운 사실은 구 동독 지역 튀링엔에서는 무려 22%의 사람들이 “아무 대책 없이, 막무가내로 사랑을 하고 있다”고 대답해 적어도 피임이라는 문제에서 가장 낙후한 곳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정치성향과 지역 차를 떠나 독일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피임법은 먹는 알약이고 그 다음이 콘돔이다. 그런데 피임이라는 이 복잡하고 성가신 문제에 대해 설문 응답자의 15%가 가장 ‘확실한 해결책’을 사용했다고 대답했다. 지난 1년 간 자의든 타의든 이성과의 섹스를 아예 하지 않음으로써 문제를 ‘원천봉쇄’한 것. 현대사회의 성개방 경향과는 반대로 독신자 수가 증대하고 이로 인한 자발적 혹은 강요된 금욕현상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성연구회는 지역적으로는 특히 바덴-뷔르템베르크와 작센 사람들에게서 이런 수치가 비교적 높게 나타났고, 반면 함부르크에서는 응답자의 3.6%만이 1년 동안 섹스를 하지 않았다고 대답해 독일에서 가장 ‘밝히는 도시’가 됐다.



이렇게 개인의 성생활에 정치가 암암리에 영향을 끼친다고 한다면, 독일 통일은 독일인들의 침대를 한바퀴 빙 돌려놓고도 남을 대사건이었다. 적어도 이 변화된 환경에 대해 동독 청소년들은 ‘첫경험’의 시기를 과감히 반 년 늦추는 것으로 반응하고 있다고 한다.

라이프치히의 성연구가 쿠르트 슈타르케씨에 따르면, 통일 전 동독 청소년들은 평균 17세에 첫경험을 했다. 그러나 통일의 충격으로 특히 남자 청소년들이 첫경험을 반 년 정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를 보면 청소년들의 섹스는 일반적으로 ‘지속적 관계’와 관련이 깊은데, 통일 이후 동독 청소년들이 이런 지속적인 관계를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1989년에는 약 65%의 청소년들이 16세가 되면 지속적 관계를 맺었으나, 현재는 여자의 45%, 남자의 25%만이 이런 관계를 맺는다. 이런 경향은 청소년들이 일자리를 좇아 어디로든 옮겨야 하는 노동시장의 변화된 요구를 느끼고 여기에 적응하려 하는 데서 비롯된다.

비단 청소년들만이 그들의 성적인 행동패턴을 바꾸는 게 아니다. 동독의 결혼패턴도 바꾸어 놓았다. 통일 전 동독 여성들의 결혼 평균연령은 27세였으나 99년에는 무려 31세로까지 늦춰졌다. 또 통일과 함께 동독에는 전에 없던 주말부부나, 혹은 이전의 결혼에서 낳은 자녀들을 함께 키우는 재혼부부로 이루어진 ‘패치워크 가족’이라는 새로운 가족형태가 생겨나고 있다. 또 파트너 관계를 맺더라도 더 이상 자녀를 전제로 하지 않게 됐다. 1989년만 해도 동독 청소년들 중 1%만이 아이를 원치 않는다고 생각한 반면, 현재는 14%가 자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성연구가들의 왕성한 호기심은 이런 통계적인 연구뿐만 아니라, ‘잉꼬부부’의 침실 문앞도 그냥 지나치지 않게 했다. 독일 성연구회 회장이며 성의학 개척자의 한 사람으로 꼽히는 폴크마 지구쉬 교수는 ‘사랑과 섹스’라는 광범위한 연구주제를 펼치면서 수십 년을 살아온 잉꼬부부들의 단단한 부부애가 사실은 놀라울 정도로 사소한 변태적 성 습관에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사랑과 섹스’ 이 두 가지가 함께 가는 것은 누구나 바라는 이상이지만, 오늘날 남녀관계의 현실은 나날이 이 둘의 결합을 어렵게 만든다. 그 원인 중 하나가 사람들이 파트너 관계에 거는 윤리적 요구가 아주 줄어들었다는 데 있다고 지구쉬 교수는 설명한다. 현대 독일인의 상당수가 사랑에 빠졌던 감정이 식으면, 더 이상 서로에게 충실해야 할 의무감을 느끼지 않는다. 삶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질수록 사랑의 황홀경 없이 그저 의무감만으로 채워지는 결혼생활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일부일처의 결혼이란 사람들이 함께 사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던 시대에 고안된 제도이기 때문에 오늘날처럼 수명이 길어진 시대에 과거와 같은 결혼이 지속되기는 어렵다고 지구쉬 교수는 말한다. 그래서 보통의 정상적인 사람들이 갖지 않는 특별한 변태성향이 두 사람을 묶어주는 경우 그 결혼이 오히려 더 잘 유지되는 작용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변태라는 말에서 대단히 일탈적인 성도착을 떠올릴 필요는 없다. 이때의 변태란 평생 동안 어떤 것을 좋아할 수 있는 것, 예를 들어 어떤 특정의 성유희라든지 숨소리, 체취, 혹은 콧방울의 형태라든가 하는 사소한 것으로부터 오랜 기간에 걸쳐 계속 성적 자극을 느끼는 것을 말한다. 이런 감정은 사실 무의식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며 바로 이 덕분에 평생 동안 욕망을 느낄 수 있는 잉꼬부부가 만들어진다.

수많은 가능성과 빠른 변화에 익숙한 현대인들은 이처럼 결혼에 대한 윤리적 의무감보다는 보이지 않는 사소한 무의식에 의해 지배를 받는다. 이렇게 무의식적, 비합리적인 것에 대해 합리적 학문성을 연결하려는 것이 성연구인데, 지구쉬 교수도 이런 성연구 자체가 하나의 ‘불가능성’이라고 실토한다. 그러나 ‘성에 관한 이론’이야말로 학자들로서는 흥미로운 분야임에 분명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렇게 심리적으로 유지하기 어려워진 결혼제도는 인류의 종족번식이 꼭 실제적인 성교를 통할 필요마저 없어지는 시대에 부부, 가족 공동체의 모습을 더욱 변화시킬 것이 분명하다. 지구쉬 교수는 복제를 통한 인류의 번식은 그야말로 천동설에서 지동설로 옮겨간 것과 같은 거대한 변화라고 표현한다. 복제가 던지게 될 모든 사회문제를 제외한다면 사람들의 성 행동과 파트너 관계, 그리고 가족이라는 의미에서 지구쉬 교수는 그리 비관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는 듯하다. 그는 20세기 말에 일어나고 있는 성해방이 궁극적으로는 사람들 사이에 여러 다양한 관계들을 가능하게 해주었으며, 이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방감을 맛보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독신이든 부부든 동거관계든 아니면 동성애자이든 관계없이 자기의 취향대로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금욕만이 아니라 양성애, 삼각관계도 사회에서는 관용하게 됐으며 인터넷을 통한 에로틱한 채팅 역시 고독에서 벗어나 자기 취향에 맞는 파트너를 찾을 가능성을 높여주고 있다.

글을 쓰면서 자신의 이름과 나이, 심지어는 성과 지금까지 살아온 과거사마저도 쉽게 바꿔주는 새로운 매체의 유희성 속에서 지구쉬 교수는 ‘속임’과 ‘위험’보다 팬터지를 통한 개인의 해방감을 더 강조한다. 개인의 해방이 지고한 가치인 만큼, 그래서 개인들은 그 대가로서 속임과 위험에 대한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성 연구가 가족 연구와 많은 공통분모를 가지면서도, 어디까지나 개인이라는 서구적 가치를 확인하고 강화시키는 학문임을 확인해주는 대목이다.



주간동아 2000.12.14 263호 (p54~55)

배정희/ 유럽문화정보센터 전문연구원bae723@hanmail.net >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217

제 1217호

2019.12.06

아이돌 카페 팝업스토어 탐방기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