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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의 벤처물결 ‘로봇기술’이 온다

  • 김철환 ㈜와이즈인포넷 이사

제4의 벤처물결 ‘로봇기술’이 온다

제4의 벤처물결 ‘로봇기술’이 온다
지금까지 벤처 분야에서는 세가지 물결이 지났거나 지나고 있다고 한다. 첫번째 물결은 첨단 제조분야, 두번째 물결은 인터넷과 정보기술(IT) 분야, 그리고 세번째로 바이오 분야다. 그 다음에는 무엇이 뒤를 이을까. 여기에 로봇기술이 네번째 파도로 다가올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보통 인간이 하는 일을 대신하는, 자동으로 작동되는 기계라고 정의되는 로봇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기술의 복합성 때문이다. 로봇은 전기-전자공학, 기계공학, 자동화공학, 전산공학 등 첨단기술을 총망라해서 태어난다. 미래의 로봇은 인공지능과 신경회로, 음성-화상인식 기술, 거기에 무선통신 기술까지 가미되면서 훨씬 더 다양한 기술의 복합체가 될 전망이다. 각 요소기술의 개발가능성뿐 아니라 그 기술들을 응용해 상품화할 수 있는 영역이 무궁무진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로봇기술이 제4의 물결로 인식되는 것이다.

로봇의 상품화 가능성이라는 면에서 산업용 로봇은 이미 비즈니스화되어 있다. UN 경제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1999년 말 현재 75만대 가량의 산업용 로봇이 가동되고 있는데 그 중 50% 이상인 40만대가 일본에 설치되어 있고, 우리나라도 세계 5위의 산업용 로봇 보유국이다. 특히 자동차산업의 폭넓은 수요층을 바탕으로 한 일본의 로봇 제작기술은 세계 제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최근 일본의 로봇산업 동향을 보면 로봇 기술의 발전 방향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1월 일본의 자동차메이커 혼다는 야심작 ‘아시모’를 발표했다. 혼다가 3년 전에 발표한 ‘P3’가 키 1m60에 몸무게가 130kg이었던 데 비해 아시모는 1m20, 43kg으로 훨씬 작고 가벼워졌다. 아시모는 두 발로 걷고, 뛰고, 춤추는 것도 가능하며 팔의 활동반경과 조작성능도 크게 개선되었다고 한다. 로봇에 필요한 3대 요건인 안전성, 범용성, 내구성이 크게 개선된 것이다. 그러나 공상과학 소설이나 영화를 통해 이미 친숙해진 ‘인간보다도 더 인간적인’ 로봇의 탄생은 아직 요원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아직 로봇기술은 우리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없는 먼 훗날의 이야기인가.

이러한 의미에서 일본의 소니사가 선보인 ‘아이보’는 여러 가지 함축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 아이보는 지난해 6월 첫선을 보인 인공지능 로봇 강아지의 이름이다. 최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컴덱스쇼에서 아이보는 소니그룹의 상징물로 등장했다. 2500여 기업들이 저마다 첨단 기능을 가진 제품을 자랑하고 있을 때 소니가 아이보를 전면에 내놓은 의미는 무엇일까.



제4의 벤처물결 ‘로봇기술’이 온다
1세대 애완동물형 로봇인 아이보는 25만엔대의 가격으로 총 4만5000여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손익분기점에는 미치지 못하는 수입이다. 그러나 소니는 올 12월 초 새끼 사자를 모델로 한 2탄을 발표할 예정이다. 새로운 로봇은 50개 정도의 단어를 인식할 수 있는 기능을 갖추고 있어서 ‘앉아’ ‘일어서’ 등과 같은 간단한 명령에 반응하도록 설계되었다고 한다. 또한 가격도 15만엔대 수준까지 떨어지고 월 6만대 수준의 생산능력이 준비되는 등 애완 로봇의 본격적인 상품화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소니의 움직임에서 몇가지 시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비산업용 로봇 분야가 더 이상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막대한 투자가 요구되는 분야가 아니라 비즈니스가 가능한 분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소니의 개발 전략은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산업형 로봇과는 전혀 다른 각도에서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애완동물이라는 상품을 택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완벽한 기능을 갖춘 로봇만이 상품화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낸다는 것이야말로 벤처적인 발상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작년 말 우리나라에도 크레비즈(crebiz)라는 용어가 소개된 바 있다. 창조적인(creative) 아이디어와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부가가치(business)를 만들어 낸다는 산업운동이다. 용어가 다소 거창한 느낌을 주지만 이젠 우리도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 그 자체만을 쫓아서는 안 될 것이다. 좀더 인간적인 관점에서 상품화하는 기술이야말로 로봇기술이 뒤져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도전해 볼 만한 영역으로 보인다.



주간동아 2000.12.14 263호 (p38~38)

김철환 ㈜와이즈인포넷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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