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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한나라당 김덕룡 의원

“DJ, 지금이 마지막 기회”

김대통령 당적 버려야 정치 개혁 가능 … 개혁 하다 보면 정계재편 따라와

“DJ, 지금이 마지막 기회”

“DJ, 지금이 마지막 기회”
한나라당 김덕룡 의원이 연일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대통령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개헌론을 거듭 주장하는 것은 물론 민주당에 자민련과의 관계 청산과 개혁세력 연합론을 주문하기도 했다. 11월28일에는 한나라당을 ‘이회창 1인 지배정당’이라고 비판했다. 12월3일 오후 김덕룡 의원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지구당 사무실에서 만났다.

한나라당의 제일 큰 문제점을 무엇이라고 봅니까.

“우선 한나라당이라는 브랜드가 국민에게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반 DJ’ 이외에는 별게 없다는 겁니다. 물론 초기에는 김대중 정권의 야당 파괴에 맞서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게 반 DJ 투쟁을 벌여야 했던 점도 있으나, 총선 후 상황이 반전된 뒤에도 아직까지 ‘반 DJ 정서’에서 오는 반사이익에만 안주해, 한나라당 자신의 비전과 정책이 무엇인지 국민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한나라당 대세론이 지금은 한나라당 가지고 되겠느냐는 회의론으로 점점 바뀌고 있는 것을 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이회창 총재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한나라당의 제일 큰 변화라면?

“글쎄요. 무엇이 변했을까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당직자들이 모두 이총재 측근이 되어 1인지배체제가 강화됐다는 것 이외에 무슨 변화가 있을까요. 당을 운영하는 데 있어서 당 중심의 운영이 아니고 이총재 개인 중심의 운영, 그래서 대선후보로서의 이총재 개인 이미지를 개선하고 효과적인 홍보를 위한 대선체제로 바뀌었습니다. 지난 총선 후 양당이 전당대회를 했는데 그 후의 모습이 똑같아요. 저쪽은 DJ당, 이쪽은 이회창 1인지배정당이 됐습니다. 왜 많은 돈 들여 전당대회하고 투표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양당이 어쩌면 이렇게 똑같이 1인지배체제로 가는지 모르겠습니다.”



“DJ, 지금이 마지막 기회”
요즘은 이총재도 많이 변했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만….

“변했다면 바람직한 일입니다. 그러나 진심으로 내적 변화가 일어나야지 외적 스타일만 변해서는 곤란합니다. 기교로만 하면 안 됩니다.”

이총재의 민주적 리더십이 부족하다면 그 이유가 어디에 있다고 봅니까.

“기본적으로 판사는 외롭게 혼자서 결정하는 직업입니다. 법과 자기 양심에 의해서만 판단을 하죠. 남과 상의해서 공감대를 추출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총재는 자기 홀로 결정하는 것이 몸에 배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판사는 자기 결정이 모든 것이고 정의이죠.”

당내 민주화가 안 되고 있다는 지적도 그런 차원의 말씀입니까?

“우선 당을 이끌어가는 총재가 당내 민주화를 실현하겠다는 의지가 부족한 것이 첫번째 이유고, 양당이 똑같기 때문에 상호 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선거가 지역정당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그러면 정치인들이 누구를 의식하겠습니까. 정책 연구를 하겠습니까? 자기 당 총재에게만 잘 보이고 충성하면 되는데…. 1인지배체제가 되는 근본 원인은 지역감정에 의한 정치, 지역정당 구조에 있습니다. 또 이런 구조때문에 1인지배를 강화하는 악순환이 계속되는 겁니다.”

그렇지만 다음 대통령 선거 역시 지역 대결구도의 연장선상이 되지 않겠냐는 게 일반적인 예상 아닙니까?

“현재의 정치판이 그대로 굴러간다면, 권력구조가 5년 단임제에서 변함이 없다면, 다음 선거는 똑같이 지역 대결구도가 될 겁니다. 그렇게 해서 당선자가 나온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지역 대결구도가 심화할텐데 대통령으로서 통치하기가 무척 힘들어질 겁니다. 나라가 혼란에 빠지는 것은 물론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정치의 틀과 판을 바꾸지 않고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그래서 당내 민주화가 이루어져야 하고, 헌법이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겁니다.”

그러나 4년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도입 개헌에 대해 이회창 총재가 분명히 반대하고 있는 이상, 개헌론에 일정한 한계가 있는 것 아닙니까?

“최근 이총재가 기자회견을 통해 (개헌은) 시기와 동기가 중요하다고 얘기했는데, 이총재가 그런 말을 한 동기가 이해되지 않습니다. 개헌 문제는 지난해 제가 밀레니엄위원장을 할 때 거의 합의가 된 사실입니다. 정-부통령제 도입에 대해서는 약간의 이견도 있었습니다만…. 당시 이 문제를 발표하지 않고 보류했던 것은 우리가 먼저 개헌 문제를 들고나오면 총선 이슈가 내각제 개헌 대 대통령 중임제 개헌의 대결이 될 우려가 있다고 한 주류측의 주장 때문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시기가 문제였지 내용적으로는 공감했던 것입니다. 실제로 이총재도 총선 직후 4년 중임제에 대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갑자기 이것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저는 도대체 그 저의를 알 수 없습니다. 2002년 대통령 선거를 감안할 때 내년밖에 시간이 없지 않습니까?”

정-부통령제로 개헌할 경우 이회창 총재는 ‘영남 독식’이 불가능할 거라는 점을 우려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이총재가) 개헌에 반대하는 동기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 문제냐 하면… 지금 우리 당은 현 정권에 대해 민심이 이반된 상태이므로 시간만 지나면 정권은 우리 것이 아니냐 하는 분위기가 있습니다. 그런 환상이 개헌 같은 것 필요없다, 위험하지 않느냐고 생각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그렇지만 그것이야말로 언제 깨질지 모르는 사상누각과 같은 생각입니다. 지금 보십시오. 대통령 임기는 5년이고,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임기는 4년이라서 이가 맞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선거를 3년 연속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2002년에 시-도지사 선거는 6월이고 대통령 선거는 12월인데, 대통령 선거가 6월이고 시-도지사 선거가 12월이면 몰라도 대통령 선거를 미리 한다는 것이 과연 합리적입니까? 5년 단임제라는 것이 군사정권 시절에 장기집권 막자고 만든 것인데 지금 그것이 맞습니까? 또 솔직히 당시 3김씨가 돌아가면서 한번씩 하자고 5년 단임으로 묶은 건데, 이제 3김씨 다 끝나가지 않습니까. 개헌은 우리 정치의 틀을 21세기에 맞게 새롭게 설계하고자 하는 데 그 목적이 있습니다. 따라서 개헌 논의를 단지 대통령 선거에 유리한가 불리한가 하는 사심의 잣대로만 재어서는 곤란합니다. 진정 이 나라를 위해 어떤 헌법이 더 바람직한지 생각해야 합니다.”

당내에 중임제 및 정-부통령제 개헌론에 동조하는 의원이 얼마나 있다고 봅니까.

“개별적으로 여야 의원들을 만나보면 개헌의 필요성에 다들 동감합니다. 다만 개헌했을 경우 자기 당의 집권에 유리한지 불리한지 때문에 말 꺼내기를 조심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 대통령이나 당 총재의 눈치도 봐야 하고…. 그러나 일단 개헌론에 불길이 댕겨지면 상당수 의원들이 찬성하고 나설 것입니다.”

“DJ, 지금이 마지막 기회”
김의원 발언을 보면 민주당이 자민련과의 관계를 청산하고 개혁전선을 분명히 하면 민주당과 함께 새로운 정당을 만들 수도 있다는 내용으로 들립니다.

“새로운 정당을 만든다는 차원은 결코 아닙니다. 개혁 추진을 위해 우선은 사안별로 국회의원들의 소신에 따른 정책연대가 가능할 것입니다. 공적자금 처리나 한국전력 민영화 예에서 보듯 개혁하겠다는데 당연히 도와줘야죠. 민주당은 소수 정당입니다. 만일 김대중 정권이 자민련과의 부도덕한 관계를 청산하고 본격적으로 개혁 프로그램을 추진하고자 하는데, 개혁을 표방하는 의원들이 오로지 당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돕지 않는다면 개혁은 좌초하고 말 것입니다. 개혁세력을 자처하는 사람이라면 당을 떠나 개혁이 좌초하는 것을 방관하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겠습니까. 그런 경우 본인부터 결코 방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정계재편이 일어날 가능성이 얼마나 있다고 봅니까.

“지금 같은 지역정당구조로는 절대 안 되고 재편이 돼야죠. 그런데 재편은 힘이나 술수로는 안 되고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먼저 그런 환경이 조성되어야 하는데 저는 그 첫번째 전제 조건으로 대통령의 당적 이탈을 제시하는 것입니다. 대통령이 스스로 민주당 당적을 버린다는 것은 대통령이 앞장서서 지역주의의 고리를 끊어버리는 것이고, 이는 한국정치의 이제까지의 병폐를 청산하는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입니다.”

김대통령의 당적 이탈이 어떻게 해서 획기적인 계기가 된다고 보는지….

“지금 김대통령은 엄격히 말해서 대한민국 대통령이라기보다 호남의 보스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대통령이 소수 정파의 대표자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그러니까 당적을 내던지면 지역정당구조가 깨지는 것입니다. 정치에 일대 변혁이 오는 거죠. 우리 당도 엄격히 말해 지역정당이 아니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호작용을 통해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습니다.”

현실 정치에서는 쉽지 않은 이상론적 말씀으로도 들립니다.

“저는 결국 큰 흐름이 형성될 것으로 생각합니다만, 그렇게 안 된다고 해도 김대통령이 당적 이탈을 하지 않으면 현재의 위기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소수 여당의 당수로서는 다수 야당과 대립할 수밖에 없고, 정권재창출에 집착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게 대결구도로만 가면 나라는 더 어려워집니다. 기회는 지금밖에 없습니다.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내년 1월이 지나면 하고 싶어도 못 합니다. 노벨평화상의 ‘약발’이 있을 때, 노벨평화상이라는 큰 상을 받았으니까 이제 작은 것에 집착하지 말고 큰 상에 걸맞은 정치, 거기에 맞는 인사, 거기에 맞는 포용력을 보여야 합니다. 어떤 사람은 노르웨이에 가는 것을 반대합니다만, 저는 노르웨이에 가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중대한 결단이 담긴 ‘노르웨이 구상’을 가져오라 이겁니다. 기껏 당정개편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해서는 기회를 상실하는 것입니다. 큰 것을 해야지. 김대통령이 취임 3주년이 되는 내년을 그냥 넘기면 힘이 없어서 이런 결단도 못합니다.”

김의원께서 말하는 민주화세력의 결집이란 무엇을 의미합니까.

“자연스러운 정계재편의 방향을 여러 가지로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보수 대 진보, 민주화세력 대 산업화세력, 심지어는 대통령제 세력 대 내각제 세력으로의 재편도 가능할 것입니다. 그러나 제가 경험적으로 생각하기에 민주화세력과 산업화세력으로 나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봅니다. 그렇게 재편되면 각자가 지향하는 바가 뚜렷하고 또 양쪽이 모두 국정 경험까지 갖추었기 때문에 훌륭한 정책정당이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의 분열 가능성을 염두에 둔 말씀으로 들립니다.

“만약 재편이 일어난다면 조합으로는 괜찮은 조합이 아닌가 생각해 본 것일 따름입니다. 꼭 그렇게 간다는 뜻은 아닙니다.”

한때 상도동과 동교동의 결합 얘기도 많이 나왔는데….

“사실상 상도동과 동교동에서 그렇게 하자고 한 움직임은 전혀 없었는데, 그런 얘기가 시중에 나돌 수 있었던 것은 그 가능성이 그럴듯했던 때문 아니겠습니까?”

현재 민주당 인사들 가운데 그런 필요성을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민주당이 자민련과 공동정부를 구성했다는 것은 벌써 개혁이 끝났다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자민련을 개혁세력으로 볼 수 있습니까? 그러니까 지금 정부의 위기가 온 것입니다. 자민련과의 결합이 오늘의 위기를 자초한 것이죠.”

다음 대선 국면에서 DJ+YS 구도의 변수를 말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YS가 현실적인 정치인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하는 것이 사실이니까….

“가능성을 떠나서 실제 그런 구도가 이루어진다면 상당한 돌파력이 있겠죠. 영향력이 클 겁니다. 그 가능성을 지금 얘기할 수는 없고….”

돌파력이 클 것이란 판단의 근거는 무엇입니까.

“우선 국민들이 볼 때 지역구도가 깨지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겠습니까? DJ나 YS는 이제 더 무엇을 할 사람들이 아니잖습니까. 그런 분들이 자기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마지막 봉사를 하겠다고 하면 큰 반향을 일으킬 겁니다.”

결국 정계재편은 여야가 자신들의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면 어려운 것 아닙니까?

“바로 그것입니다. 지금 김대통령은 그것을 포기할 수 있는 입장이 됐습니다. 대통령도 하고, 타고 싶던 상도 탔는데 무슨 여한이 있겠습니까. 이제는 사심 없이 국가에 봉사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고, 기득권에 집착하지 않고 그런 일을 해낼 수 있는 길이 열린 겁니다. 노벨상은 자신만의 영광이 아니라 우리 정치와 국민에게도 의미가 있는 상이 되어야 합니다.”

김대통령은 그렇다 쳐도 이회창 총재가 과연 그런 큰 방향으로 나갈지 의문입니다.

“저는 정계재편을 꼭 하자는 것보다 이런 정당체제로는 안 되겠으니까 나라를 위해 정치가 잘못돼 있는 부분을 고치다 보면 자연스럽게 재편으로 갈 것이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의도해서가 아니라. 이를 위해 대통령이 던지면 그렇게 흘러갈 것입니다.”

정-부통령제가 도입되지 못하더라도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갈 생각입니까?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문제라 가부를 잘라서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동안 제게 주어진 경선 기회를 저는 단 한번도 회피한 일이 없다는 점을 참고했으면 합니다.”

최근 박근혜 부총재의 정치적 위상이 높아지는 느낌입니다. 당내 문제에 대해 김의원과 시각도 일치하는 것 같고… 박근혜 부총재를 자주 만납니까?

“자주 만납니다. 일부러 밖에 얘기하지는 않지만… 기본적으로 서로 생각이 통합니다.”

박부총재를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훌륭한 자질을 갖춘 분입니다. 함께 일해보니 소신이 뚜렷하고 경우가 매우 바른, 신뢰할 만한 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판단력도 뛰어나고, 대중의 인기를 한몸에 모으는 매력도 있습니다.”



주간동아 2000.12.14 263호 (p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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