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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지붕 두 마음’ 한나라당 속탄다

국보법 폐지안·노동당 2중대 발언 놓고 진보·보수 이념갈등 고조

‘한 지붕 두 마음’ 한나라당 속탄다

‘한 지붕 두 마음’ 한나라당 속탄다
11월28일 한나라당 당사에는 보수적 성향의 단체들로부터 항의 전화가 잇따랐다. 전날 김원웅 의원이 인터넷 홈페이지에, 최근 국가정보원에 의한 활동 제한 조치를 제기하고 나선 황장엽 전 북한노동당 비서에게 ‘수구 냉전 세력에게 이용당하고 있다’는 공개 서한을 보낸 데 대한 반발이었다.

이들은 항의 전화에서 “어떻게 한나라당 의원이 그같은 글을 인터넷에 띄울 수 있느냐. 당 차원에서 분명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거세게 항의했다는 후문이다.

11월27일 김원웅 김홍신 안영근 서상섭 등 4명의 한나라당 의원들은 민주당 의원 17명과 함께 공동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국회에 제출, 파문을 불러일으켰다. 한나라당이 당론으로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이는 분명히 당론과 배치되는 행위였다. 일부 보수적 성향의 의원들은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도대체 당을 함께 못할 사람들”이라며 흥분하기도 했다.

보수파 일부 의원들 결별론까지 언급

최근 들어 한나라당 내 이념 갈등이 재현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발화점은 국회 파행사태까지 불러일으켰던 김용갑 의원의 ‘조선 노동당 이중대’ 발언. 이 사태는 결국 발언 내용의 속기록 삭제와 한나라당 정창화 총무의 대신 사과로 마무리됐으나 당내에서는 이를 두고 뚜렷하게 반응이 엇갈렸다.



주로 영남 지역의 보수성향 의원들은 “속시원하게 말했는데 뭘 사과하느냐”는 입장이고, 진보세력의 좌장 격인 이부영 부총재 등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한 진보성향 의원들은 “이같은 발언이 영남정서를 단합시킬지는 모르지만 이런 수구적 냉전사고로는 전국정당화가 어렵고, 2002년 대선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실제로 김용갑 의원의 발언이 있었던 직후인 11월14일 밤 국회 정문 앞에서 이부영 부총재가 “우리가 경상도당이냐”며 지역문제까지 거론하자, 윤영탁 의원이 “경상도가 뭐가 어때서…”라며 거세게 반발한 일도 있었다.

이후에도 진보 개혁성향의 의원들은 별도 모임을 갖고 최근 당의 입장이 지나치게 보수적으로 흐르고 있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공동 대책을 마련키로 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같은 당내 진보세력의 움직임에 대해 보수파 의원들의 반감은 밖으로 알려졌던 것 이상으로 심각했다는 전언이다. 한 중진의원은 “김용갑 의원 발언 이후 10여명의 의원들과 모임을 가졌는데, 상당수 참석자들이 ‘생각이 다른 사람과는 어차피 당을 함께 할 수 없는 것 아니냐. 두고두고 우환거리가 될 사람들과는 일찌감치 갈라서는 게 좋은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나눴다”며 “당시 검찰수뇌부 탄핵안을 놓고 여야가 대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별 사단 없이 넘어갈 수 있었다”고 전했다.

사실 민정계 민주계 재야 386세대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한나라당 내에서 이념갈등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6대 국회 출범 후 남북문제가 화두였을 때도 국가보안법 폐지를 둘러싸고 이념갈등 문제가 빚어졌다.

당시 진보성향 의원들은 국가보안법 폐지 혹은 개정을 제안했다. 그러나 의원 연찬회에서 이회창 총재가 모든 의원들에게 의견을 개진하게 한 뒤 이에 대한 ‘긴급표결’을 현장에서 실시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당론’을 이끌어내면서 이들의 목소리가 묻히기도 했다.

이같은 이념갈등 조짐에 대해 당 지도부는 가능한 한 소리나지 않게 봉합하려는 입장이다. 당 지도부는 일부 의원들이 국가보안법 폐지안을 제출했을 때에도 “개인적 의견으로 당론과는 별개”라는 입장을 보였다.

당내의 이념적 시각 차이가 심각한 ‘당내 내분’ 사태로 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의견이 엇갈린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대여 투쟁이란 목표 속에 봉합됐던 이념논쟁은 계기만 주어지면 촉발될 수 있으며, 정치권이 격변할 때 언제든지 불거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진보에서 극우까지 이념적 스펙트럼이 너무 넓어 한나라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함이 한나라당의 경쟁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많다. 이념 문제가 뜨거운 쟁점이 될 앞으로의 선거에서 이념적 정체성의 부재 및 혼재는 상당한 약점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그러나 아직까지 당내에서는 이같은 전망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우세한 듯하다. 한 의원은 “최근 당내 이념갈등의 정치적 여파는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며 “현실적으로 이회창 총재의 당 장악력이 확고한 상황에서 ‘생각의 차이’가 ‘행동’으로까지 옮겨질 가능성은 대단히 희박하다”고 분석했다.





주간동아 2000.12.14 263호 (p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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