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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패러다임 변한 게 없다”

초선의원 4명이 본 16대 국회 1년… 국회의원의 의식·생산성 제자리 걸음

“정치 패러다임 변한 게 없다”

  • 16대 국회의 첫 정기국회가 일정을 마쳤다. 거듭된 정쟁과 파행 속에서도 추가 공적자금 동의안과 한국전력 민영화 등 시급한 사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하는 등 정말 오랜만에 ‘반짝’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러나 국민이 보기에 국회는 여전히 위태롭다. ‘달라진 국회’를 찾기도 힘들다. 국회에 첫 걸음을 내디딘 초선 의원들은 이 16대 국회의 첫 일년을 과연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좌담을 통해 알아보았다.
  • <편집자>
“정치 패러다임 변한 게 없다”
▣참석자

이낙연(민주당·전남 영광-함평)

장성민(민주당·서울 금천)

김부겸(한나라당·경기 군포)

심재철(한나라당·경기 안양동안)



▣사회

조용준 기자

▣장소

국회귀빈식당

사회 : 16대 국회도 임기의 4분의 1 정도를 마쳤습니다. 연말이면 나오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多事多難)한 20세기 마지막 국회였는데, 국회에 들어오기 전의 각오와 막상 들어온 뒤의 차이점에 대해 말씀해 주시죠.

김부겸 :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부터 저는 정치의 화두를 상생(相生)의 정치로 잡았습니다. 이를 위해 동서로 갈라진 지역감정의 골을 국민적 통합으로 승화시켜야 개혁도 성공하고, 통일시대의 에너지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나 막상 국회에 들어와 보니 지난번 총선은 지역감정을 다시 한번 심화시킨 결과가 된 것 같습니다. 또 국회가 두세 번 파행 과정을 거치면서 여전히 지역 갈등과 균열을 이용하고 싶은 정치인들의 유혹이 상당히 강하다는 걸 느꼈습니다.

심재철 : 국회에 들어온 이후 국회의원의 움직임은 여과 없이 공개돼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소위원회 활동을 속기록으로 남겨 필요할 때 공개되도록 입법화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또 선거운동 과정에서 현역 의원과 원외 후보자들이 너무 불평등해 그 격차를 줄여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러나 그건 개인의 의지에 불과했을 뿐 아직은 힘에 부친다는 느낌입니다.

장성민 : 16대 국회는 전과 변한 것이 별로 없어요. 다만 주변 환경, 즉 국민이나 시민단체 등의 정치권에 대한 외적 감시가 강해지다 보니 그걸 의식하는 정도의 피상적인 변화만 있을 뿐이죠. 현실은 굉장히 변했고 시대는 새천년이 되었지만 이를 맞는 정치인들의 의식구조는 ‘헌천년’에 길들여진 사고 구조를 그대로 가지고 있어요. 바로 엊그저께 새천년을 맞는 잔칫상을 벌이고 축포를 쐈지만,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새천년 향연의 장이었던가 회의가 듭니다.

이낙연 : 이런 것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졌는데, 우선 정치 일반에서는 품격을 좀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죠. 그건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어요. 첫째는 정치인 개개인의 지적 수준 향상이고, 두번째는 정치판의 품격 제고입니다. 간단히 말해, 서서 삿대질하는 대신 커피 한잔을 앞에 놓고 조용히 얘기하며, 서로 싸우기보다는 대화를 우선시하고, 또 부득이 싸워야 할 때도 어떤 방식으로 싸울 것인지를 생각하는 진지한 태도가 아쉽더군요.

16대 국회 역시 품격의 고양이란 측면에서는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한 것 같습니다. 자주 싸우고 있고, 싸우는 이유도 별로 고상한 게 아니에요. 매우 정치 권력적인 이유 때문에 싸우고 있습니다. 싸우는 방식에 있어서는 조금 품격이 나아졌는지 모르겠어요. 멱살을 잡는다든지 주먹질을 하는 일 등은 확실히 줄어들었어요. 그러나 싸움의 빈도라든가 싸우는 이유는 결코 나아지지 못했습니다.

사회 : 과거보다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에 모두 공감하는 듯한데, 그냥 이대로 가자는 말씀은 물론 아니겠죠?

김부겸 : 제가 대정부 질문에서도 밝혔듯이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정당 구도를 어떠한 형태로든 해체하지 않고서는 정치의 올바른 발전, 국민의 정치 의사 결정에 기여하는 정당의 역할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김대중 대통령께서 위기의 실상을 국민에게 허심탄회하게 드러내놓고, 현재의 경제 위기나 국난 극복의 과정을 국민 통합을 위한 자기 반성의 계기로 삼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장성민 : 16대 국회가 본질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잠재력은 굉장히 크다고 봅니다. 초-재선 의원을 합치면 70%에 육박하거든요. 이 사람들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죠. 그러나 이 분들이 벌써 잠자는 세력이 된 것 아닌가 싶어 상당히 유감스럽습니다.

이낙연 : 너는 뭐했냐는 얘기가 당연히 나오겠죠. 상임위에서 싸움을 말리는 데 일조했더라면 다행인데 자신이 없습니다. 총선 며칠 전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되었기 때문에라도 16대 국회의원들은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탈냉전화 시대에 정치한다는 것을 자각하면서 들어왔습니다. 탈냉전화의 시대에는 당연하게 냉전세력과 탈냉전세력의 균열 갈등 마찰이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마련인데, 그것이 참으로 안타깝게 지역의 균열과 정확히 중복돼서 증폭되는 비극을 지금 목격하고 있습니다. 아주 불행한 일입니다. 지금 남북 화해협력을 달가워하지 않는 사람들, 단지 남북 화해협력을 추진하는 사람들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막 겹쳐 있습니다. 그래서 남북 화해협력이 싫은 건지, 화해협력을 추진하는 사람들이 싫은 건지 불분명합니다. 그 역도 성립되죠. 어떻게든 이런 현상을 성숙하게 분화시켜야 할텐데 짧은 시간에 되기에는 좀 비관적입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지역 균열 위에 다시 탈냉전의 균열이 충돌됐다는 사실이 정치 발전에 플러스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란 막연한 희망을 갖습니다. 무슨 얘기냐면 분단이 이념적 대립을 무력화해서 지역 대립밖에 남을 일이 없던 시대에서, 이제 이념적 경쟁을 필요로 하는 요인이 강력하게 대두됐으므로 그 전보다는 갈등이나 마찰이 좀 더 발전적으로 되지 않을까 하는 거죠.

“정치 패러다임 변한 게 없다”
장성민 : 민주화 시대에 권위주의적 의식구조, 탈냉전시대에 냉전 구조의 의식구조, 정보화시대에 산업화 내지 근대화 의식구조, 이런 것들이 상당히 헝클어져 있어 제도와 현실이 제대로 맞물려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정말 어려운 문제입니다.

사회 : 국회가 파행으로 흐르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장성민 : 이유는 많겠지만 대략 정리한다면 첫째로 여야 모두 의회를 정책 경쟁의 장으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당리당략을 관철시키는 정쟁(政爭)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이나 유럽 국가들의 의회정치는 정책 경쟁의 꽃밭이라 불릴 만큼 의원 개개인은 물론 당 대 당의 경쟁이 치열하죠. 정치란 이런 경쟁 속에서 성숙하고 성장합니다. 두번째로 우리 현대 정치에는 군부 권위주의 세력의 군사정치가 정당정치의 내면에 깊숙이 스며들었습니다. 그 결과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세력 혹은 이 세력들에 정치적 뿌리를 두고 있는 정당들이 관행시해왔던 대결과 동원의 정치만이 효율적인 기능을 하는 양 우리 정치에 일상화돼 버렸습니다. 이런 의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것도 국회 파행의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김부겸 : 국회 파행의 원인을 거시적으로 보면, 아직까지 탈냉전 내지는 21세기 디지털 경제시대에 걸맞을 정도로 우리들의 사회 경제 정치적 의식, 정치인들의 행동 패턴, 국가를 운영하는 시스템 등이 따라가지 못하는 데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이낙연 의원께서도 말씀하셨듯 우리가 실질적으로 본질을 놓고 치열하게 싸워본 적이 아직 한번도 없습니다. 정쟁은 몇 번 있었지만 거의 지엽 말단적인 이유를 가지고 파행을 겪었습니다. 새로운 변화를 누가 더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인가 하는 진로 문제나 국가 시스템을 놓고 갈등하는 게 아니라는 거죠. 아주 저급한 의미에서의 권력다툼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그 외피를 자꾸 치장해도 결국은 그 싸움의 언저리에서 머물다 보니 국민이 이것을 다 알아차려 버린 겁니다. 그런 정치 게임의 누추함을….

“정치 패러다임 변한 게 없다”
이낙연: 의회 중심 정치로 가야 한다는 것은 당위지만, 당위만 얘기해서는 공소(空疎)하죠. 왜 파행이 계속됩니까. 결국 국회라는 데가 최고 최강의 권력 투쟁 무대이기 때문입니다.

김부겸 : 근-현대사에서 국회가 권력을 잡아본 적이 없는데도 그렇습니까?

이낙연 : 두 선수가 글러브를 끼고 부닥치는데 권력을 잡았는지 못 잡았는지의 차이는 하늘과 땅처럼 크고, 권력을 못 잡은 측이 권력을 잡은 측과 대등하게 혹은 유리하게 싸울 수 있는 유일한 무대라는 거죠. 그러니까 늘 권력투쟁의 무대가 될 수밖에 없어요. 이게 의회정치가 활성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그럼 바꾸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많은 처방이 있겠으나 대부분이 현실성이 떨어지죠.

사회 : 해결책이 정말 없는 것일까요?

장성민 : 이런 상황에서 파행 국회를 막기 위해서는 의장의 자율성과 권한을 영국처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영국처럼 의장의 차기 의원직을 보장해 줌과 동시에 의원징계권이나 여야 교착국면시 속기록 삭제 등 의장 직권을 강화하는 방법이 있겠죠. 또한 국회 윤리위에 시민단체의 몫을 넣어 이를 절대적으로 강화하고, 동시에 국회 개원 때 모든 의정활동을 국민에게 공개할 수 있는 인터넷 생중계 시스템도 적극 활용할 수 있다고 봅니다.

심재철 : 저는 목적과 수단이 전도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의 목적이 뭡니까. 다 아는 얘기지만 국민을 편안하게 하고 이롭게 하는 소위 국리민복인데, 실제 정치의 목표는 정권을 잡는 것이나 재집권에 있습니다. 본질은 그게 아니죠. 어느 정당이든 집권 생각을 먼저 하지 말고 지금 국민에게 득이 될 수 있는 게 뭔지 최선을 다해 일하고, 그 다음에 국민에게 ‘이 정도 했습니다, 이쁘게 봐 주십시오’라고 겸허한 자세로 나가면 국민들이 평가할 것입니다. 그러나 그런 것이 아니고 오직 고지는 저기다, 저 고지에 도달하기 위해 모든 것을 거기에 맞춰야 한다는 목적과 수단이 전도된 가치관이 장악하고 있죠. 그래서는 정치가 진전 없이 허덕일 수밖에 없습니다.

김부겸 : 그런 점에서 정치인들이 일차적 책임을 져야겠습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불신은 정말 심각합니다. 물론 사회적 불신을 만든 책임은 주로 정치나 권력자들, 기득권 세력에 있죠. 그래서 안타까운 것은 대통령이나 야당 총재가 충심을 가지고 얘기하지만, 제대로 안 됩니다. 왜? 그 말을 액면 그대로 믿고 움직여주지 않으니까. 아무리 훌륭한 지휘자라고 해도 단원들이 그 지휘에 따라 장단점을 모아가면서 맞춰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것 아닙니까. 이런 점에서 정치에만 책임을 물을 게 아니라 사회 각계 각층의 통렬한 반성이 필요합니다.

사회 : 예를 들어 크로스 보팅 같은 것이 초반의 의지와 각오대로 추진됐더라면 지금 국회 모습도 상당히 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장성민 : 정치가 의회 중심 정치로 새롭게 패러다임의 전환을 하지 못하는 한 크로스 보팅도 어렵겠죠. 정당 중심 정치에서는 총재와 사무총장이 돈과 조직과 권력을 다 갖고 국회의원 개개인을 마치 기계 부품처럼 조종하고 독립적인 입법기관으로서의 권위나 모든 것을 무시합니다. 하루 빨리 모든 것을 의원총회에서 논의하고 원내총무가 힘을 갖는 의회 정치가 자리잡아서 국회의원들부터 정당 출입보다 국회 출입을 중요하게 생각해야만 자유로운 의사 결정도 가능할 겁니다. 언제까지 당론이 의회정치를 뒤집어 버리는 현실, 대결을 우선시하는 보스와 ‘꼬붕’의 헝클어진 틀 속에 갇혀 있어야 합니까.

김부겸 : 우리들이 그 문제를 얘기했을 때 당론이 걸린 정치적 결정보다는 정책 사항에 대한 크로스 보팅을 염두에 둔 것이 사실인데, 그런 점에서 아직 본격적인 크로스 보팅을 할 만한 정책적 사안이 한번도 없었습니다. 아마 국가보안법 개폐를 둘러싼 논의가 본격적인 크로스 보팅의 계기가 될 겁니다. 그동안 의미 있는 본회의 투표라는 게 국회의장, 자민련 원구성 문제, 총리 임명동의안 등인데 이 세 번 가지고 크로스 보팅 문제가 좌절됐다고 보기는 어렵죠.

이낙연 : 총리 임명동의안을 크로스 보팅했으면 재미있었을텐데, 그걸 여야 공히 권력싸움으로 봐서 크로스 보팅하자고 하면 정신 나간 사람처럼 인식됐죠. 그러나 시민들은 뭔가 변화의 싹을 그런 데서 보려고 했습니다. 그럴 기회가 별로 없었고 조그만 시도마저 무산돼서, 우리들이 좌절하고 기성 정치행태에 순치되는 계기가 됐다는 지적은 맞는 것 같습니다.

“정치 패러다임 변한 게 없다”
심재철: 전자투표와 크로스 보팅의 상관 관계에 일종의 아이러니가 있습니다. 전자투표를 하면 개개인의 투표 성향이 다 드러나는데, 크로스 보팅을 하면 당론과 어긋나게 투표하는 것이 정확하게 나타납니다. 그런데 지금 분위기가 그럴 수 있겠냐는 겁니다. 당론과 달리 반란 성격에 가까운 투표를 하는 것이 전자투표에 의해 오히려 억제되는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김부겸 : 결국은 누군가가 변경을 넓히기 시작해야 그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낙연 : 핑계는 아니지만, 모든 위대한 실험이라는 게 좀 안정적인 기반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16대 국회 구성 자체가 박빙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까지 50년 동안 못해본 새로운 실험을 하기에는 매우 위험한… 그러다간 얼음판이 깨질 수 있으니까.

요즘 제가 느끼는 것은 그게 승부가 아닌데 뜻밖에도 양당 지도부가 엉뚱한 데 집착한다는 겁니다. 본질과 상관없이 이렇게 하면 신문에 이렇게 유리하게 날 거다 하는 사실에 더 신경을 쓰는 거죠. 그것을 가지고 몇십분을 얘기해요. 턱도 없는 논의를 하고, 턱도 없는 집착들을 합니다. 양당 지도부가 국민 일반의 득실 감각과는 동떨어진 감각을 갖고 있어요. 이게 득이다, 이게 실이다 하는 계산법이 국민 의식과는 영판 다릅니다.

심재철 : 국정감사를 하면서 느낀 건데 여러 가지 이슈 중에서 어느 것이 섹시한지, 어느 것이 센세이셔널한지에 집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작 중요한 것은 A인데, A는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항이니까 그냥 넘어가고, B는 별로 중요하지 않지만 널리 알려져서 관심을 끄는 사안일 때 B를 선택하는 유혹이 크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 패러다임 변한 게 없다”
김부겸: 저도 절감합니다. 제가 속한 정무위를 예로 들면 금융감독원의 구조적 문제점이나 공정거래위의 효율적 운영 방식 등에 대해 정말 고민을 많이 하지만, 의원들이 매일매일 터져 나오는 금융비리 사고를 쫓아가기 바쁩니다. 본질적이고 근본적인 질의를 하거나 접근하는 의원들 발언은 언론들이 외면하고, 그날그날 사건에 대해 센세이셔널한 발언을 해야 주목하기 때문이죠.

사회: 내년에 들어서면 역시 차기 대선과 관련된 정계재편 논의가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왕 할 재편이라면 이번만은 사람 중심의 재편이 아닌 정책 중심의 재편이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만….

이낙연 : 지역분할 구도의 극히 미세한 완화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정책 중심의 재편이 벌어지기에는 너무 빠른 감이 있고 역시 사람 중심의 재편이 되겠지요. 역시 대선을 의식한 재편일텐데, ‘대선 편대로의 재편’이라면 유력한 후보로의 재편일 것이고, 당연히 인물 중심이죠. 물론 정책이 부분적으로 영향을 줄 수도 있겠죠.

심재철: 아마 관성의 법칙이 작용할 것으로 봅니다. 약간의 변화는 있겠지만 관성의 법칙 자체를 변화시킬 만한 역동성은 없을 것 같습니다.

장성민 : 아직은 우리 정치가 지역 중심의 인물 구도를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일반 대중 또한 정책과 비전에 그다지 큰 관심을 보이지 않기 때문에 저 역시 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봅니다. 그런 정치는 지역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은 저와 같은 386세대들이 주류로 등장했을 경우에나 가능할 겁니다.

이낙연 : 역시 헌법 상의 권력구조 변경에 따른 재편 가능성보다는 차라리 누가 주요 정당의 후보가 될 것인지, 그 후보 경선에서 진 사람이 승복할 것인지 등의 요인에 따른 재편 가능성이 훨씬 크지 않겠습니까?

김부겸 : 그건 역시 사람 중심의 이합집산인데, 그렇다면 3김 시대나 별 다를 것이 없는 것 아닙니까. 우리 정치 집단에 도저히 이 구도대로 갈 수는 없다는 본능적인 변화 욕구가 내재한다고 볼 수 있나요?

심재철 : 존재하긴 하는데 그 욕구를 겉으로 표출해서 추진할 만한 힘은 아직 없는 것 같다는 거죠.

사회 : 16대 국회는 평균 연령이나 초선의 비율로 볼 때 훨씬 젊은 국회라는 점에서 국회의 변화를 견인할 저변 세력은 갖추어진 것 아닌가요?

김부겸 : 환경은 갖추어졌다는 지적인데, 3김 이후의 새로운 리더십을 꿈꾸는 사람들이 자기 나름의 전망과 비전을 갖고 도전해야겠지요. 도전할 거라고 봅니다.

장성민 : 국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원천적 힘을 찾는 것은 간단하다고 봅니다. 국민에게 만족을 주지 못한 기성 정치인들의 ‘불만의 정치’를 우리 초-재선들이 거부해 버리면 됩니다. 그런데 왜 그런 행위를 안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말해 안 하는 것이 아니라 못하고 있다는 표현이 더 적절한 것 같습니다. 현실이 어렵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국민과 약속한 내용을 지키는 고민과 사색의 흔적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는 솔직히 말해 ‘왕따’라는 별명을 얻어가면서까지 기성 정치를 변화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만, 국민이 저같은 386세대를 당선시켜 준 것도 그런 변화를 원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낙연 : 지금 매일 그렇고 그런 날들이 반복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한국 헌정사에서 가장 큰 변화를 향해 가고 있다고 봅니다. 2002년 대선의 가장 큰 의미는 문자 그대로 3김 시대가 끝나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죠. 최근 수차례의 대통령선거에서 겪지 못한 경험을 하게 될 겁니다. 그런 격동의 와중에 상대적으로 젊은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변화를 연착륙 시킬 수 있는 요인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김부겸 : 현 대통령의 임기 말쯤 되면 3김 정치라는 큰 시대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것이니까 분명 변화가 올텐데, 젊은 정치인들마저 자기의 모든 것을 던지는 명분 없이 이익에 따라 이합집산하다가는 국민의 냉엄한 심판을 받을 겁니다.

심재철 : 최근 국회에 들어온 사람들은 과거의 연(緣)이 별로 없잖습니까. 얽매일 것이 상대적으로 적으니까 과거의 연이나 이익에 의해 움직이기보다는 자유스럽게 논리와 명분에 따라서 행동하기 쉬울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전반적인 분위기가 분명 있고, 그런 움직임이 축적되고 있으니까 다음 대선 국면에서 3김씨가 퇴장하면 그야말로 ‘빅뱅’을 일으킬 수도 있겠지요. 지금의 IT(정보기술) 혁명도 그런 기반이 된다고 봅니다. 정보가 옛날처럼 독점되지 않고 판단할 근거가 좀 더 많아질 테니까요. IT 혁명은 분명 커다란 정치 변화의 흐름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이낙연 : 16대 국회의 초선의원들이 재미있는 것은 3김 시대의 끝자락이 앞부분을 차지한다면 뒷부분은 탈 3김 시대의 초입 부분을 장식하는 거죠. 또 정보화 시대의 한복판에 있는 것이 16대 국회이므로 다를 수밖에 없을 겁니다.

심재철 : 변화 곡선의 기울기가 예전보다는 분명 다를 겁니다. 제가 일전에 본회의에서 왜 전자투표를 시행하지 않느냐고 촉구한 적이 있는데, 그런 기록들이 드러나기 시작하면 지금 활성화하고 있는 시민단체나 유권자 운동과 결합해 매우 중요한 변화를 유발할 겁니다.

장성민 : 그렇게 되면 새천년의 한국 정치도 치열한 경쟁이 살아 숨쉬는 ‘공정한 정치시장’으로 변화하겠지요. 무늬만 개혁적인 ‘포장의 정치시대’ 역시 사라질 겁니다. 이제 개혁과 통일의 정책 비전으로 검증받고 인정받는 정치 문화를 우리 스스로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은 그 어떤 이유에도 불구하고 회피할 수 없는 책무일 겁니다.



주간동아 2000.12.14 263호 (p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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