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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통일부 키워야 통일이 보인다

인력·돈·힘없는 ‘3無 통일부’

눈덩이 대북사업 ‘소화불량’ 걸릴판… 행사때마다 국정원 의존 ‘곁다리 언제까지…’

인력·돈·힘없는 ‘3無 통일부’

인력·돈·힘없는 ‘3無 통일부’
남북 당국이 합의한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을 위한 생사확인 명단 교환 일정이 예정보다 늦어지고 있던 지난 10월. 국가정보원의 한 고위관계자는 그 속사정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산가족 문제 해결은 우리측이 몰아쳐 북측이 받은 것이다. 교환 방문단은 이벤트이고 제도적으로 생사 확인과 상봉, 더 나아가 어렵지만 재결합도 하자고 했다. 북한이 받긴 받았지만 자칫 ‘소화불량’의 가능성이 있다. 북한은 (가족들이) 신분을 밝히기를 꺼린다는 점에서 생사 확인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린다. 또 행정-통신망도 속을 들여다보면 엉망이어서 이산가족 문제 해결에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다음은 한 대북 사업가가 전해주는 남북 이산가족 찾기에 얽힌 사례 한 토막. 이 대북 사업가는 지난해 서울 인사동에서 골동품 가게를 하는 실향민 김모씨(75)의 가족을 마침내 북에서 찾아준 적이 있다. 김씨가 조선족 중개인을 통해 아들을 찾아 나선 것은 수년 전부터다. 그러나 아무런 소식을 듣지 못해 애간장을 태우던 김씨는 98년에 마침 북한 고위당국과 선이 닿는 이 대북 사업가로부터 아들이 살아 있다면 틀림없이 찾을 수 있다는 말을 들었다. 김씨는 불법인 줄 알지만 아들을 찾아주면 감사의 표시로 북한 당국에 상당한 거액을 내놓겠다고 약속했다. 거액의 ‘현상금’을 약속받은 북한 당국은 그때부터 김씨 아들을 찾는 전담반까지 구성해 북한 전역을 수소문했다. 그러나 북한 당국이 김씨 아들을 찾는 데는 꼬박 1년이 걸렸다. 이른바 월남자 가족인 김씨 아들은 이름까지 바꾼 채 함경도의 한 시골에 살고 있었다. 그래서 쉽게 찾을 수가 없었던 것이다.

IMF 이후 인력 대량 감축… 정상회담 이후 수요 폭증

인력·돈·힘없는 ‘3無 통일부’
이 대북 사업가는 이산가족 교환방문이 2차에 걸쳐 진행되었지만 북한이 만족스러울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데는 ‘체제의 경직성’이 한몫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남한에 비해 행정-통신망도 열악하고 이산가족 문제를 담당하는 전문인력(대남사업 일꾼)도 부족하지만, 두 가지 사업을 동시에 하지 못하는 체제의 경직성 탓이 크다는 것이다. 즉 북한의 경우 대외-대남사업은 전문 일꾼들이 전담하고 있는데 남북정상회담과 북미고위급회담 이후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고 있지만 다른 부처 인력을 끌어다 쓰지 못하는 경직성 때문에 ‘소화불량’ 증세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정은 다르지만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남북 관계가 전에 없는 ‘접촉면의 확장’과 질적 변화를 겪는 가운데 남측 또한 ‘소화불량’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남북 대화를 주도하고 장기적인 남북관계의 발전을 위한 정책 업무를 관장하는 통일부의 경우 극심한 인력난으로 현재 진행되고 있는 회담을 뒷받침하는 데만도 벅찰 지경이다. 남북이 공히 인력난으로 인한 ‘소화불량 증세’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남북정상회담 및 6·15 공동선언 이후 이를 뒷받침할 후속조처의 일환으로 현재 전개되고 있는 남북회담(접촉)은 다섯개다. 통일부 장관이 수석대표인 남북장관급회담, 이산가족 문제 해결을 위한 적십자회담, 경제협력사업을 위한 경제실무(차관급)회담, 군사고위급(국방장관)회담, 경의선 복원사업을 협의하는 장성급 군사실무회담이 그것이다. 이 같은 회담을 지원-조정하는 부처는 남북 대화 주무부처인 통일부와 국정원이다. 그러나 통일부의 경우 인력과 예산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인력·돈·힘없는 ‘3無 통일부’
1차적 원인은 98∼99년에 진행된 정부 구조조정에 따른 인력 감축을 들 수 있다. 정부는 IMF 사태 이후 공공부문 개혁 차원에서 범정부 차원의 구조조정을 단행한 바 있다. 통일부가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통일부의 경우 98년 2월 1차 구조조정과 99년 5월 2차 구조조정을 통해 약 100명(23%)의 인력이 감축되었다. 이는 통일부에서 분리된 민주평통 사무처와 통일연구원을 제외한 통일부 자체 인력(본부 및 소속기관)만을 계상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남북회담사무국의 경우 약 40명의 인력이 감축되었다.

정부가 당시 1차 구조조정 방침과 기획예산위 경영진담팀의 직무분석 결과에 따라 통일부 인력을 감축할 때 내세운 주된 논리는 예를 들어 남북회담사무국의 경우 ‘진행되는 회담이 없으니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것. 수요가 없으니 공급도 줄여야 한다는 단순논리였다. 물론 이같은 단순논리는 그때만 해도 지난 6월에 개최된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라는 ‘대사변’을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다. 따라서 정부 내에서도 6·15 공동선언에서 두 정상이 합의한 내용들을 뒷받침하는 후속조처의 실천을 위해서는 통일부의 인력 증원 및 직제 개편이 절실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다.

그 결과 통일부는 자체 직무분석결과를 토대로 행정자치부와의 협의를 거쳐 일단 34명 증원안을 확정지었다. 그러나 지난 8월 기획예산처가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안에 따라 내년 2월까지는 범정부 차원에서 예산을 동결하기로 한 방침에 따라 증원안은 그때까지 보류된 상황이다. 서성우 통일부 행정법무담당관은 그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통일부의 인력 증원 논리는 단순하다. 과거 기획예산위의 논리가 ‘진행되는 회담이 없으니 인원을 감축해야 한다’는 것이라면 지금은 회담이 진행중이니 인원을 늘려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류협력 및 인도지원(이산가족 상봉) 사업이 증대되고 있으니 늘어난 업무 수요에 따른 인력 증원을 요구하는 것이다. 물론 내년 2월에 가서 기획예산처와 인력 증원에 따른 예산 협의를 다시 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여당 내에서도 인력 증원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기 때문에 무난히 통과하리라고 본다. 그래서 내년 2월까지는 자체 인력을 돌려가며 쓰고 있다.”

문제는 이같은 ‘땜질식 업무처리’로는 정치-군사-경제-인도적 문제 등 모든 영역에서의 동시다발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는 정상회담 이후 남북관계 업무의 수요를 감당하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현재의 인력만으로는 요구되는 시간 내에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지 못하거나 업무의 질이 떨어질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남북회담사무국의 한 실무자는 “현재 인력만으로는 장관급회담을 비롯한 각종 남북회담에 대처하지 못하기 때문에 교류협력국과 인도지원국의 인력까지 동원하고 있는 형편이다. 그러나 통일부에 근무하더라도 남북대화 업무는 특히 경험과 전문성을 요구한다. 따라서 이로 인해 남북대화 업무뿐만 아니라 이산가족 상호방문 같은 인도적 지원업무 및 교류협력 업무 질의 ‘동반하락’이 우려되는 현실이다”고 털어놓았다.

역시 익명을 요구한 교류협력국의 실무자 김모씨는 사정을 이렇게 말했다.

“경제부처는 말할 것도 없고 문화부만 해도 한 과에 20명씩 되는 데가 수두룩하다. 그런데 사회-문화 분야 교류협력 업무를 맡고 있는 교류 2과의 경우 과장을 포함해 직원이 5명뿐이다. 알다시피 정상회담 이후 교류협력 업무가 폭증하다보니 어떤 날은 민원전화를 받느라고 하루가 다 갈 때가 많다. 또 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때는 통일부 직원 수십명이 2박3일 동안 차출되어 아예 현장으로 출퇴근했다. 그러다보니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도 대충대충 처리할 때가 있다. 여전히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남북관계에 비추어 실무자의 사소한 실수가 남북관계를 악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지만 신중한 검토를 할 정책적 업무 환경이 조성돼 있지 않다.”

이산가족 교환방문 같은 대규모 남북관계 행사 때는 형식상 통일부가 주도하고 국정원이 지원하는 정부 합동 지원단이 구성된다. 1·2차 이산가족 교환방문 정부 합동 지원단만 해도 단장은 통일부 차관, 기획통제실장은 인도지원국장이 맡았다. 그러나 통일부 직원들은 현장에서 ‘힘없는 부처의 설움’을 느낄 때가 많다. 일단 수적으로도 통일부 파견 인원은 수십명이지만 국정원은 수백명이니 비교가 안 된다. 전체 행사일정에 따른 상황 수집업무와 개별 안내 등이 통일부 몫이고, 국정원 업무는 대부분 보안을 요하는 사안이라고는 하지만 업무 환경은 크게 차이 난다.

1차 상봉 때만 해도 국정원 직원들은 이산가족들이 묵은 롯데호텔이나 인근 호텔에 방을 얻었지만 통일부 직원들은 여관방을 전전해야 했다. 예산이 뒷받침되지 않은 탓이다. 통일부 업무의 상당부분이 국정원의 인력과 예산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공개된 비밀이다. 또 통일부가 정부 부처 내에서도 가장 ‘가난한 부처’라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최근 ‘주간동아’가 입수한 장관 판공비 현황(올해 1∼8월)만 보더라도 노동부가 2억5000만원인데 비해 통일부는 그 10%인 2700만원에 불과했다. 물론 판공비 명세의 공개를 거부한 외교통상, 재경부, 기획예산처 같은 ‘힘있는 부처’는 아예 비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통일부의 실무인력이 다른 부처에 비해 크게 부족한 데는 통일부 설립 자체가 연구정책 조직으로 출발한 탓이 크다. 그렇다보니 국토통일원과 통일원을 거쳐 대민 서비스기능까지 확장된 통일부로 개편된 지금도 통일부는 기형적인 ‘가분수 조직’이다. 이는 장기적인 남북관계의 발전을 고려하지 못한 역대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수뇌부의 근시안적인 조직관리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통일부 인력 증원 및 직제 개편의 논리는 무엇보다도 6·15 공동선언 이후 남북관계가 질적 변화를 겪고 있다는 데 있다. 정세현 객원교수(경희대 국제대학원·전 통일부 차관)는 “예산부처에서는 또다시 남북회담이 언제 닫힐지 모른다는 논리를 내세울지 모르지만 남북대화는 대세이고 국제사회도 북한을 밖으로 끌어내는 데 동참하고 있기 때문에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다. 공화당 집권에 따른 북미관계의 변화로 다시 남북대화가 중단될 것이라는 비관론은 아무리 보수적인 판단일지라도 비현실적이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회담기능은 원상 복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통일부 직제상 총인원은 소속기관을 포함해 387명이다. 그때 가봐야 알지만 일단 내년 2월까지 보류된 통일부-행자부 직제개정 조정안은 이보다 34명을 증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장성민 의원(통일외교통상위·민주당)은 “남북관계의 장기적인 발전을 감안하면 적어도 현재 인력보다 100여명은 더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장성민 의원이 국회 상임위에서 제기한 통일부 직제 확대개정안의 골자는 통일부 본부 및 소속기관 인력을 58명 증원하고, 총리실 산하로 흡수된 통일연구원(인원 55명)을 통일부 산하로 재흡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 각 부처에 대한 엄격한 직무분석을 토대로 부처별 인력과 직제를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실 경제부처의 경우 DJ 정부 들어 잇단 규제개혁 완화로 인허가 업무가 줄어든 반면에 외교-안보부처의 경우 남북관계의 질적 변화로 대외 업무부터 대민서비스 업무까지 확장되는 추세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전직 고위관료는 “솔직히 과천(제2 정부종합청사)에 가면 아직도 출근해서 오전에 신문만 보다가 점심 때면 느긋하게 이빨 쑤시고 들어오는 공무원들 많다. 따라서 정확한 직무분석에 의한 구조조정 및 인력 재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주간동아 2000.12.14 263호 (p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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