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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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준-이경자 커넥션’에 제3인물 있다

S팩토링 사장, 정치인-사채업자 연결고리 역할 의혹… 수사 시작 후 괌 출국 오리무중

  • 입력2005-05-27 10: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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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최대 쟁점은 정-관계 인사 관련 여부다. 금품수수사실이 드러나고 있는 금융감독원은 이미 의혹의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핵심은 정치인이나 금감원 이외의 정부기관 실력자가 정씨의 사설펀드에 투자했거나 로비를 받았는지에 있다.

    이와 관련, 세 가지 ‘로비 라인’이 의혹의 주요 쟁점이 되고 있다. 정현준(KDL 대표이사) 라인, 이경자(동방금고 부회장)-유조웅(동방금고 사장) 라인, 이경자-오기준(S팩토링 대표이사) 라인이 바로 그것. 검찰 주변에선 “정현준 라인은 별것 없다”는 시각이 나오고 있다. 정현준씨가 개인적으로 몇몇 정치인과 친분을 쌓았을 수는 있겠지만 그 ‘중량감’은 크지 않으며 소위 ‘KKK설’의 진원지가 아님이 확인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사건발생 초기부터 정-관계 관련설의 ‘무게중심’은 나머지 두 라인에 있었다. 이경자씨를 제외한 양 당사자 유조웅, 오기준씨는 모두 검찰수사가 시작되자마자 각각 미국과 괌으로 출국해 의혹을 증폭시켰다.

    유조웅씨의 경우 은행 지점장 출신으로, 자살한 장내찬 전 금감원 국장과는 J대 상대 동문. 그는 이런 학맥과 경력을 활용해 장씨를 비롯한 금감원 로비에서 핵심고리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유씨의 ‘프로필’은 다른 한편으로 ‘그가 금감원 이외의 권력기관과 밀접한 인적 관계를 맺기는 힘들었을 것이라는 추론을 낳게 한다. 유씨 역시 정치권과 직접 대면할 만한 ‘급’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경자씨,S팩토링 실소유주 소문 파다



    그렇다면 남는 것은 ‘이-오 라인’밖에 없다. 정치권 관계자 A씨는 “이번 사건의 정-관계 관련설을 풀 열쇠는 바로 오기준 한 사람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오씨의 이름은 동방-대신금고 불법대출 사건의 검찰 조사과정에서 불쑥 튀어나오더니 지금 그는 이 사건의 핵심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오기준, 그는 누구이며 어떤 역할을 했을까.

    ‘주간동아’는 여-야 정치권 관계자들, 정현준 비서실 직원들, 이경자씨 측근, 오씨 회사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씨의 행적을 추적했다.

    오기준씨는 서울 ‘S팩토링’ 대표이사 사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이 회사는 어음 할인사업을 주로 하며 지난 6월17일 설립된 이래 30억원 정도 대출을 해주고 있다. 회사관계자 B씨는 “정식으로 등록된 사업체며 직원은 사장을 포함해 7명이다. ‘페이퍼 컴퍼니’라는 일부 언론보도는 사실이 아니다. 우리 회사의 법인 자체는 동방사건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회사 관계자에 따르면 오씨는 이 회사의 대주주로 돼 있다. 그는 S팩토링의 소유-경영권을 모두 쥐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오씨는 대출업무와 관련된 결재를 위해 2∼3일마다 한번씩 출근하는 정도였다고 한다. 실제 회사운영은 주주 중 한 명이 추천한 한 간부가 전담했다는 것. 이씨에 대한 검찰수사가 시작된 10월26일 그는 괌으로 출국했다. 그 이후 그는 회사와도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한다.

    오씨는 이경자씨와 표면적으로 아무 관련이 없다. 그러나 이씨가 S팩토링의 실소유주라는 소문은 파다하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정치권 C씨의 증언. “6월17일 S팩토링 개업식 때 많은 화환이 왔었다. 그중 ‘K대 정책대학원 동창’이 보낸 화환도 있다는 사실을 내가 확인했다. 이 학교는 이경자씨가 인맥관리 차원에서 다닌 곳이다. 이경자씨가 관련 없다면 S팩토링에 이런 화환이 왜 왔겠는가.”

    C씨는 “이경자씨가 S팩토링을 만들면서 자금관리는 원모씨, 대외적 활동은 오씨에게 맡겼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씨가 오씨를 사장으로 앉힌 것이 사실이라면 그녀는 오씨에게서 무엇을 기대했을까.

    오씨는 베일 속 인물이다. 53세 안팎의 나이에 키 1m72 정도의 호리호리한 체격인 그는 서울 송파구 쪽에 거주해 왔다고 한다. 출신지는 목포이며, 호남의 한 상업고교를 나온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확한 그의 ‘백그라운드’는 아무도 모른다. S팩토링측은 “오씨는 대표이사이면서도 회사에 자신의 이력서 한 장 남겨놓지 않았다. 지금까지 직원들과 단 한 차례 저녁 회식 한 것이 전부며 그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로 상경한 그는 뚜렷한 직업을 갖지는 않은 채 폭력조직 보스 D씨의 일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폭력조직은 사채업자로부터 보호비를 받으며 채무자에게 압력을 행사하는 해결사 노릇을 해주거나 직접 사채회사를 차려 운영한다. 오씨는 이 두 세력의 일을 함께 해 왔다는 말이 있다.”(정치권 C씨)

    이경자씨, 정관계 관련 진술 오씨에 미뤄

    오씨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10년 이상의 오랜 기간 폭력조직-사채업자-정치인을 잇는 삼각관계의 연결고리가 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그는 민주화운동 이력을 말하고 다닌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민주화운동 이력이란 정치권이 시키는 여러 가지 종류의 ‘허드렛일’을 맡아서 처리해왔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느냐는 분석이다. 몇몇 사람은 이런 이유로 오씨를 폭력조직 보스 D씨보다 더 거물로 알고 있을 정도다.

    정치권 A씨는 오씨를 둘러싼 정-관계 관련설에 대해 이렇게 정리한다. “지난해부터 사채업에 잠겨 있던 돈이 코스닥으로 흐르면서 오씨도 이경자-정현준 쪽으로 자신의 활동무대를 넓혔다. 이 과정에서 폭력조직 보스가 오씨를 통해 대규모 펀딩을 했다는 말이 있다. 오씨가 정치권에 인간관계를 갖고 있었다면 정치권도 같은 방법으로 투자하지 않았겠느냐는 것이다. 거꾸로 이경자씨의 입장에서 보면 오씨는 쓸모가 많은 사람이 아니었을까. 그는 해결사에다 외풍을 막아주는 방패, 투자자를 유치해주는 중간 모집책으로 1인3역을 할 수 있는 존재로 비치지 않았겠는가.”

    이런 의혹들은 부풀려진 것이며 오씨는 단순히 사(私)금융권에 오래 종사한 사람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있다. 한편 이경자씨는 검찰수사에서 정-관계 인사에 대해선 유조웅씨와 함께 오씨에게 미루는 진술을 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오씨는 엄청난 휘발성을 지닌 정-관계 관련설에 대해 언제쯤 속시원한 대답을 내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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