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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빼빼’도 비만증에 걸린다

체중 관계없이 근육보다 체지방 많을 경우…단백질 섭취 늘리고 운동하면 치료에 효과

‘빼빼’도 비만증에 걸린다

‘빼빼’도 비만증에 걸린다
체중이 많이 나가는 씨름선수는 정상인데 체중이 미달에 가까운 날씬한 아가씨에게서 비만이 발견된다면?

‘비만’이란 뚱뚱한 것. 뚱뚱한 것은 몸에 지방이 많다는 것. 그러나 이 등식이 한결같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 표준에 못 미치는 듯한 몸무게라 하더라도 전체적인 골격과 체중에서 근육보다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현격하게 높으면 비만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른바 ‘마른 비만’이다.

미모의 여대생 H양(21)은 1m65의 키에 몸무게 50kg. 한눈에 보기에도 날씬하다 못해 조금 마른 듯한 아가씨이다. 체지방 측정 기계로 지방과 근육의 비율을 측정한 결과 근육량은 100% 기준에 80%. 그러나 체지방은 100% 기준에 280%(표준 체지방은 80∼160% 정도)나 됐다. H양은 극단적인 마른 비만 체질이다. 최근의 한 임상연구에 따르면 비만 클리닉에 내원한 환자 100명을 무작위로 추출해 조사해본 결과 그중 10.1%의 환자에게서 마른 비만이 확인된 바 있다.

사실 마른 비만은 일반 비만증보다 더 위험하다. 외형적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우선 본인이 비만하다는 사실을 잘 알지 못해 비만에 따른 질병인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 관절염 등 각종 성인병에 노출되기가 훨씬 쉬워진다. 또 식이요법만으로도 치료가 가능한 일반 비만과 달리 근육량의 감소 때문에 마른 비만은 관리가 힘들다. 마른 비만이 되면 쉽게 피곤하고 나른함을 느끼며 조금만 활동을 해도 숨이 차는 경우가 잦다. 여성의 경우 생리불순, 변비 등이 이유없이 지속되기도 한다.

무엇이 마른 비만인가



비만이란 단지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체지방은 에너지를 저장하고 방출하는 인체 성분이며 근육은 에너지를 사용해 운동하는 기관이다. 그런데 이 두 성분 사이의 조화가 깨져 체지방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지면 두 성분 사이에 부조화가 일어나게 된다. 즉 ‘체지방량과 근육량의 부조화’가 비만의 올바른 정의라 할 수 있다.

물론 사람의 몸에 체지방이 전혀 없는 경우는 바람직하지도 않으며 동시에 불가능한 현상이다. 정상 체중 가운데 차지하는 지방은 남성의 경우 10∼18%, 여성의 경우는 30% 정도다. 이 수위를 넘어서면 비만으로 보아야 한다. 이렇게 체지방이 많은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키에 대한 몸무게의 비율을 계산한 일반적인 비만도 측정에서도 120%를 넘어선 비만이 많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키와 몸무게로 계산되는 비만도를 측정해보면 정상이지만 체지방이 비만치를 넘어서는 경우, 혹은 근육량이 지나치게 모자라 상대적으로 체지방량이 많은 형태의 비만이 늘고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처럼 근육량 부족으로 체지방량이 상대적으로 많아진 비만을 ‘저근육형 비만’으로 분류하는데, 이는 한국인에게 특히 많은 비만체질이기도 하다. 35세쯤이 정년이라는 벤처업계 등에서 밤낮 가리지 못하고 일하며 적절한 운동으로 건강관리를 하지 못한 직장인, 무분별한 다이어트를 여러 차례 시도한 경험이 있는 젊은 여성들에게서 이를 더욱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들의 특징은 운동 부족과 불규칙적인 생활. 특히 섭취하는 칼로리를 줄이는 데만 급급한 그릇된 다이어트는 그 후유증으로 근육량을 줄게 하고 상대적으로 2차적인 체지방 축적을 늘리는 마른 비만의 가장 큰 원인이다.

‘마른 비만’이란 용어가 생겨나는데 일조한 비만의 ‘새로운 정의’는 미국 UCLA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는 표준체중 계산법으로 정의해오던 기존의 비만 개념보다 신체의 조화를 더 우선시한 것으로 결국 한의학적인 비만의 해석과 일치한다. 이러한 상태는 기초대사량의 저하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데 한의학적으로는 ‘기허’(氣虛)의 상태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 몸을 움직이는 근본적인 에너지는 기(氣) 에너지다. 흔히 ‘기가 빠졌다’는 말들을 많이 하는데 기가 부족하면 신진대사가 잘 이뤄지지 않고 지방 대사의 기능도 떨어진다. 이는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흡수-수송-배설하는 비장 및 신장의 기능 장애 때문에 생기는 것이다. 더욱이 신장 기능 저하는 비장의 기능장애를 더욱 가중시킨다. 이런 상태에서 과식을 하거나 달고 기름진 고량진미를 좋아하면 비장과 신장의 기능은 더욱 저하되게 마련. 이런 악순환이 반복되면 기가 약해지고 순환이 잘 안 되는 기허가 생긴다.

기허는 몸안에 불필요한 수분과 노폐물, 어혈 등을 생성시키고 그 불순물들을 피부나 장간막, 장부 등에 쌓이게 한다. 그로 인해 신진 대사가 안 되고 지방 대사 기능도 떨어져서 비만이 생기는 것이다. 한마디로 장기의 기능 저하와 그로 인한 기혈 순환의 부조화, 이것이 한방에서 말하는 비만의 메커니즘이다. 흔히 무리한 다이어트를 곧잘 하는 사람들은 폭식과 거식을 되풀이하기 쉽고 이뇨제나 변비약 등을 먹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비장의 기능과 신장의 기능도 저하된다. 또 활동량이 턱없이 부족해 기허 현상이 생기기도 하고 체질적으로 기가 약해 마른 비만이 되는 경우도 있다.

치료는 어떻게

한방에서 비만치료의 요체는 생명의 원동력인 기화 작용을 돕는 것이다. 다시 말해 지방과 근육의 조화를 도모해 기초대사량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다. 기초대사율을 높이는 방법으로는 한약, 침, 뜸, 기공 등 다양한 요법이 있다. 한약은 체질에 따라 처방을 달리하여 체질에 따른 단점을 개선하고 신진대사가 원활치 못해 생기는 불순물인 ‘담음’을 제거하는 효과가 있다. 또 체중감량에 따르는 무기력, 어지럼증, 구역감, 심한 공복감 등 신체 불균형을 바로잡아 그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체내 대사율보다 흡수가 많아서 발생하는 비만은 축적된 지방을 약물로 제거한다. 체내 대사율이 낮아 비만이 된 경우는 응결된 간기능을 풀어주며 콩팥의 진액기능을 조절하는 방법을 통해 치료하게 된다. 이때는 ‘체질 분류법’이라는 한의학만의 독특한 방법이 응용된다. 사상의학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 살이 잘 찌는 체질이 따로 있는데 이는 태음인, 소양인, 소음인 순이다.

이중 마른 비만 환자가 가장 많은 체질은 의외로 일반적인 비만 위험에서 가장 멀리 벗어나 있는 소음인이다. 소음인은 체질의 특성상 조금만 움직여도 쉽게 피로함을 느끼고 따라서 활동량도 적다. 한의학적인 병리 상태인 기허 상태에 빠지기도 쉬운 체질이다. 이런 소음인들이 체지방을 감소하려 식사량을 줄이는 것은 옳지 않다. 식사량을 줄이지 않되 탄수화물보다 단백질을 적극적으로 섭취해야 한다. 또 규칙적인 생활습관을 갖고 운동을 통해 근육을 키워야 한다.

정상 체중 혹은 저체중임에도 불구하고 비만 체질은 아닌지 의심되는 사람들은 주로 앉아서 일을 하며 최근 1년 동안 운동을 한 경험이 없는 경우, 술을 주 3회 이상 마시고 배나 가슴에 물렁살이 만져지는 경우, 혹은 전에 비해 아랫배가 유난히 많이 나온 느낌을 갖는 사람들이다. 자신이 혹시 마른 비만은 아닌지 한번쯤 체크해보는 것도 건강을 지키는 한 방법이다.



주간동아 2000.11.02 257호 (p7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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