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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르노 사이트는 인터넷의 강자?

전세계 10만여개 치열한 경쟁 속 자생력 쑥쑥…멀티미디어 신기술 가장 먼저 구현

포르노 사이트는 인터넷의 강자?

포르노 사이트는 인터넷의 강자?
야후닷컴(yahoo.com)에 들어가 ‘sex’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467개의 카테고리에 3630개의 사이트가 뜬다. 그러나 요즘 네티즌들은 이 정도로 만족하지 못한다. 라이코스닷컴(lycos.com)에선 4만69개의 관련사이트(adult sites)가 나열된다.

전세계 포르노 사이트의 개수는 대략 10만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것은 같은 업종의 경쟁자가 그 정도 숫자만큼 된다는 뜻이다. 포르노 사이트가 취미나 자선사업(?)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포르노는 세계에서 가장 경쟁이 치열한 인터넷분야라고 할 수 있다.

사정이 이러하니 ‘사업적’ 관점으로 접근했을 때 포르노 사이트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사이트 디자인, 콘텐츠의 다양성, 비즈니스 모델에서 포르노 사이트는 여타 인터넷 사이트보다 한 발 앞서 달리고 있다. 잘 된 포르노 사이트는 그 화려함, 열독성에 있어서 다른 분야 사이트들을 압도한다. 콘텐츠의 내용과 형식도 ‘소비자의 상상력’보다 한 단계 빨리 업데이트된다. 신용카드번호를 결국 입력하도록 만드는 재주 역시 비범하다.

포르노 사이트는 기술적 실험과 도전을 왕성하게 벌여나가면서 이제 인터넷비즈니스의 대표격이 됐다. ‘생존을 위한 마케팅’이 포르노를 강하게 키웠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포르노 사이트를 벤치마킹하면 인터넷사업의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는 말까지 나온다.

게이·레즈비언 등 소재 무궁무진



포르노 마니아를 가리키는 표현 가운데 ‘섹티즌’이 있다. ‘sex’와 ‘citizen’의 합성어이다. 한국의 섹티즌에게 널리 알려진 ‘○○의 가이드’라는 링크 사이트엔 포르노 사이트의 ‘법칙들’이 녹아 있다. 교포 미혼여성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진 이 사이트는 다른 포르노 사이트들을 ‘좋다’ ‘나쁘다’ ‘강하게 추천한다’고 평가한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포털 사이트와 다르다. 이곳에선 평가와 가공을 통해 정보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이 사이트는 한글로 돼 있다. 한국 서버를 사용하는 포르노 사이트는 모두 불법이지만 이 사이트는 외국 서버를 이용해 한글로 서비스를 제공하므로 당국의 영향력이 미치지 못하는 곳에 있다.

이 사이트에 들어가면 방문자의 구미에 맞게 메뉴가 구분돼 나온다. New Review, 한국1, 한국2, 아시아, 하드코어, 소프트코어, BDSM, 페티시, 아마추어, 아트, 애니메/카툰, 여성전용, 게이, 레즈비언, 사진 TGP, 동영상 TGP, 링크사이트, 기타, X’Awards 등이다. BDSM이란 속박(Bondage) 지배(Domination) 가학(Sadism) 피학(Masochism)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이니셜을 합친 것으로 가학-피가학적 형태로 성적 관계를 맺는 것을 의미한다. TGP란 ‘Thumbnail Graphic Post’의 이니셜을 딴 것으로 손톱 크기만한 그림 파일을 클릭하면 동영상 혹은 그림 파일을 링크시켜준다.

이 사이트의 인기는 바로 이런 메뉴의 다양성에서 나온다. 초기 포르노 사이트는 남녀간의 성행위를 담은 사진만을 올리고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그러나 포르노 구매자들은 좀더 자극적인 것, 색다른 것을 원하게 된다. 콘텐츠 운영자들은 바로 이런 점에 주목했다. 이들은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할 필요성을 절감한 것이다. 레즈비언, 게이, 그룹(gangbang), 인터레이셜(inter-racial), 트리플 등등 소재는 끊임없이 개발돼왔다.

‘○○의 가이드’의 메뉴 수는 몇몇 포르노 사이트들에 비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한 포르노 포털은 성적 관계의 형태별로 무수한 장르를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페티시 한 분야만 해도 발과 다리(Foot Fetish), 고무와 가죽(Rubber and Leather) 등으로 나누고 있다. 보편적 정서상 용납되지 않는 부분이 꽤 많지만 포르노 사이트들은 이미 인간의 모든 성적 취향에 맞는 메뉴를 개발해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이를 사업적으로만 말하자면 포르노 사이트들은 고객이 원하는 모든 ‘경우의 수’를 정확하게 포착해 그에 맞는 상품을 진열해놓는 것이다. 포르노 사이트는 인터넷에서 ‘다품종 소량생산’을 실천하고 있는 셈이다.

‘○○의 가이드’는 다른 포르노 사이트를 링크해주는 대가로 수수료를 챙긴다. 이런 사이트가 채택한 방식을 클릭-스루 프로그램(click-through program)이라고 한다. 단순한 링크(클릭)에 그치지 않고 회원 가입까지 해야 수수료를 주는 방식은 파트너십 프로그램(partner ship program)이라고 부른다.

요즘 인터넷에 접속했을 때 화면 상단에 작은 창이 함께 뜨는 것을 자주 볼 수 있다. 이를 콘솔(console)광고라고 부른다. 모든 분야에서 일반화된 이 광고 기법은 사실 포르노 사이트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것이다. ‘○○의 가이드’에서 ‘한국1’을 클릭하자 제일 윗줄에 ‘PORNO VIDEO…’라는 사이트에 대한 창이 떴다. 이 사이트를 클릭하자 다시 작은 창이 두 개 뜬다. 콘솔이다. 콘솔이란 마우스를 움직이거나 클릭할 때마다 새로 뜨기도 한다. 포르노 사이트 중에는 이런 콘솔 광고를 이용해 쉴 새 없이 창을 띄우는 곳도 있다. 이때는 마치 팝콘이 튀는 모습과 비슷해 ‘팝업(pop-up) 윈도’라고 부르기도 한다. 모두 포르노 사이트에서 유래된 것들이다.

포르노 사이트들은 한번 들어온 방문자를 가능한 한 오래 붙잡아두려 한다. 볼거리로 부족하면 ‘생떼’를 동원한다. 예를 들어 한 사이트는 한번 입장하면 50회 이상 클릭을 계속하거나 아니면 컴퓨터를 다시 부팅해야 빠져나갈 수 있다. 포르노 중독자는 이런 경험을 겪어도 무심코 또 찾는다는 점을 사이트 운영자들은 유념하고 있다.

한 무료 포르노 사이트엔 한글 포르노 사이트의 인기순위가 제시돼 있다. ‘○○의 가이드’가 3위로 선정되어 있었다. 포르노 사이트는 이런 식이다. 서로 상대를 치켜세우는 것을 잊지 않는다.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한편 동업자 정신은 철저하게 지킨다. 이들은 ‘비포르노 사이트’에 방문자를 빼앗길 바에야 차라리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포르노 사이트를 소개해주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포르노 사이트의 업적은 보안-결제시스템에서도 나타난다. 한 포르노 사이트의 가입코너에서 ‘Korean sign up’을 클릭하자 작은 상자가 떴다. ‘보안이 유지된 상태에서 페이지를 봅니다’라고 쓰인 보안 인증 프로그램이었다. 포르노 사이트는 유료 콘텐츠를 해킹해서 훔쳐보는 네티즌들이 많아지자 이를 막기 위해 보안 시스템을 도입했다. 보안과 인증에 관한 기술의 상당부분은 사실 포르노 사이트의 필요에 의해 발전했다고 한다. 결제 시스템 역시 포르노 사이트가 선도한 것. 포르노 사이트는 ‘카드 결제의 귀재’다.

많은 네티즌들은 포르노 사이트에 자신의 신용카드번호를 알려주는 것에 대해 불안해한다. 정체가 불명확한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를 믿을 수 없기 때문. 그럼에도 포르노 사이트들은 상당히 많은 유료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그것은 콘텐츠를 수익으로 연결시키는 능력에서 나온다. ‘BEST ADULT SITE GUIDE’(우수한 유료 사이트 안내서)라는 설명과 함께 뜨는 ‘K…’사이트. 어느 일간지에 기사가 실려 유명해진 이 사이트에는 낯익은 여자 연예인의 얼굴이 나타난다. 사용자들의 호기심을 잔뜩 자극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를 갖고 클릭하면 “…오리지널 무비를 보고 싶으시면 www.xxxx.org에 가입하라”는 문구가 뜬다. 포르노 사이트는 전혀 안 보여주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다 보여주지도 않는다. 포르노는 호기심의 상술이다. 수익으로 이어질 수 있는 ‘적정 경계’를 찾아낸다.

포르노 사이트들은 끊임없이 신기술을 도입해왔다. 단적인 예로 동영상, 화상채팅, 심지어 입체화면 등의 멀티미디어 신기술은 포르노 사이트에서 가장 먼저 구현됐다. 그리고 이런 기술은 포르노 사이트 내에서 또 다른 신기술을 낳는다. 성 관계를 동영상으로 보여주는 서비스가 나왔을 때 네티즌들은 전송시간이 느리다고 불평했다. 그러자 포르노 사이트의 운영자들은 스트리밍 기법, 자바스크립트를 이용한 전송, 파일 분할과 압축 기술로 이 문제를 간단히 해결했다.

포르노 사이트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마케팅 기법과 신기술을 주도해왔다. 사실 인터넷의 폭발적인 보급에 포르노 사이트가 상당한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사이트 내용에 대한 윤리적 가치판단은 별개로 하자. 포르노 사이트는 고객 요구의 정확한 포착과 발빠른 대응이라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기본을 철저히 지켜왔다.



주간동아 2000.11.02 257호 (p7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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