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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당 3역 물갈이 카운트다운

‘위기’ 상황 외면한 채 ‘충성경쟁’ 당내 불만 고조…연말이나 내년 초 가능성

이회창, 당 3역 물갈이 카운트다운

이회창, 당 3역 물갈이 카운트다운
“당 3역이 문제다.”

한나라당 최병렬 부총재는 10월20일 상임위(과학기술정보통신위)에 참석하기 위해 국회 본청으로 가는 차안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10월18일 부정선거진상조사특위 위원장직을 그만뒀다. “내가 하는 일이 당에 도움이 안 되는 것 같다”는 것이 표면적인 이유. 그러나 그의 사의 표명은 당 3역(김기배 사무총장, 정창화 원내총무, 목요상 정책위의장), 나아가 이회창 총재에 대해 쌓여온 불만이 행동으로 표출된 결과라는 게 정가의 시각이다.

최부총재의 사의표명이 있고 나서 한나라당 내부에는 ‘당 3역 물갈이론’이 힘을 얻어가고 있다. 당 3역에 대한 당내 불만이 이총재에 대한 반감으로 이어지는 위험 조짐마저 감지된다. 주목되는 것은 당내 비주류뿐만 아니라 이총재 측근 사이에서도 점점 물갈이론이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 이총재의 한 측근은 “이대로 가면 미래가 없다. 내년 초가 마지노선이다. 일부라도 진용을 새로 짜야 한다”고 말했다.

인기하락, YS 영남 잠식 긴장

‘물갈이’를 주장하는 사람들은 현재의 상황을 ‘위기’로 진단한다. △이총재의 자리매김이 적극 지지가 아닌 대안부재론에 계속 유지된다는 점 △김대통령의 인기 하락과 동시에 이총재의 인기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는 점 △김영삼 전 대통령 등이 지지기반인 영남권을 잠식해오고 있다는 점 등이 그 근거.



한나라당 한 중진의원은 “당 3역이 다양한 목소리를 수렴해 용해시키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총재 주변에서 다른 목소리 내는 것을 용납하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2002년 대통령 선거 결과를 낙관하며 당 부총재들과 협력관계를 구축하기보다 잠재적인 경쟁상대로 보고 견제하는 데 급급하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당 지도부가 상황을 냉정하게 바라보지 않고 이총재에 대한 ‘충성경쟁’에 바쁘다는 것.

최부총재가 “총재나 총무 등이 나를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한 것이나 박근혜 부총재가 9월25일 총재단 회의에서 “장외투쟁을 중단하고 등원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가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한다”는 김총장의 대답에 격분했던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당시 박부총재는 “총재 주변 사람들이 다 이렇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당 3역이 중진(김총장-4선, 정총무-5선, 목의장-4선)이어서 선출직인 부총재들을 ‘모시지’ 않는 것이 갈등의 한 원인이 아니냐는 말도 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불만은 이총재에게 향할 수밖에 없다. 이총재는 그동안 ‘공조직 중심의 당 운영’을 실천해왔다. 동교동계나 상도동계처럼 이른바 ‘가신’이 없는 이총재에게는 당직을 맡은 사람이 최고 측근. 때문에 당직을 맡은 사람에 대한 평가에 따라 이총재에 대한 안팎의 평가도 상당 부분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서서히 대선정국으로 접어들고 있는 정치일정도 당 안팎에서 이총재를 공격할 상황을 만든다고 볼 수 있다. 소장파와 중진, 개혁파와 보수파 인사들을 두루 아우를 수 있는 인물이 당내에 없는 것도 갈등구조를 더욱 경직되게 하는 요인이다.

최부총재가 “(10월18일 총재단회의에서) 추경예산 소폭삭감이나 재경위 증인채택 무산 등에 대해 ‘무슨 야당이 이러냐’고 점잖게 얘기했는데 정총무가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이총재가 총무를 질책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화를 냈다”고 말한 것은 당 3역에 대한 불만이 곧바로 이총재에게 연결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한 사례.

이총재의 한 측근은 “총재도 여러 얘기를 다 알고 있다. 지금까지 당을 추스르는 단계였다면 앞으로는 변화를 주지 않으면 어렵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말이나 내년 초가 그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총재가 결정적으로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김총장의 ‘제주도 발언’ 이 나온 뒤부터라고 한다. ‘제주도 발언’은 9월25일 총재단 회의 때 김총장이 “북한 사람들은 왜 제주도를 좋아하지”라는 박희태 부총재의 말에 “폭동 났었잖아”라고 답해 제주도민들로부터 격렬한 항의를 받았던 사건이다.

이총재의 또 다른 측근은 “이총재는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오후 공식일정을 비우는 경우가 많다. 그 이유를 주목해봐라”고 말했다. 이총재가 각계각층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며 쇄신 구상에 들어갔다는 설명이다. 이총재가 최근 윤여준·이한구 의원이나 유승민 여의도연구소장 등 소장파 인사들과 잦은 접촉을 갖는 것을 이와 관련지어 보는 시각도 있다. 정가에서는 이총재가 다른 목소리를 내는 사람도 과감히 등용하는 등 획기적인 변화를 주지 않는다면 변신에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





주간동아 2000.11.02 257호 (p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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